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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기

민통선의 밥상(161210)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16.12.11|조회수32 목록 댓글 0


농한기에 접어든 민통선에는 된서리가 내렸습니다.

늦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대부분의 농작물이 얼어붙어서 돌아가시지요.

오늘은 농사일이 없지만 바람따라 구름따라 달려갔더니 

봄부터 풍요로운 결실을 내어주던 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93세 마리아 할머니는 도시 아드님댁으로 가셨다네요.

문짝앞에 신발이 없으니 허전하기만 합니다.


집앞 마리아 할머님 밭을 보니 내년 봄에도 또 씨앗을 뿌릴게 분명해 보입니다.

대파와 쪽파, 그리고 배추 몇포기가 남아있습니다.

평생을 흙과 함께 살아오셨으니 엎드려 기어서라도 농사를 짓는게 행복임을 알수 있지요.


지난 달에 심은 양파와 마늘은 동해방지를 위해 비닐을 덮어 놓았습니다.

한해 농사의 마지막 단도리지요.


회장님댁에 들렀더니 모임의 장부 정리를 하시는데 끝자리가 맞지 않아 끙끙대십니다.

휴대폰 계산기로 맞춰드리자 앓던이 빠지듯 속이 시원하다 하십니다.

- 이달부터 마을회관에 점심먹으러 가는데 자꾸 인원이 줄어서 재미가 없다.

- 호주간 막내아들은 언제 올껀가? 일기를 찾아보니 내년 연말이네.

- 정치인 문재인이는 어떻고 반기문이는 어떻네...

- 노인기초연금을 신청하라는 고지서가 왔는데 이거 좀 봐주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둘쨰 아들이 패딩점퍼와 털모자를 사왔네요.


옷도 많고 모자도 많은데 왜 사오냐고 투정을 부리는 회장님...

그래도 표정은 흐뭇하기만 합니다.


기어이 점심을 먹고 가라 하셔서리.....

점심상에 차려져 나온 메뉴중 1년중 이때만 나오는 동어구이에 눈이 번쩍 합니다.

숭어새끼인데 딱 멸치 크기입니다.

김장김치를 얹어서 먹으면 뼈쨰로 꼬소하게 먹을 수 있지요.


간장게장도 직접 담그신 것이라 맛이 짱입니다.


순무김치도 정말 오리지날 원조 맛입니다.

일년에 단 한번 자연조건대로 키우니까 단단하고도 순무 고유의 향이 강하지요.


푸짐한 민통선의 신토불이 밥상을 짧은 글로는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한겨울의 농한기는 내년 2월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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