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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2.14~12.22 동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후기

작성자알렉산드라|작성시간24.01.08|조회수396 목록 댓글 10

한국에 돌아와서 시차적응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이 동유럽에서 돌아오지 못하여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요. 사람은 간사합니다. 가족을 보낼 때도, 연인을 보낼 때도, 직장을 관둘 때도.. 너무 아쉬워 영원히 못잊을 것처럼 가슴 아파해도 어느덧 일상에 적응해 있죠. 저도 크리스마스날 밤 꿈같던 시간도, 선물같이 소중한 우리 회원님들 닉넴과 이름도 가물가물해지려 합니다..ㅠㅠ 기억을 더 잃기 전에 기록을 해놓아야겠어요. 

 

지난봄 베네룩스을 다녀와서 일찌감치 동유럽을 예약했습니다. 같이 가려던 친구들이 개인사정으로 못가게되는 바람에 아는 사람 한명없이 매우 춥고 쓸쓸한 여행이 되리라 생각하고 별 기대없이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인생여행이 되었습니다! 

 

동유럽은 4시면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항에 저녁 6시가 다되어 도착했어요. 밖은 컴컴했고, 한식당에서 비빔밥으로 간단히 저녁 후 바로 호텔로 갔습니다. 첫날을 그냥 자다니요ㅠㅠ 저의 사랑스러운 벗 카이님께서 맥주 친구가 되어 주셨어요. 독일의 밤을 깜깜했지만, 이렇게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빛나는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답니다~

 

 

 

조식 후 뉘른베르크(Nurnberg)로 이동했습니다. 뉘른베르크 성(Kaiserburg Nürnberg) 바로 앞에 위치한 로컬 레스토랑에서 독일식 돈까스 슈니첼(Schnitzel)과 생맥주, 애플파이로 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독일에서의 소중한 하루를 보냅니다. 짠~하는 사진이 없는거 보니 아직 사람들이랑 친해지기 전이네요. 앞으로 제 주변에 앉으신 분들은 매 끼마다 짠~하는 지옥에 빠지게 됩니다. ㅎㅎㅎ

 

 

 

따란~~~ 드뎌 유럽 3대 크리스마스 마켓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Nürnberger Christkindlesmarkt)을 왔습니다. 뉘른베르크는 매년 중앙 광장에서 크리스트킨트(Christkind)와 천사들이 나와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의 오프닝을 알리는데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 온 관광객들로 넘쳐난대요. 크리스트킨트는 ‘그리스도의 아이’라는 뜻으로 금발의 곱슬머리에 하얀 날개를 달고 황금빛 옷을 입은 푸른 눈의 여자아이를 말하며, 독일어권 유럽에서는 크리스트킨트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구시가지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사진찍고, 쇼핑하고, 핫와인을 쌍화차마냥 마셨어요. 그러다 어두워지면서 마켓 내 아기자기한 작은 상점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오너먼트 같이 하나둘 켜지면서, 어디선가 합창단의 캐롤송이 울리더니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자체로 변해버렸어요!! 세상에~ 외국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는 첨본거 같아요! 저는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일행을 놓쳐서 카이님과 낭만자객님이 이 인파 속에서 절 구하러 오신다고 고생하셨네요;; ~~ 그래도 너무 좋아요~~~

 

 

아름다운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을 실컷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와 독일에서의 짧은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직은 서로 친해지기 전이라 밤에 저랑 술마셔 줄 친구를 못구했네요. 오늘도 나의 사랑스러운 벗께서 가엾게도 저의 술동무가 되어주셨습니다. 내일 체코에서는 꼭 찜해놓은 숫기없는 꽃남 3명을 꼬셔서 술을 먹도록 하겠어요!!! 으흐흐~ 

 

오늘은 프라하(Praha)로 갑니다. 꺄~~~악~~~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지금 프라하에 있는 제가 얼마나 부러울까요~~? 어제 뉘른베르크 사람 많은 거는 명함도 못내밉니다. 유럽 사람 전부 다 여기 와있나봐요. 미쳤어요!! 

