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장자리에는
내가 어렸을적 아버지께서 심어노은 감나무에
탐스러운 감들이 주렁주렁 가지끝에 매달려 노랗게 익어가고 있어요
성질 급한 녀석들은 빨갛게 홍시가 되어 데롱데롱 매달려 있구요
어머니, 아들녀석과 함께
낮은 곳은 사다리를 놓고 높은 곳은 감찝게로 하나 둘 따내렸지요
저 높이 달린 것들은 까마귀 밥으로 남겨두고
상자에 담으니 네상자나 됩니다
저녁을 먹고 안방에 둘러앉아 정성스레 감을 깎습니다
아들녀석은 깎은 감을 10개씩 줄에 묶습니다.
이틀 밤을 깎아 세어보니 모두 700여개나 됩니다
옛날에는 서리 당할까봐 안채에서 말렸지만
이제는 서리 할 아이들도 없는 시골이라
보기 좋도록 사랑채의 서까래 밑에다가
철사줄을 당겨놓고
한줄 두줄 철사줄에 걸어 놓습니다
모두 걸어노은 다음에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니
옛날 시골의 가을 풍경의 한컷을 담아낸 것 같아서
곶감 깎느라 밤세웠던 이틀간의 피로는 온데간데 없고
어렸을적 온들녘이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날에 잠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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