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야기[633] 95년 여름, 골프에 대한 농담.
95년 여름에도 보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타사를 드나들었는데, 그 가운데 골프장을 운영하시는 분도 있었다. 워낙 보이차를 좋아하시는 분이라서 뻔질나게 다회에 참석했었다.
어느 날 이 분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어쨌거나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스님 특별회원권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무슨 회원권인데요?” “스님께서도 운동을 좀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해서요.” 대화의 내용으로 봐서 그것이 골프회원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답했다. “아! 골프라면 내가 어릴 때 다 마쳤습니다.” “언제 골프를 치셨습니까?” “예, 시골에는 가을에 논을 갈아엎었다가 봄이 되면 긴 자루가 달린 큰 나무망치 같은 도구로 그 흙덩이를 쳐서 부순답니다. 그게 얼핏 보면 골프와 비슷하거든요. 정확하게 흙덩이를 맞춰야 하고 또 무리하면 팔이 빠지기도 하지요. 골프라면 그것으로 난 충분하답니다.” 동석했던 이들이 농담을 이해하고는 모두 박장대소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거사들과 차를 마시다가 골프얘기가 나와서 웃자고 그 얘기를 했더니, 거사 몇이 이렇게 말했다. “스님, 그 회원권 받아서 저희들에게 빌려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그런 도둑심보를 버리시구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욕심내는 것은 좋을 것이 없답니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예약되면 회장이 기다릴 것인데, 거사님들이 가서 뭐라고 하시겠소?”
사실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운동에 시간을 쓸 만큼의 복이 내겐 없었다.
[1995년 여름 에어컨 시설이 되지 않은 작은 방에서 사우나 하듯 보이차를 마시던 시절의 모습. 정도스님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