 

 

보세요~ 지금부터는 짠~하는 사진있죠? ㅎㅎㅎ 낯가리고 수줍음 많은 꽃남 3명 꼬셔서 이때부터 미친듯이 저와 잔을 부딪혔습니다. 나중에는 음식이 나왔는데도, "산드라야, 사진 안찍나? 우리 밥 무도 대나?" 이랬어요. ㅎㅎ 천사같이 착하고 귀여운 낭만자객님, 여울이님, 구리구리님. 저랑 놀아주신다고 고생많으셨어요~ ㅎ 잘지내고 계시죠? 오겡끼데스까아~~~

 

 

토요일 오후의 프라하 구시가지는 사람이 두배, 세배는 더 많아졌어요. 카를교(Karlův most, Charles Bridge)가 사람으로 꽉차서 무너질까 무서울 정도였어요. 카를교는 체코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석조 다리이며, 블타바 강(Vltava River) 위에 세워진 다리 중 유일한 보행자 다리로서, 카를교 위에 여러 성상들과 초상화나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들,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악세사리를 파는 상인들.. 평소에는 매우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곳이에요. 저는 여기 오기 전 카를교에서 노을진 블타바 강을 바라보며 눈물 글썽일 정도로 감동을 느껴야지~ ~~하고 갔었으나,,, 현실은 전세계 관광객들 사이 찡겨서 죽을까봐 카이 꽁무늬만 쫓아다녔습니다. 담에는 꼭 남친이랑 다시 와야지 속으로 다짐했지만, 왠지 또 카이오빠랑 올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우리는 서둘러 프라하성(Pražský hrad, Prague Castle)으로 이동했습니다. 카를교를 걸어서 건넌 후, 현지인들처럼 트램을 타고 프라하성까지 이동했는데, 유럽 사람처럼 능숙하게 트램을 타보려고 했으나, 실제로는 "여기서 내리나? 어디서 내리노? 내 놔두고 내리지마래이~" 하면서 촌스럽게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프라하성 관람 후 멋진 프라하 전경을 내려다보며 사진도 찍고, 황금소로(Golden Lane, 黃金小路, Zlatá Ulička)를 따라 걸어내려왔어요. 황금소로는 과거 금박 장인들이 거주하던 판자집이었다가 이후 17세기에 연금술사와 과학자들이 살았다고 해서 황금소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대요. 좁고 긴 길가에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알록달록 들어서 있어 인형같이 이쁜 골목이지만,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22번지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며 글을 쓴 곳이 바로 이 곳에 위치해 있어, 황금소로 중 No.22라고 적혀있는 하늘색 집이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라고 하네요~

 

 

프라하의 밤도 어김없이 빨리 찾아왔어요. 황금소로를 걸어내려오니 밤이 되었어요. OMG~ 프라하 구시가지는 낮보다 열배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그 유명한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을 놓칠 순 없죠. 프라하의 밤은 원래는 너~~~무 로맨틱하겠지만, 정말 진짜로 사람에 찡겨서 죽을 뻔 했어요!! 하지만 프라하까지 와서 불토를 놓칠 순없죠!! 진수성찬에 막걸리와 코젤, 필스너 섞어 마시고 인파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낮에 제대로 못봤던 천문시계(Astronomical Clock, Pražský orloj)와 프라하성, 얀후스 동상(Jan Hus Monument , Pomní Jana Husa)이 토요일 밤에 인파 속에서 보니 신비롭고 비현실적이네요. 제육볶음이랑 잡채에 막걸리 한잔하고 나왔더니 세상에~~ 프라하에요~~~!! 한잔 묵고 알딸딸하겠다 저는 찡겨 죽더라도 인파 속에서 불토해야겠어요! 사실 저의 보디가드 꽃남 3명이 있어서 든든했지요. 우리는 프라하 시내 골목 이곳저곳을 다니며 예쁜 기념품도 사고, 줄서서 굴뚝빵(트르델리크 Trdelník 또는 트르들로 trdlo)도 사먹었어요. 저는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 한 중간에 서서 아이처럼 굴뚝빵 한개를 우리 넷이서 나눠먹었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너무 좋았고, 행복했어요~♡  

