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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쓰는 한국의 이모저모(후루카와 교코)-일한청년우화회보 69호에서

작성자메나리|작성시간22.06.09|조회수23 목록 댓글 0

한국의 이모저모 3 

"우리말"

후루카와 교코

일한청년우화회 문집담당

 

  오늘날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나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은 모어와 모국어가 같습니다. 일본인(Japanese)은 일본어 (Japanese), 한국인(Korean)은 한국어(Korean)입니다.

   80년 전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Korea)에서는 조선어가 일본인에 의해 탄압받고 있었습니다. 이 조선어학회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말모이'라는 한국영화(2019)가 있습니다. 일본에 의한 황민화정책이 강화되어 가던 중 잃어가는 모국어를 사전으로 만들기 위해 목숨 걸고 뛴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무학자입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로 사전제작을 위한 말 모으기 작업을 돕는 동료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자(한글)를 배우고 간판의 글씨를 읽게 된 기쁨, 독서를 할 수 있게 된 이야기 등등.

   결국 학자들과는 다른 시점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인맥(하층민)을 동원하여 사전만들기의 주요 멤버로 대활약을 하게 됩니다. 아들과 딸에게 직접 쓴 편지를 (후에 아이들이) 찾아 읽는 장면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말 그대로 의미의 '한국어'라고도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제가 한국어를 처음 배우고 있을 때 한국의 한 아줌마가, "우리말을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안아주신 일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이 유창한 일본어를 말하면, 놀란다거나 칭찬을 하는 게 일반적이고 자연스런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저의 한국어가 훨씬 서툴어서 객관적으로 보아도 감사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한류가 시작되기 10년 전이었고,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은 마이너리티였는데, 일찌기 우리말을 빼앗아간 나라의 젊은 여성에게 어떤 마음으로 '감사하다'며 안아주었을까요.

   조선어학회사건 60년 후인 2002년, 한일 공동개최로 축구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또 그 시기에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영화, 드라마, K-POP의 인기가 높았고, 그것이 한류가 된 후 20년이 지났습니다. 붐이라고  부르기에는 참 오랜 세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이 많고, 외국어를 배우는 즐거움과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외국어를 스스로 배우는 것과 모국어를 빼앗기고 강제로 외국어를 모어로 배우는 일은 천지차이입니다.

  처음 글을 '오늘날'로 시작했었는데, 오늘날 일본에서는 일본어가 모어가 아니라 오키나와나 아이누의 언어가 모어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언과 언어의 구별을 논하는 게 아닙니다. 개인이나 가족, 지역이나 국가 모두 언어가 중요하다는 건 틀림이 없습니다. 각각의 언어에 우열이 있지 않습니다. 몸에 스며들어 있는 울림, 리듬 등이 좋다 나쁘다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지구 위의 사람들이 어디에 살든 '우리말'로 이야기하고, 서로의 언어를 존중하는 세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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