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만년의 어머니에게 주어진 희미한 신앙

작성자메나리|작성시간22.12.12|조회수28 목록 댓글 4

만년의 어머니에게 주어진 희미한 신앙

이마이칸 뉴스 제54호에서(2022.11.30 발행)

고하타 후지코(木幡藤子)

오사카 성서연구회 회원

 

   2002년 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나는 80대 후반의 어머니를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요양보호시설과 방문요양사, 가사도우미 등을 풀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아무도 오지않기 때문에 내가 집회에 나가는 동안, 대학원에 다니는 여학생이 시간 알바로 일해주기로 하여 마음편히 집을 나서곤 했다. 그 학생은 크리스천이 아니었는데, 뜻밖에도 연말에 찬송가 CD를 어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져왔다. 어머니는 그 선물을 아주 좋아하여 매일 듣고 또 들었다. 나도 때로는 어머니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 어머니는 학창시절 교회에 다녔던 적이 있어 찬송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새해가 되고 첫째 일요일. 나는 어머니에게 넌지시 의견을 물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성서를 같이 읽어 볼까요?"

 

  그리하여 2004년 1월 4일, 우리들의 작은 예배가 시작되었다. 또 자기 전에는 함께 찬송가 한 절을 부르고 기도도 하게 되었다. 인지증(치매)도 시작되었으니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좋을 듯하여, 일요일에 읽을 성서구절을 컴퓨터로 크게 프린트한 것을 둘이 차례로 낭독하도록 하였다. 내 설명이 좋지 않으면, "말도 안 돼" 하며 고개를 젓기도 하셨다.

   그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내가 물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무엇을 갖다주면 좋겠어요?"

   그러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성서!"

   나는 큰 글자 성경을 구해서 갖다 드렸다.

 

   2009년 봄, 드디어 나도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상태는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었다. 그러나 곧 급격히 악화되어 겨울이 되면서 일요일마다 했던 성서 읽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이라도 이해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치무라 간조의 1일1생을 날마다 읽어드렸다. 

   2010년 5월 어느 날, 어머니의 상태가 비교적 좋아보였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울렸던 '1일1생'의 5월 8일 말씀을 천천히 들려드렸다.

   "만일 내가 구원을 받는다면 나의 행위나 나의 신앙이 아니다. 나는 지금 벼랑 위에 서 있는 자다. 나는 언제 또 죄를 범하고, 나의 신앙이 언제 식을지, 또 언제 변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성서 말씀으로 구원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나의 행위나 신앙은 아니다.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뜻을 알고나서 나는 참 평안을 느겼다. 그래서 내 행위가 불완전함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 신앙의 냉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죄의 무거운 짐을 벗고 예수의 피를 힘입어 하나님의 지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다."(히 10:19)

 

   어머니는 정말 집중하여 들어주셨다. 읽기를 마치고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 잘 알아들으셨지요?"

   고개를 끄덕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메나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12 알바생으로 온 여학생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보내준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혼자 읽기 아까워 이곳에 올려봅니다.
  • 작성자손현섭 | 작성시간 22.12.17 우리의 모든 일에 하나님의 사랑이 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주여 당신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면 우리는 희망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 작성자연창호 | 작성시간 22.12.21 모든 일이 합력해 하나님의 선을 이룹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강정희 | 작성시간 23.01.15 저도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