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1일 EBS 한국기행 정성진 작가님으로 전화가 왔었어요.
이번에는 울진과 봉화가 촬영지로 선정되었는데,
테마는 “밥상 위의 겨울 - 그리워라, 엄마 밥상”으로 어머니의 손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방문하겠다고 하셨어요.
기쁜 마음에 흔쾌히 승낙하였는데, 다음날 곧바로 달려오셨어요.
와서 보니 여러 봉화고택 중에서 풍산김씨 집성촌 오록마을에서 첫 번째에 위치한
저희 망와고택이 소문난 것 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아름답고 전망좋은집이라면서,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해주신던 옛날밥상을 찍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머니와 함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촬영할 소재거리를 모아 돌아갔고,
여러 차례 통화 끝에 소재를 결정하여, 오정옥 감독님과 김병완 PD님께서 오셨어요.
집 안 밖을 둘러보면서 울타리가 돌담장으로 쌓여있고,
군불 넣는 전통한옥에다가 부뚜막에는 가마솥이 걸려있고 맷돌과 망가진 디딜방아까지
작가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내용과 똑같아서
마음속으로 그렸던 그림이 잘 나올 것 같다고 하십니다.
촬영소재는 산에 가서 디딜방아의 공이를 만들 목재와 땔감용 나무하기,
맷돌에 콩을 갈아 두부 만들기,
산에서 베어온 목재로 공이를 만들어 교체하여 방아 찧기,
허물어진 돌담장 보수하기,
옛 추억의 인근에 있는 오전약수터에 약수 먹으러 가족나들이,
들판으로 나가 냉이 캐기와
내가 어려서 맛있게 먹던 늙은 호박국과 손 두부찌개, 냉이무침을 메뉴로 한
엄마 밥상을 찍기로 하였어요.
이렇게 12월17일부터 3일 동안 찍은 영상이 엊그제 목요일 저녁9시25분에 방영되었어요.
곧이어 한국기행 제작진으로부터 방영된 영상을 받았고요.
보고 또 보고 밤새도록 보면서 영상을 캡처하였어요.
어머니 살아생전에 저희 사남매의 소중한 추억을 담아주신
EBS 한국기행 제작팀께 머리숙여 감사드리며 캡처한 사진을 올립니다.
저희 망와고택이 있는 풍산김씨 오록마을 입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북쪽의 봉황산 넘어에는 옥석산과
동양 최대규모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리잡고 있고
좌측으로는 늦은목이 우측으로는 문수산이 있지요
마을 대부분의 울타리가 돌담장으로 되어있어 운치를 더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저희집 망와고택 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저희집 망와고택의 두번째 사진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저희 사남매가
어렸을 때의 추억을 그리며 인근 오전약수터로 약수물 먹으러 집을 나섭니다
어머니가 누나와 동생들을 기다리는 동안
색소폰으로 오빠생각을 불러봅니다
색소폰을 불 때면
언제나 망와고택의 마스코트 재롱이도 함께 합니다
녹화중에 PD님께서
커다란 대들보를 보시면서
갑짜기 집이 몇년이나 되냐고 물어보시길래
지난 2000년 저희집을 중수할 때 확보한
상량문 사본을 근거로 역사를 설명합니다
저희집은 망와 선조님의 종택입니다
옛날에 종손이 살다가
종손은 지손인 저희 웃대 조상님께 이 종택을 물려주시고 타지로 나가셨어요
현재는 아버지를 이어 제가 집을 지키고 있으며
종손이 거주하지 않으니 종택이라는 표현을 하지않고
망와고택이라고 표현하지요
보시다시피 종택 중수 상량문이라고 되어 있지요
중수 상량문이 상지43년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중수한 시점이 서기1906년이고요
전통한옥인 기와집의 중수(대대적인 보수)는
일반적으로 지은지 80년에서 100년이 지난 다음에 중수하므로
중수 상량문에 근거하여
약200여년 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였어요
어머니가 저희 사남매를 위하여
손두부를 만들자고 하시어
어머니와 함께 양지바른 툇마루에 걸터앉아
콩을 고르고 있어요
정말 오랜만에 맷돌에 콩을 갈아봅니다.
처음에는 잘 안갈리더니 차츰 잘 갈립니다
어렸을 때는 가끔씩 맷돌을 사용했었는데...
