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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기

마리아 할머니 부고 소식(170704)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17.07.07|조회수28 목록 댓글 0

93세 마리아 할머니 집앞을 지나노라면 늘 구멍이 숭숭난 이 문앞에서 앉아있다가

반가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신다.

그런데......
이제 안계신다. 지난 주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허리도 꼿꼿하고 눈과 귀도 밝고 집앞 텃밭 농사도 잘 가꾸셨는데...


지난 봄, 몸이 좀 안좋아서 아들네 집에 갔다가 요양원으로 옮겼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쉽게 선종하실 줄은 몰랐다.


버선발로 기다시피 하면서도 이 밭에 감자며 김장배추를 잘도 가꾸셨는데...


여름이면 애호박 하나라도 손에 쥐어주시고, 겨울이면 박카스도 꼬옥 주시곤 했는데...

이제 대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이 자물쇠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 아닐진저,

이 집 주인장이 하늘나라에 가셨음을 알리는 부고이리라.

허망한 마음에 잠시 손을 모으고 마리아 할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빌면서

주모경 기도를 바쳤다.


밭으로 와보니 수박이 제법 티를 내고 있어서 까치밥이 되기 전에

그물망으로 잘 덮어두었다.


참외가 올해는 성적이 좋지 않은데 그래도 하나 둘씩 달리기 시작하니 반갑다.


옥수수도 수염을 달고 나오니 이번 주말쯤에는 첫 수확을 해도 되겠다.


옥수수 수염이 마를 때 바로 따면 된다.

딴 후에도 빨리 삶아야 맛이 살아있다고 한다.


회장님 집앞에서 주워다 심은 들깨 모종이 제법 잎을 따먹을 만 하다.


땅콩도 제법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다.


방울 토마토는 줄기를 제거할 때 잘못 하는 바람에 원줄기를 키우지 못했다.

그래도 첫 수확물을 제공해주니 고마울 뿐...


오이는 생각보다 올 때마다 몇 개씩 따는데 왼편의 노각오이는 중환자 신세다.


지난주 옮겨심은 대파가 비를 만나서 잘 살아난 것 같다.


적상추는 역시 1주일만에 원상복귀 자세로 잘 커주었다.


청상추도 궁둥이 방석을 달고서 열심히 따주었다.


아욱은 어느새 종족번식의 자세로 커서는 씨앗을 맺기 시작한다.

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 자주 와서 보살펴야 한다.

복숭아 봉지가 안떨어 졌는지 삻펴보고, 고추와 가지 곁순도 떼주어야 하고,

잡초는 당연히 제거하며, 액비도 적당히 공급해야 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

다시 한번 마리아 할머니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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