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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기

고추익는 계절(160814)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16.08.14|조회수56 목록 댓글 0

폭염경보로 자주 들리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마리아 할머니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 마리아 할머니 오랜만입니다! 그러니 사진 좀...

- 아이구, 안돼, 안돼~~

아니, 근데 왜 인자 왔어? 어제 저 쪽에 애호박 2개를 지나가는 이에게 따가라 했는데...

우쨌거나 커피 한잔 줄께. 여기 앉아 봐봐....


- 아, 저기 작은 호박 한개 있다.저거 따와.

동글동글하게 생긴 이뿐 호박을 기어이 손에 쥐어 주신다.

- 내가 먹을 수도 없어~ 이렇게 늙은이 찾아봐 주는 것만도 고마워~~


집옆에는 할머니키의 3배나 되는 수수 껑다리가 키재기를 하고 있다.


- 그런데 말이여,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큰 일이여~

우리 영감이 일흔다섯에 가셨는데 그래도 오래 살려면 여자가 나아. 글치?

집앞 밭에는 벌써 김장농사 준비가 다 되어 있다.

무우, 배추, 순무, 갓나물이 심어질 것이다.


- 대파 좀 줄까? 이거는 약을 하나도 안친 것이여.

하면서 제일 실한 넘으로 한 단을 뽑아주신다.


회장님댁 밭에는 들깨가 잘 자라고 있는데 오늘은 잎을 좀 따가기로 승낙을 받았다.

줄기 맨 윗부분을 똑 잘라 가져가라 하신다.(순치기)

잎을 하나씩 따다가 진도가 잘 안나가서 순치기를 하니 금방 포대가 가득 찬다.


회장님은 가뭄때문에 콩밭에 물을 주신다.


주농사인 고추가 빨갛게 잘 익어가고 있다.


한여름에 고추따는 것도 큰 일이다.

키다리 고추밭에 앉아 고추를 따는 것도 힘들지만, 사람도 전혀보이지 않게 된다.


참깨를 베어낸 곳에 김장꺼리를 심으라 하신다.

작년에도 참깨 자리에 순무랑 무우를 심었는데 엄청나게 잘 되었드랬다.


집집마다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널려져 있고...


창고마다 말릴 고추가 가득하다.


김장배추 모종이 싹을 내밀고 있다.

이 동네 어르신들은 대개가 500포기 이상 심어서 아들 딸들과 함께

김장해서 나누어준다.


나의 텃밭에 가보니 안보이던 호박이 방긋 인사를 건넨다.


밭 모양새도 볼품이 없게 되었다.

옥수수는 마르고, 잡초도 무성하고 고구마잎은 고라니가 독식하고...


그래도 보물찾기는 신난다. 수세미는 잘 여물게 해서 물에 삶으면

주방의 친환경수세미로 최고다.


수세미가 사방팔방으로 줄기를 뻗어서 마구마구 달린다.


생명이 다한 줄 알았는데 주키니호박이 또 열매를 내어준다.


마디호박은 수확기를 놓쳐서 아예 늙은 호박으로 만들어야겠다.


대추방울 토마토도 잘 가꾸질 못했더니 거의 끝물이다.


노각오이도 보물찾기 하듯 4-5개를 건졌다.


주키니호박 형제를 찾아서 수확했다.


이외에도 사진은 못찍었지만 평상 위, 감나무묘목 주위, 밭으로의 통로,

대파 심은 곳, 생강자리 옆의 바랭이와 쇠비름, 쑥대를 모두 잘라냈다.

처서가 지나면 잡풀이 못나온다는데... 23일이네.

다음주에는 김장할 밭에 거름내고 땅을 뒤집어서 준비를 해야한다.

올 여름은 폭염때문에 밭농사를 제대로 가꾸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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