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야기[624] 94년 9월, 보로부두르 대탑 순례 5. 보로부두르-3.
<보로부두르 대탑 순례 4에서 이어짐>
대탑의 정상부까지 오르는 직선 계단은 남쪽과 북쪽에 있었는데, 우리는 남쪽 계단으로 올라가 2층의 테라스부터 탑돌이 하듯 살피며 위로 올라갔다.
[3층 테라스를 순례하는 일행들]
테라스의 안쪽인 탑신에는 무수한 부조(浮彫)가 서로 연결되는 내용으로 이어져 있었고, 테라스의 난간인 탑의 바깥쪽으로는 수많은 불상이 밖을 향하여 좌정해 있었다. 이 불상은 동서남북이 각기 달랐다. 오래된 기억이긴 하지만 동쪽에는 부동여래(不動如來)인 아촉불(阿閦佛), 서쪽에는 무량수불(無量壽佛)인 아미타불(阿彌陀佛), 남쪽에는 보생불(寶生佛), 북쪽에는 불공성취불(不空成就佛)을 모셨던 듯하다. 노출되어 있는 불상들 외에도 감실(龕室)에 모셔져 있는 불상도 또한 많았는데, 대탑에 모셔져 있는 불상의 수는 505구(軀)에 이른다고 했다.
[테라스 난간에 봉안된 불상들]
[우측 감실의 불상은 오른손을 땅에 댄 촉지인(觸地印)을 한 아촉불]
[두 손을 발 위에 포개 선정인(禪定印)을 한 아미타불]
4층과 5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아치형 문을 만들어 두었는데, 다른 경계의 세계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4층과 5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있는 아치형 문]
기억을 되살려 보면 탑신 부조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었던 것 같다. 아래층에서 봤던 것은 부처님의 생애와 연관된 것들이었고, 위쪽에 있던 것은 화엄경의 내용을 표현한 것들이라고 느꼈다. 이 부조의 총 길이가 무려 2.5km나 되는 것이었기에 낱낱이 살피는 것이 쉽지 않았고, 또한 단체로 움직이는 순례라 빠르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기에 25년 전의 기억이 희미하다. 언젠가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머물며 자세히 연구해볼 생각이었으나 아직도 옛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불상이나 부조의 조각 양식은 5세기경에 최전성기를 이루었던 인도의 굽타(Gupta) 양식의 변형으로 보였다. 즉 세세한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아름다운 비례를 보이는 조각들이었다.
[부처님의 생애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부조]
[화엄경의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부조]
제7층에서 제9층까지의 테라스에는 정상에 있는 가장 높은 탑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는 형태였다. 여기에는 안이 보이게 틈이 있는 격자로 만들어진 종 모양의 구조물이 있었고, 안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제7층에 32기, 제8층에 24기, 제9층에 16기로 모두 72기였다. 일부는 불상이 도난당했고 어떤 것은 훼손되어 내부의 불상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스투파는 돌로만 제작한 건조물로, 내부는 텅 비어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장 위에 위치한 종 모양 구조물들과 안에 모셔진 불상. 왼쪽 탑이 가장 중심이며 가장 높은 탑]
지면으로부터 이 정상까지의 수직높이는 약 30m가 된다고 했는데, 정상부에서 둘러보는 세상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마치 깨달음의 경지가 그러하듯이.
<다음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