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거리 풍경 – ‘국악의 날’의 길놀이
-국악이 세계 음악 속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건물이 세종대로(광화문거리) 서울시청 옆에 있다. 그런데 세종대로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걸핏하면 이런저런 시위나 집회가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서울시청 인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쩌렁쩌렁 울리는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에 몸살을 앓는다. 게다가 시위대가 도로를 점령한 탓에 극심한 교통혼잡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시위대들이 어질러놓은 쓰레기 등으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어제(6월 5일) 사무실 창밖으로 꽹과리 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어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위대가 무질서하게 두드려 대는 것과는 달리 북, 징, 장구소리와 어우러진 꽹과리 소리가 무척 차졌다. 그래서 창밖을 내다보니 덕수궁 앞에서 광화문광장까지의 세종대로에 상모돌리기를 비롯해 덧뵈기, 무동 등이 길게 행렬을 이룬 길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길놀이는 본시 탈춤·민속놀이·마을굿, 난장 등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연희자들이 거리를 이동하며 풍악을 울리고 행렬을 벌이는 전통적인 ‘앞놀이’다. 길굿, 거리굿으로도 불리며, 행사를 알리고 사람들을 모아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무슨 일이 있어 길놀이를 하나 싶어 알아보니 ‘제2회 국악의 날’을 맞아 국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국악주간'의 대표적인 행사란다.
6월 5일 <국악의 날>은 '국민과 함께 즐긴다'는 의미의 '여민락'(與民樂)이 세종실록에 처음 기록된 날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음주가무를 즐겼음은 여러 문헌의 기록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갑오경장(甲午更張) 이후 서구 문물이 무질서하게 유입되어 우리의 전래 문화가 급속히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국악은 면면히 그 숨결을 이어왔다. 이제 국악의 날 제정을 계기로 국악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
문화체육부에서는 국악의 날인 6월 5일부터 6월 14일까지를 '국악 주간'으로 지정하고, 전국 각지에서 국민과 함께 국악을 즐기는 다양한 행사를 연다. 우선 6월 5일에는 전국 각지의 농악 및 탈춤보존회, 풍물패 등이 세종대로를 따라 행진한다. 그리고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연희판과 어름사니 남창동의 줄타기를 시작으로, 국가무형유산인 광주칠석고싸움놀이보존회의 고싸움놀이가 시연된다.
그리고 국악주간인 6월 5일~ 7일까지 사흘간 서울 광화문 놀이마당 일대에서 ‘아리랑 대축제’가 열리는데, 대규모 전통 공연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공간이 운영된다. 또한 6월 8일~11일까지 나흘간 서울숲 야외무대에서는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가 열리고, 6월 11~12일 이틀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종묘제례악'과 '사직제례악'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신작 '왕의 제단, 백성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세종대로는 월드컵대회 기간 중 거리응원이 신명지게 펼쳐지던 곳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주로 시위와 집회의 장소로 바뀌고 말았다. 모처럼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에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시위와 집회에 진저리를 치던 사람들이 풍물놀이의 사물 장단에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리고 길놀이를 구경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원더풀!을 연발했다. 이제는 세종대로를 시위의 장소가 아닌 문화의 거리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의 추임새가 광장 가득히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지화자~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