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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인연-일한청년우화회보 기고문(김복례)

작성자메나리|작성시간22.06.08|조회수23 목록 댓글 0

소중한 인연

藤尾正人 선생님을 추억함

金福禮

 

   10여 년 전 일입니다. 오류문고에서 책을 정리하다가 아주 작은 책을 발견했습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수첩만한 크기의 책, ‘藤尾正人 인터넷 聖書ばなし’였습니다. ‘あのね’로 시작하는 글이 너무나 친근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친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글인데, 그 내용은 너무나 진지한 그리스도교의 핵심 진리였습니다.

 

   ‘이렇게 쉽게, 이렇게 편하게 성서를 이야기할 수 있구나.’

 

   내가 속해 있던 오류동 집회에서 소개했더니, 널리 읽게 하자는 의견이 있어 ‘성서신애’ 잡지에 ‘할아버지의 성서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후지오 선생님과의 인연 시작입니다. 일본어 실력이 짧아 처음에는 문장을 건너뛰기도 하고, 부연 설명을 붙이기도 하면서 겨우겨우 조악한 번역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10권까지 차례로 보내주시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제가 일본어를 배운 후, 최초로 읽었던 책이 桝本梅子님에 관한 ‘一世紀はドラマ(1세기는 드라마)’였는데, 알고보니 후지오 선생님이 쓴 책이었습니다. 인연은 더 오래전이었던 거죠. 감사하게도 선생님은 자신이 쓴 책들을 모두 보내주셨습니다. 서툰 일본어로 편지나 이메일로 독후감을 보내면, 멋진 그림과 글씨가 있는 엽서와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과분한 답장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선생님의 시라사기(白鷺) 블로그에서 글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후지오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읽기 쉽고, 유머가 있어 단숨에 읽게 됩니다. 자신은 격식을 따지지 않는 酒枝義旗 교수님의 제자라며, 자신이 강의할 때는 마음 편히 졸아도 된다고 하신 장면에서 ‘그 스승에 그 제자다!’ 하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의 이런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それでいいのだ 大丈夫(그것으로 좋다 괜찮다)’라는 시를 참 좋아합니다.

 

앗 하니 꽃은 지고 나무는 푸르다.                       あっという間に花は散り、あっという間に樹はみどり、 

초목은 이렇게 변하지만 내 마음은 변치않는다.      草木はこんなに変わるのに、わたしの心は変わらない

부족하고 완고한 그대로 예수님 나를 사랑하신다.   だめで 頑固な そのままで イエスさま わたしを愛される

그것으로 좋다, 괜찮다. 그것으로 좋다, 괜찮다.      それでいいのだ 大丈夫. それでいいのだ 大丈夫.

 

 이렇게 몇 구절만 읽어도 위로가 됩니다. 나의 어떤 모습도 다 받아주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후지오 선생님은 한국을 무척 사랑한 분입니다. ‘韓国に愛をこめて’라는 책을 읽으면, 한국인인 저보다 더 우리 사정을 잘 이해하고, 얼마나 따뜻한 눈으로 한국을 보고 있는지 참 고맙습니다. 깊은 우정을 나눈 한국 친구들이 鄭泰時, 元敬善, 李烈 등 한국의 유명인사들이신데, 그분들과 이 땅에서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고 겸손하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야말로 이런 후지오 선생님을 알게 되어 참 영광이었습니다.

   후지오 선생님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좋은 건 좋다,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自然体가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바람대로 두 나라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를 기대합니다.

 

   이글을 쓰는 지금 선생님과의 유쾌한 추억이 생각납니다. 어느 땐가 직장에서 과자가 잔뜩 든 상자를 받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후지오 선생님께서 집 가까이에 있는 마트에서 샀다며 보내주신 ‘정을 담은 선물’이었습니다. 동료들과 나눠 먹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외국에 이런 자상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느냐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또 2015년 가을, 전국무교회집회에 한국성서신우회가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저를 만나려고 후지오 선생님이 오신다고 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렸는데, 처음 만남이었지만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선생님은 그때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셨습니다. 정말 맛있는 특상 포도를 식사 시간에 맞춰 가져오신 겁니다. ‘하필 비마저 세차게 오는 날이었는데, 포도를 한 아름 싸 들고 전철을 타셨구나’ 생각하니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포도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요즘도 저는 그 초록포도를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지난 2월 22일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선생님의 白鷺えくれ舍(블로그)를 찾았습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 다행히 자녀들이 만든 온라인기념관에서 선생님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손주가 선물했다는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후지오 선생님의 생전 사진이 있었습니다. 지금쯤 천국에서 그 빨간색 모자를 쓰고 그리운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藤尾正人님, 선생님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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