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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참외 서리 닭 서리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23.02.16|조회수42 목록 댓글 1

서리: 떼를 지어 남의 과일곡식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

 

여남은 살때 저녁 먹고 나서 친구들이 매일 모이는 사랑방에 갔다.

무슨 얘기인지 깔깔대며 시끌벅적 떠들다가 한 녀석이

"우리 심심한데 장갖 가는 길옆 참외밭에 서리 하러 갈래?" 하고 바람을 잡았다.

서로 눈을 쳐다보며 껌벅껌벅 하다가 금세 의기투합하여 가자!

그 날은 달도 없이 깜깜했지만, 참외밭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밭 가운데에는 원두막이 우뚝 솟아있고 인기척은 없어 보인다.

자세를 납작하게 엎드려서 살살 밭고랑으로 들어갔는데,하도 깜깜해서 참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할 수 없이 참외 덩쿨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참외를 하나씩 따서난닝구 안에 집어넣었다.그런데 원두막에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주인장이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우리는 순간 숨을 멈추고 동작 그만 자세로 한참을 기다렸다.몇 개씩 더 딴 후에 다행히 들키지 않고 철수하였다. 살금살금 기어 나와 사랑방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각자의 노획물을 끄집어 내 보는데,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꽤나 큰 참외들이 모두 시퍼렇게 덜 익은 것들이었다.- 야, 이거 우짜지?- 에이, 묵지도 몬하고 쇠죽솥에 넣어뿌라.- 막걸리 가져 온나, 술이나 한잔 묵자 고마.머, 이렇게 멋대가리 없이 참외서리는 끝나부렀다.

원두막은 밭가운데 밭이 모두 잘 보이는 곳에 있다. 밭주인은 밤에 서리꾼을 감시하기 위해 여기서 밤을 지샌다.

 

어느해 겨울날, 저녁 밥상에 닭서리 이야기가 나왔다.얘기인즉슨, 동네 청년들 몇 명이 산너머 동네로 닭서리를 해와서신나고 맛있게 끓여묵고 술도 맛있게 잘 먹었단다.그런데 다음날 아침, 산너머 동네 닭 주인이 아무개 청년집에 턱 나타나서는-- 어이, 아무개 있는가?- 아이고 어르신, 아침부터 우짠 일이십니꺼?- 허허, 딴소리 말고 닭값이나 내놓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하는데, 흰 고무신 한짝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 고무신 코에는 이름 석자가 굵게 써져 있었다.

실은 전날 밤, 닭장에 닭을 잡아 나오는데 어설프게 잡아서 닭이 

엄청나게 반항을 하면서 꼬꼬댁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후다닥 

도망오느라 신발 한짝이 벗겨져 버린 것이다.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뒷머리 긁으면서 사죄하고 닭값을 물어 주었다는.....

* 해설: 그 당시는 모두 흰 고무신을 신어서 동네 사랑방에 모이면 

내꺼 니꺼 구분이 안되므로 자기 신발에 이름을 찐하게 써놓아야 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수박 복숭아 사과 등 과일이 귀할 때이므로 밤에 몰래 가서 

훔쳐 먹는 서리를 했던 것이다.

물론 절도에 해당하지만 장난삼아 조금씩 하는 것이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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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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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실 | 작성시간 23.03.22 남학생들이 모여 한번씩 하던 거였지요.
    울오빠도 하다 들켜서 혼났던 기억이~~ㅋㅋ
    참 재미나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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