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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맷돌 손두부

작성자이냐시오|작성시간23.02.17|조회수10 목록 댓글 1

농한기인 겨울에는 따스한 날을 잡아서 두부를 만든다.

전날 노란콩을 잘 씻어 물에 불려놓았다가 아침부터 맷돌에 넣고 갈기 시작한다.

맷돌 일은 두 사람이 하는데, 다라이에 담긴 물과 콩을 작은 종재기로 조금씩 떠서

맷돌 구멍으로 계속 부으면서 맷돌을 같이 돌린다.

그러면 콩은 부드럽게 갈려서 아래 큰 다라이로 흘러내린다.

꼬맹이인 나도 어머니나 형수랑 같이 자주 맷돌을 돌렸다.

돌아가는 맷돌 중간중간에 흐름을 타면서 콩과 물을 부드럽게 떠넣는 것도

꽤나 노하우가 필요한 기술이다. 

초보자는 맷돌을 멈추고 넣어야 하므로 너무 힘이 든다.

우리집 맷돌은 장독대 코너에 있었다.

콩을 다 갈고나면 사랑방 가마솥에 전부 퍼다 옮기고 불을 때기 시작한다.

불은 장작불로 은근하게 오래 때야 하고 눌어붙지 않도록 수시로 콩물을 저어야 한다.

한참 후에 콩물이 끓으면 면자루에 퍼담아 넣어 콩비지를 짜내고,

남은 콩물에 간수를 넣어 끓이면 순두부 결정체가 응어리진다.

순두부를 한사발씩 퍼담아 양념 간장을 넣고 먹으면 최고의 맛이다.

이 때는 안 마당 바깥 마당에 있는 모두를 불러서 순두부 한사발씩을 먹인다.

그걸 퍼내서 나무상자에 담고 잘 눌러주면 구수한 두부가 완성된다. 

 

두부가 잘 눌러져 모양이 완성되면 식도로 대강대강 칼금을 넣어준다.

금방 만든 두부는 따끈해서 간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구수하다.

"흠, 바로 이 맛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어머니는 두부 두어모를 쟁반에 담아서 옆집 큰댁 형수를 불러 담너머로 넘겨보낸다.

"오늘 두부 쫌 맨들었는데 식구들 맛이나 좀 보게."

두부 외에 콩비지는 또 돼지뼉다귀와 시래기를 넣고 끓여 먹는다.

이렇게 겨울에는 한해동안 거둔 농산물을 가공하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맷돌 손잡이를 '어이' 또는 '어처구니'라고 하는데,

'어이 없다' '어처구니 없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은 더더욱 많아지니

이 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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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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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실 | 작성시간 23.03.22 맷돌에 콩갈기는 어린몸에 쉽지는 않지만..고사리같은 손으로 돕기위해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그리움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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