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그늘 / 홍해리
그가 단상에 앉아 있을 때
마치 한 권의 두꺼운 책처럼 보였다 한다
한평생 시만 덖고 닦다 보니
육신 한 장 한 장이 책으로 엮였는지도 모른다
한마디 말씀마다 고졸한 영혼의 사리여서
듣는 이들 모두가 귀먹었다 한다
자신이 쓴 시를 스스로 풀어내자
강당 안은 문자향文字香으로 그득했거니와
몸이 뿜어내는 서권기書卷氣로 저녁까지 환했다 한다
평생을 시로 살았다면
말씀마다 꽃이 피고 새가 울어야 한다
그는 평생 모래바람 속을 묵묵히 걸어온 낙타였다
길고 허연 눈썹 위에는 수평선이 걸려 있고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달빛처럼 흘렀다 한다
그가 생각에 잠겨 잠시 눈을 감자
먼지 한 알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 울 듯 요란했다
다시 입을 열어 말을 마쳤을 때
방안에는 오색영롱한 구름이 청중 사이로 번졌다고 한다
그의 시는 오래된 참나무 그늘이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지친 걸음을 쉬고 있었다
주변에는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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