맷돌을 돌리다가 힘이 들어서
옆에 있던 동생을 불러 바톤터치 했어요
동생도 어렸을 때 맷돌을 돌려봤나 봅니다
엄마가 시키면 돌리다가 도망갔다네요...ㅎ
맷돌에 곱게 간 콩을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을 지펴 부글부글 끓입니다
막내가 어머니께 제일 잘해요
고향에 내려 올 때면 언제나 지금처럼
어머니 옆에 꼭 붙어 다닌답니다
나이를 먹어도 막내는 막내인가봐요
어머니 곁에 붙어앉아 많은 얘기를 나누어요
두부를 끓이는 아궁이에는 지펴넣은 장작불이 예술입니다
잘 끓여진 콩을 자루에 담아서 홍두께로 눌러 콩을 짭니다
잘 걸러낸 부드러운 콩물에 간수를 넣고
저으면서 뭉근하게 끓여주면 콩물이 엉키면서 순두부가 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순두부를 틀에다 붓습니다
틀에 부은 순두부를 물기를 빼서 눌러 굳혀야
비로소 두부가 완성되는 것이지요
동생이 틀에 부은 순두부를 눌러 굳힐 맷돌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완성된 두부를 틀에서 빼내어 한모씩 잘라 물에 담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두부가 얇아 모양이 나지 않는다며
10프로 부족하다고 하시지만
그 정성은 120퍼센트 넘지요...ㅎ
멀리 제주도에 사는 누님과 서울 동생이 들어옵니다
누님과 동생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를 모시고
냉이 캐러 들판으로 나갔네요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 냉이를 캐는 어머니가 신나고 좋기만 하십니다
겨울 냉이를 캐면서 어머니가 노래 한곡조 뽑았는것 같네요...ㅎ
어머니는 늙은 호박을 꺼내고 누님은 뜯어 온 냉이를 다듦습니다
어머니는 늙은 호박을 꺼내어 다듦습니다
제가 어려서 즐겨먹던 늙은 호박국을 만들어 주실려나 봅니다
어머니가 무친 냉이를 누님이 맛보게 하시네요
어머니가 무친 냉이를 누님이 맛보게 하시네요
쨘~~~!
드디어 그리웠던 엄마 밥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엄마 손으로 만든 두부찌게와
내가 어렸을적에 제일 좋아했던 늙은 호박국
막 캐온 냉이무침에 배추전까지
그리웠던 어머니, 엄마 밥상입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잘 차려진 두레밥상에
우리 사남매 옹기종기 둘러앉아
어머니와 함께 어렸을 때의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오랜 세월속에 낡고 닳아 사용하지 못하는
디딜방아의 공이를 갖고 왔습니다
그옛날 아버지가 다듬어 노으셨다는 공이지요
이제 제가 다듬어 맞춰노을 것입니다
어머니께 공이에 대하여 물어봅니다
공이는 참나무와 소나무 두 종류로 만들어 놓고 사용했다고 하십니다
동생과 함께 뒤안으로 가서
갖고 온 소나무를 잘라 짜구와 대패질로 공이를 다듦습니다
긴 시간 동안 힘들어 다듦는게 그래서인지
거의 다 다듬었는데 뭘 더하냐며
마무리하길 권하네요...ㅎ
깍고 또 깍으니
아버지가 만들어 놨던 공이와
모양은 비슷하게 만들어진거 같네요
잘 맞아떨어지길 바래면서 조심스레 끼워넣습니다
공이를 만들어 끼우자 마자
지켜보던 누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시연을 해봅니다
공이가 예쁘네요
방아를 찧을때 전체적으로 왔다갔다 제자리를 못잡는데
이것은 받침목이 헐거워서 그런거니까
쎄기를 박아 고정하면 되구요
삐걱삐걱 쿵쿵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
방아찧는 소리입니다
방아 소리에 어머니도 달려오셨어요
옛 생각에 방아에 올라섰는데 방아가 들리지 않네요
젊었을 때는 혼자서 찧는 걸 봤는데
어머니 몸무게가 어느새 이렇게도 가벼워지셨나...
마음이 뭉쿨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지금부터는 오랜 세월속에 무너진 돌담장을 부분해체하여 다시 쌓는 장면이지요
아침날씨가 쌀쌀해서 모닥불을 피워 손을 녹여가면서 쌓지요
촬영 후 오정옥 감독님과 김병완PD님과 함께 모닥불에 고구마도 구워먹었는데
추운 날씨 속에서 검게 탄 노란 고구마를 호호 불어먹는 맛도 일품이었지요
고향에 내려와서 제일 먼저 손댄 것이
무너지거나 사라진 돌담장 쌓기인데요
아직까지도 이렇게 쌓고 있어요...ㅎ
삼일간의 일정이 짧기만 합니다
자주 찾아오는 딸들이지만
보낼 때는 언제나 아쉬운 마음 뿐이지요
이제 누님과 동생들을 떠나보내는 순간입니다.
조심해서 잘 가라며 동생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으시며
헤어짐의 아쉬움이 많은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쨘~합니다.
자식들이 떠난 빈자리
허전해 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정성을 다해주신 오정옥 감독님과 김병완 PD님
스토리를 짜주신 정성진 취재작가님
잔잔한 목소리로 정겨움을 더해주신 이금희 내레이션님을
기억하고자 마지막 두편의 사진을 올립니다
이렇게 2박3일 동안의 즐겁고 행복했고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큰 선물을 안겨주신 EBS 한국기행 제작팀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