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모저모>
함께 살아가도록
후루카와 교코(古川 京子)
7월말, 오사카 출신 재일 한국인 2세 양영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보러 갔다. 양 감독의 작품에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디어 평양', 북조선에 있는 조카를 촬영항 '사랑하는 선아'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또 다큐멘터리로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고 만든 극영화 '가족의 나라'가 있다. 이 극영화는 양 감독의 저서 '오빠 - 가족의 나라'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양 감독의 부모님은 한국 제주도 출신인데, 아버지는 조선총련의 활동가였다. 어머니도 아버지의 활동을 응원하였다. 부모님은 귀국사업에 협조하여 북조선으로 이주한 세 아들(양 감독의 오빠들), 친척과 교류하고 매년 방문하였다. 양 감독의 가족 뿐만 아니라, 재일 조선인들은 조국 분단후, 선택한 국적이 지리적 출신지와 동일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영화 속에서 양 감독에게 결혼할 상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영희가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일본과 미국 사람만 아니면!"
한 TV프로그램에서 양 감독이 모교인 뉴욕대학원을 방문하여, 자신의 작품을 은사와 재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아버지의 그 말을 들은 구 소련출신이 말하였다.
"잘 알아요. 우리 아버지도 절대 러시아인과는 결혼하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이번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는 양 감독의 결혼상대자가 등장한다. 일본인이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남편 가오루 씨는 결혼 인사를 가서 어머니로부터 닭 속에 마늘, 대추, 고려인삼을 넣은 닭죽(수프)을 처음 먹은 후, 나중에는 만드는 방법을 어머니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하늘의 아버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웃는 얼굴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양 감독은 부모님이 선택한 국적과 오빠들을 북조선에 보낸 일에 대해 의문과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촬영하다가 뜻밖에도 어머니가 그때까지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던 '제주43사건'의 체험을 병상에서 풀어놓기 시작하여, 처음으로 속마음을 알았다고 한다.
처참한 체험담을 이야기한 직후, 어머니에게 갑자기 인지증이 나타났고, 수개월 후에 방문한 '제주 70주년 기념식'에 참여할 때는 당시의 일을 물어도 전혀 대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몇 년 전 독립학원 고교 동창회의 기조 강연에서 간호사인 후배가 '앞으로 인지증 약이 나온다 해도 나는 그것을 먹고싶지 않다."고 말한 일이 생각났다.
영화 팜플렛에서 양감독이 '수프와 이데올로기'라는 타이틀에는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함께 밥을 먹고 서로 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이야기하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의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타이틀, 보고나니 수프의 맛이 스며든 것처럼 내 마음에 스며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