트르델리크를 호호 불며 나눠먹고, 우린 프라하 시내 근사한 호텔로 와서 아쉬운 밤을 체코 맥주와 수다로 채웠답니다.

행복으로 가득 차고 있는 우리의 유럽여행은 어느새 3일 밤을 넘어 가고 있네요. 카이는 크리스트킨트(Christkind)인가봐요~ 우리에게 이런 선물같은 여행을 주다니요~ (아닌가? 너무 시커멓나??)

 

 

여행 4일째 프라하를 떠나 쿠트나 호라(Kutná Hora)의 해골성당(The Cemetery church of All Saints with the Ossuary , Hřbitovní Kostel Všech Svatých s Kostnicí)으로 이동합니다. 해골성당은 14세기에 전쟁과 페스트로 인해 안치된 수만 명의 시신을 15세기에 난 화재로 묘지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귀족의 묘는 그대로 두고, 일반인들의 묘지를 파내어 이 곳의 수도사가 처음으로 사람의 뼈를 수도원 지하실에 쌓기 시작하면서 유래되었다고해요. 그 후 수도원은 당시 귀족 가문이었던 슈바르젠베르그(Schwarzenberg) 가문에 인수되었고, 1870년 체코의 나무 조각가였던 프란티섹린트에 의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당 지하실로 들어가면 샹들리에, 피라미드, 향로, 십자가 등 내부가 전부 4만명의 사람 유골로 장식되어 있어 공포스러운 기분과 동시에 뭔가 슬프고 가슴이 애려오면서 현기증이 났어요. 모두들 지금쯤 따뜻하고 행복한 곳에서 계시겠지요?... 그들을 위해 작은 촛불 하나 켜놓고 왔습니다..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에요)

 

 

 

쿠트나 호라가 풍부한 은 광맥으로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화려한 역사를 자랑한 대도시인거 아셨나요? 14세기 이 곳은 매년 5~6톤의 은이 채굴되면서 프라하의 크로쉬 은화가 중부 유럽에 공통 통화로 사용되기도 했고, 당시 바츨라프 2세는 중부 유럽을 통틀어 가장 부유한 왕이었으나, 16세기 들어서면서 은이 점자 고갈되기 시작되어 18세기 은광이 폐쇄되면서 쿠트나 호라의 전성기도 끝이 났다고 합니다. 우리는 블라슈스키 드부르(Vlašský dvůr) 궁전 내 위치한 왕립화폐주조소(Mystical,Kutná Hora Muzeum of legends and ghoust)를 방문하여 체코 은화의 역사를 관람했습니다. 헬렌님과 저와 서원이는 한글로 방명록도 남기고 왔어요~

 

 

체코는 프라하도 좋지만 작은 소도시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제 친구가 왜 체코를 꼭 가야하는 곳이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았습니다. 체스키부데요비체와 체스키크롬로프 는 2부에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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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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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알렉산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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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슬램덩크 | 작성시간 24.01.11 여행의 기억이 가물가물할때 이렇게 자세하게 대박 너무 잘 읽었어요^^ 소중한 여행정보 감사해요 다음에도 여행 동행하고 싶네요^^
  • 답댓글 작성자알렉산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3 담에도꼭같이여행가요~ 언니~형부~

    그땐술자리도함께하시지요:)
  • 작성자★미스터카이 | 작성시간 24.01.13 항상 즐겁게 여행해주시고,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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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알렉산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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