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라지
홀림
홀림은 대부분 금기였다
금기는 왜 금기여야 하는지 배고팠다 질문도 어려웠지만
까막눈이 되기엔 마음이 들끓었다
5학년 때 종묘에 홀려서
비 오는 날 홍제동인지 홍은동인지 버스를 타고
쭉 갔다.
그 지붕은 역사를 머금지 않았다
그저 빗줄기 속을 달려간 끝의 끝에 있는
쓸쓸하고 가여운 지붕이었다
비의 파란만장한 소리
그 사선의 파란만장함을 지붕은 투실하게 받아내고 있었고
마당은 맘껏 파이며 물길이 어지러웠다
그 때 나는 무척이나 편안하게 쓸쓸해지기 시작했고
가만 시간을 보내다보면
귀가 가득 찰랑거리며
어른이 되었고 조금 늙어버려
세상의 뒤란을 훔쳐본 듯 제법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나 혼자, 겨우 오 학년
첫 홀림이었다
비만 오면 계속 홀려다녔다
가만 생각해 보면
바람에도 홀리고
사람에도 홀리고
몇 줄의 시에도 홀리고
향기에도 홀리고
진심에도 홀리고
온갖 것들에 홀리면서 사는 것 아닌가
양귀비도 마찬가지
저 흔들리는 꽃대는 나약하지만
붉은색은 하염없이 만개한 얼굴로 온갖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
홀리자
그것이야말로 언어의 경계이자 관념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잘 홀리다 보면 내가 보이니까.
물의 정원 양귀비꽃을 보고
문득
나에게 홀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내가 나에게 잘 홀려 치명적인 붉은색으로 나이 든다면
죽은 후에도 꽃 피겠지
그때 내가 나에게, 한껏 잘 살았다 말하겠지
.
.
* 그날 함께 걸으시고 함께 바베큐파티 하신 모든 분들 즐거웠습니다.
*특히 낙화님, 마지막까지 24시간 대여의 카메라 반납 무사히 해주시느라 신논현역까지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정말 감동의 라이딩이었습니다.
* 사진 몇 장 올리는데, 혹 내려받기 안 되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뭘 잘못해서 내려받기 불가로 해놓은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 사진 불편하시면 댓글 주시면 개별적으로 내리겠습니다. 편하게 말씀 주세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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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블루연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0 그 커피 저랑 같이^^
향이 다를 것만 같은 니키타님의 굿모닝 커피.
제게 그 회화 같은 색채와 마술적 미술감각을 주신다면 48시간을 활활 태우겠어요.
후기를 쓰고 나면 니키타님과 원거리가 아닌 근거리 소통을 하고 있는 그런 교우의 틈을 만나곤 합니다.
늘 부족하다 생각해서 뒤에 서있던 사람이라
이런 칭찬 넘 감사하고
뒤늦게 자기를 직시하고 솔직해지기 시작했다는 것만.
나에게 홀리고 나를 더 느슨하게 안아주며 살고 싶어요~
니키타님도 그런 부분이 잘 보여요.
또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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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이린 작성시간 26.06.10 양띠라서 더~
반가웠어요^^ㅎ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블루연화님만의 여유가
좋았네요~~~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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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블루연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0 웃는 모습이 넘 밝고 예뻐서 예전에 산에서 뵐 때부터 기억을 했어요. 좀 된 산행이었지만. 제가 예쁜 사람은 특히 기억을 잘하는 ㅎㅎㅎ
좋은 길 걸으면서 많은 대화는 멋쩍어서 못했지만
또 뵙기를 바랍니다.
사진 잘 찍어드리고 싶었는데.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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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스텐더 작성시간 26.06.11 글도 잘 쓰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고..
못하시는게 없으시네요..
저도 어느새 홀려 버렸나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블루연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1 처음 뵈었지요.
물의 정원 길에 딱 어울리는 상긋한 모습의 이스텐더 님.
오랜만에 걸으시는 길에 함께해서 참 즐거웠습니다.
글은 일기, 사진은 그것을 위한 기록용이라 인물을 더 잘 살리진 못했지만 그 길에 대한 추억은 잘 살아난 느낌이에요.
이스텐더님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ㅎ
다음에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