CAFE

☞ 주지스님 말씀방

인연이야기[598] 95년 1월 대형 다호 구입.

작성자時雨松江|작성시간19.12.21|조회수731 목록 댓글 0

인연이야[598] 951월 대형 다호 구입.

 

   복잡다단했던 1994년이 지나가고 새해가 되었다. 1992년 연말부터 시작했던 대중다회는 불교수행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에게 어느 듯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차를 마시고 침향을 즐기며 고전음악(국악, 클래식, 재즈)을 들으면서 정좌를 하는 사이에 스스로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밤이나 낮이나 시간이 되면 미타사를 찾아왔다.

 

   다회가 빈번해지면서 참석하는 인원도 다양해졌다. 그래서 그 숫자에 필요한 다호(茶壺)를 구하게 되었고 숫자도 늘어났다.

   다회를 정신적 차원 즉 도()의 경지에서 살피는 것은 최후의 문제이다. 거기에 이르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맑고 건전한 취미생활이다. 취미생활이란 재미있다거나 좋다는 생각이 이어져야 한다. 차는 당연히 맛있다거나 향기롭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고, 오래 지속해야만 정신적인 평화에 이르는 차의 도(茶道)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맛이 없는 차를 억지로 마실 수도 없고, 차를 맛없게 마시면서도 다도(茶道)라는 말로 포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싸구려 맛없는 차를 억지로 마시려 애쓰다가 결국 커피로 옮기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청대 말기로 짐작되는 골동 다호. 1800cc의 주니호로 표준형 다호]

  

   같은 차라도 맛있게 마셔야 한다. 우리나라 녹차는 적당히 크고 넉넉한 한국의 다기가 좋고, 말차(抹茶-가루차)는 다완(茶碗-찻사발)으로 거품을 잘 일으켜 마셔야 맛있다. 오래 우릴 수 있는 특징 때문에 다회에서 내가 가장 많이 우리는 중국의 보이차나 청차(오룡차, 무이암차)는 중국의 자사다호나 중국의 백자다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맛있고 향기롭다. 또 보이차나 청차는 사람의 숫자에 맞는 다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 우리 녹차를 마실 때는 큰 다관에 찻물이 적은 방식이 좋지만, 보이차나 청차는 다호에 물이 꽉 차는 방식이 가장 맛있고 향기롭다. 그래서 1인용 다호에서부터 사람숫자에 적당한 크기의 다양한 다호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마시겠다면 그런 것 따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대개 도인인 것처럼 아무렇게나 마시면 된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어느 듯 커피머신을 방에 들여놓는 것을 보게 된다. 스스로 차 맛을 모르기에 차를 멀리하게 된 것이며, 곧바로 향이 코에 오고 맛이 입에 가득해지는 커피로 옮겨 간 것이다.


[청대 초기로 짐작되는 골동 다호. 1800cc의 자사호로 위에 손잡이가 있는 제량호]

 

   평균 50여명이 참석하던 미타사 대중다회에 쓸 큰 다호를 구하지 못해 물을 끓일 때 사용하던 골동 동파호(東坡壺)93년 가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만들어진 용도가 달랐기에 최상의 맛을 내기는 어려웠다. 불에 올려 물을 끓이는 용도의 동파호는 자사호나 주니호 등과는 그 밀도가 달라서 우려내는 차 맛이 다르다. 그래서 백방으로 큰 다호를 구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이윽고 1800cc 용량의 청말(淸末) 골동 주니표준호(朱泥標準壺)와 청초(淸初) 골동 자사제량호(紫沙提梁壺)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1700cc 용량의 청대(淸代) 골동 자사연이제량호(紫沙軟耳提梁壺)를 구했는데, 이것은 차를 우려 따른 후에 잔에 분배할 때 쓰는 다해(茶海)의 용도로 필요한 것이었다. 이로써 50여명이 월 15회 정도 하는 대중 다회의 기본 다기는 갖추어진 셈이었다.


[청대의 골동 자사호로 1700cc 용량. 몸체의 귀에 손잡이를 끼워서 사용하는 연이제량호]

  

   중국의 다기를 구입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좋은 다기란 일단 기본 재료가 좋아야 하는데, 재료의 질이 좋은 대용량의 큰 골동다호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게다가 작은 다호는 사용자가 많아 정말 고가이지만 내가 구한 큰 다호는 사용할 사람이 없어서 헐값으로 구한 것들이었다. 50여명이 다회를 하는 곳은 아마도 없었을 테니까.


   어쨌거나 원력을 세우고 노력하면서 기다리면 반드시 이루어지는 때가 있게 마련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