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년 광복절입니다.
벌써 76년 전의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송두용 선생님이 해방 다음해(1946년)에 쓴 이 글을 보면 절로 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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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밑에서>
나는 지난 봄 어느 날(3.25) 오후 두 시경에 인천시청 문 앞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동안에,
같이 서 있는 어느 분과 시청 지붕 위에 펄펄 날리고 있는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벌어졌다.
어느 분 : 작년 이때에는 꿈에도 생각못한 일이지요? 아, 저 바람에 날리는 태극기를 보세요!
"글쎄올시다." 하고 나는 대답하였다.
이렇게 간단하고 거의 무의식적인 대답이었으나,
그 순간에 두 사람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누를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떠돌았다.
오! 태극기, 조선기. 우리나라 국기.
이것을 우리의 손으로 공중에 높이 달 수 있고,
또 우리의 눈으로 마음껏 쳐다볼 수 있게 해준 것이 누구일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것이 사람이거나 하나님이시거나 나는 묻고 싶지 않다.
다만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한껏 치하하고, 감사하고, 사례하고 싶은 것뿐이다.
두 사람은 잠시동안 감격에 넘쳐 뜻하지 아니한 극적인 장면인 신비경을 맛보았다.(1946.6. 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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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태극기를 보며 감격에 겨워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일본인 야나이하라다다오(矢內原忠雄)는 이렇게 회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아, 슬픈 날입니다.
이 나라가 시작된 지 2,600년.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심판이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마을은 불타고, 사람들은 거꾸러졌습니다.
몇 십만의 죄없는 피를 흘리고나서야 전쟁은 끝났습니다.
하나님, 저희는 죄를 범했고, 당신을 배반했습니다.
당신은 저희를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진노의 손으로 저희를 쫓고 질책하시니,
자비없는 죽음의 공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총칼로 세워진 것들이 총칼에 넘어졌습니다.
70년(메이지 시대)의 걸음이 하루에 무너졌고,
2천년(일본 역사)의 영광은 하룻밤에 부서졌습니다.
하늘은 어둡고, 사람들은 시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얼굴로 선조를 대해야 할까, 어떤 것으로 자녀를 가르칠까!
사람은 벌을 받아야 바스라지고 죄를 깨달을까요?
우리의 탐욕과 교만이 이 심판을 가져왔으니, 하나님은 호리도 남김없이 내놓아라 하십니다.
우리는 주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수치를 당해야 합니다.
결국 주께서는 우리를 완전히 버리시지 않고, 언젠가 우리의 고통을 돌아보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고난으로 신앙을 배워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는 날, 우리는 비로소 평화와 자유를 기뻐 노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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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하라 선생은 참으로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양심의 소리, 신앙의 사람이 있었기에 사과를 모르는 일본이 그래도 존속하나 봅니다.
우리 민족의 명절, 기쁜 광복절에
조용히 하나님의 뜻을 생각해보고자 두 개의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