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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기

한여름 도시농부 일기(1807)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18.08.11|조회수39 목록 댓글 2

7월 첫 토요일 부천 수도원 봉사일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대파 모종을 옮겨 심는다.

봄에 씨앗을 뿌린 대파는 김장 무렵에 굵고 튼실하게 자라 겨울 양식이 된다. 


다른 팀은 하우스 토마토를 수확한다.

안그래도 더운 날에 하우스작업은 그야말로 찜질방이 무색하다.


올여름 민통선은 동네 전체가 미국 선녀벌레가 창궐하였다.

뽕나무 아카시아 호박 쑥 칡.... 등 모든 식물의 줄기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는다.

전용 농약을 사서 의욕적으로 뿌려보지만 워낙 넓게 퍼져있어서 퇴치 불가...


그나마 갈 때마다 수확하는 즐거움이 크다.

수박을 쪼개보니 씨는 덜 여물었지만 맛이 잘 들었다.


수박은 2포기 심었는데 올해 농사가 가장 잘 되었다.

포기마다 4개씩 달렸고 그물을 덮었더니 새도 쪼아먹지 않았다.

퇴비넣고 액비 가끔 뿌려주고 페트병에 물담아 공급하고...

순지르기는 일체 하지 않고 냅둬 농법으로 했는데 배구공만한 넘으로 8개를...


부천 바오로농장에 가던 날 토마토 쥬스 만들기 체험에 참가하였다.

토마토는 살짝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제거하고 갈아서 쥬스를 만든다.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서 소금을 살짝 뿌리고 끓이면 끝~~~

생수통에 넣어 냉장보관하면 여름 내내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짧은 장마후의 폭염은 역대급이다.

이 날도 아침 일찍 출동하여 수로의 잡초를 모두 낫으로 베어버렸다.

물론 온 몸은 땀범벅...으로 9시에 철수하다.


햇살이 뜨거우면 과일들이 잘 익고 당도가 올라간다.

이 날도 수확물이 무겁기만 하네.

노각오이, 참외, 단호박, 애호박, 토마토...


7월 마지막주에는 드디어 수박을 모두 따냈다.

열매를 맺고 45일만에 수확하라는 얘기...

이 날은 너무 무거워서 외발 손수레에 싣고 나올 정도였다.


민통선 들깨가 가뭄속에서도 잘 자란다.

갈 때마다 깻잎 한 봉지씩 수확하는데 그 향기는 정말 찐하다.


장모님이 쓰던 부라더미싱을 손보고 케이스도 주문했다.


1930년 어머니 혼수품인 일본 자노메미싱도 수리했더니 아주 잘 돌아간다.

90년 된 골동품이지만 150년은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며 수리점 사장님은

대를 물려서 잘 간직하라고 한다. 



한여름의 농촌은 한가롭기 그지 없는데 햇살이 따가운 낮시간은 말 할 필요도 없다.

회장님과 이웃의 교장 선생님이 참나무 그늘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한담을 즐기신다.


옥수수는 수염이 마르면 따야하고 최대한 빨리 삶는 것이 맛내는 비결이다.

작고 못생겼지만 그래도 맛은 일품이다.

수염은 따로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고...


황금궁전 레지오팀에서 공동 관리하는 고구마밭에 잡초를 모두 뽑아내고

풍요로운 가을날을 기대해본다.


민통선 텃밭의 복숭아나무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폭염과 가뭄, 그리고 선녀벌레의 극성이다.

수확시기가 다가오니 이제 농약도 뿌릴 수가 없다.


복숭아가 발그레 색이 물드니 새가 먼저 시식을 해본다.

쪼아낸 곳을 도려내고 맛을 보니 당도가 꽤 높네.


흐름이 멎은 도랑물을 팔이 아프도록 퍼날라서 복숭아나무에 공급해주었다.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더 크라고...


나무 전체로 번져버린 선녀벌레의 모습이다.(가지에 하얀 것들)

열매를 수확하고 나서 아주 섬멸해 버릴 것이다.


수로에 심은 토란잎이 타들어간다.

농부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뒤늦게 맺은 꼬마수박이 넘 이뿌고 귀여워서 땄는데 차마 칼을 대지 못하겠다.



이제 입추도 지났으니 계절의 흐름은 어김없이 다가올 것이다.

다음주 말복이 지나면 퇴비넣고 밭을 만들어서 김장배추, 무우, 순무, 갓,

쪽파 등 김장채소를 심어야 한다.

그리고 마늘과 양파 심을 준비도 해야하지.

농사는 모든게 때를 잘 맞추어야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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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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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ppasha | 작성시간 18.08.12 선녀 벌레 - 죽은 가지에서 알로 월동. 5월 중순에 부화한 약충은 새로운 가지나 잎으로 이동해 가해, 성충은 7~9월에 나타나서 9월경에 죽은 가지의 표피 등에 산란 - 알을 낳기 전에 섬멸하거나, 4월 말 5월 초에 약을 쳐야 하네요 ^-^
  • 답댓글 작성자이냐시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8.12 복숭아 수확만 하면 농약을 확~~~ 칠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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