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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일기

민통선 농사와의 이별 준비(230414)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23.04.15|조회수21 목록 댓글 2

며칠 전 회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텃밭을 하고 있는 땅에 집을 짓기로 했으니 지금 있는 작물만 수확하고

추가로 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200여평의 이 밭은 맹지인데 앞쪽 땅을 산 사람과 같이 주택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니까

맹지의 활용이 극대화된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15년 정도 백리길을 오가면서 정이 듬뿍 들었던 터....

특히 작년부터는 유기농을 한다고 퇴비, 액비, 미생물 농법과 지렁이 분변토까지 만드는 중이고,

그래서 땅도 유기물이 많아져서 부슬부슬하니 삽질도 거저 먹기로 되었으며,

밭 입구에는 해바라기, 코스모스, 홍댑싸리 등 꽃씨도 뿌리고

곰취, 부지깽이, 초석잠, 하늘마, 도라지, 더덕, 백하수오, 복분자도 심었고,

옥수수, 강낭콩, 상추, 쑥갓, 완두콩, 바질, 가지, 대파, 호박, 박, 제주오이 등등의 씨앗도 뿌려두었고,

지금 크고 있는 작물은 마늘, 쪽파, 대파, 부추, 복숭아, 자두, 살구, 대추 등이다.

 

머, 내 땅이 아니고 집을 짓는다는데 하등의 이유도 없이 바로 방을 빼면 되는데

문제는 비닐하우스와 함께 살림살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장님을 만나서 저 산너머도 좋고 구석자리도 좋으니 빈 땅이 없겠냐고 여쭈니 모르겠다 하신다.

여차저차 이야기 끝에 나오면서 이장님을 만나 같은 얘기를 나눠보니,

빈 밭은 아는 것이 없고 전에 할머니 한분이 250평 맹지 밭을 팔아달라고 했는데.... 라고라.

그래서 그 지번과 가격을 좀 알아서 연락을 부탁드렸다.

그 땅이 맹지이긴 하지만 2-3년후 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라 투자성이 있다고 은근히 정보를 주는....

근데, 땅값이 적어도 평당 50만원은 넘을 터인데 억억 소리가 난다.

 

밭으로 가서 이제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한번 둘러본다.

복숭아꽃이 피는데 8월에 익으니까 별볼일 없고...(약 안치고 봉지 안싸니 일이 없게 되었다.)

근데, 이렇게 꽃이 피었는데 희한하게도 꿀벌이 한마리도 읎따.

 

병충해 때문에 성한 열매를 항개도 구경못한 자두나무도 이젠 꽃구경이나 즐기세.

 

수분수로 심은 이 자두나무도 마찬가지....

그래도 살구는 6월에 익으니까 잘하면 맛은 보것따.

 

복숭아 꽃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수정할 꿀벌이 한마리도 안보인다. 당췌!!!

 

발효퇴비 2의 온도를 보니 여전히 60도로 뜨끈뜨끈하다.

아이고, 이 퇴비도 아까비~~~

 

퇴비 색깔도 좋고 방선균도 듬뿍이라 아주 잘 발효중이다.

 

지난주 배양한 분변토 미생물 원액을 물조루에 담아서 마늘에 뿌려주었다.

미생물과 액비를 주어서인지 아주 기세가 좋다.

 

마늘 잎이 7~8엽에 대궁도 손가락 굵기로 아주 양호한 성장세이다.

여태껏 해온 마늘 중에서 단연 역대급이다.(그만큼 전에는 시원찮았다는.... ㅋㅋ)

 

고추랑 생강 심을려고 거름넣고 관리하던 두둑의 비닐도 다 벗겨내고,

씨앗 파종하고 덮었던 차광막도 거두고....

대파와 고추 심을 두둑 가장자리에 뿌렸던 완두콩 싹이 나와서 자두나무 도장지 자른 것을

옆에 지지대로 꽂아주었다.

 

쪽파는 순서대로 뽑아먹고자 한 봉다리 뽑아 담았다.

비닐 덮은 곳 감자를 살펴보니 싹이 손가락 한마디 나오다가 냉해를 입었다.

감자와 마늘을 수확하면 완전 철수를 해야 한다.

저 끝에 대파랑 더덕, 도라지는 그 때 캐내면 되것꼬....

 

퇴비칸이며 그늘막, 퇴비더미, 액비통 등을 또다른 감회로 마음에 담아둔다.

 

손가락 굵기의 복숭아 묘목을 심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렇게 고목이 되었으니

세월의 흐름이란.....

 

새로 장만한 지렁이 집도 담에 가면 쏟아내고 스티로폼 분리수거나 미리 해야것따.

 

철수하면서 뒤돌아 본 텃밭 풍경도 이제 사요나라~~~가 멀지 않았다.

 

이곳의 쑥은 이제 뜯기 좋을 크기라 한봉다리 뜯어넣었다.

 

저녁상에 쑥전이 올라 왔으니 한잔의 막걸리가 빠질쏘냐.

마침 부산 처남도 출장와서 밤늦도록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알고 있었지만 막상 통보를 받고 보니

감사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함께 소용돌이 친다.

보험처럼 미리 다른 땅을 수소문해 놓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른 텃밭을 구해봐야지.

가만 생각하니 동네 할매들이 땅 사정을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 담에 가면 할매들을 만나봐야 하겠다.

차선책으로는 고촌에서 3~400평 텃밭을 하는 오폴 형님이 자기 밭의 고랑을 좀 내어주겠다는데.....

그 외에도 병은 자랑하랬다고 지인에게도 소문을 좀 내봐야겠다.

거기 있는 물품들은 필요한 이들에게 다 나눔하고 빈손으로 나와야겠다고 마음을 비운다.

이젠 10평만 되어도 좋것다. ㅎㅎ

고추 3포기, 가지 1포기, 오이 2포기....

힐링이자 소일꺼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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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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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실 | 작성시간 23.04.17 아이고..제가 다 이렇게 섭섭한데 얼마나 마음이 허할까요?
    지난번 10만원 받을땐 아무소리않더만^^
    하루이틀만에 결정된것도 아닐터!
    아마도 더 좋은땅을 만나게되리란 암시일거예요~^^
    좋은일이 딱 생겨버리길요.
  • 답댓글 작성자이냐시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17 공감해 주심에 감사드려요.
    사실 의욕이 떨어지고 하지만 우짜겠어요.
    나름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응게로 잘 되것지유? ㅋㅋㅋ
    이 핑계로 또 대포나 한사발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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