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하나
(쇼난편지 222호 2023년 4월)
반나이 무네오(坂內宗男)
주를 두려워하는 길은 선명하여 영원히 참고 견디는 게 아니며,
주의 심판은 진실하여 모든 게 다 올바르다.(시편 19:9, 일본어 口語역)
1.
지난 3월 20일, 도쿄 고등검찰은 강도살인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되었던 한 사람(袴田嚴 씨)의 재심 개시를 인정한 3월 13일의 도쿄 고등재판의 결정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재심에서 무죄가 될 공산이 크다.
2.
사건은 1966년 6월 30일 밤, 시즈오카현의 시미즈시내에 있는 일본 미소(된장) 제조회사 전무가 사는 집이 전소되고, 화재현장에서 전무 부부와 장녀와 차남 등 네 사람이 누군가에게 흉기로 살해되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 범인으로 전 종업원이었던 프로복서가 체포되어 결국 1980년 대법원의 상고 기각에 의해 사형이 확정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범행의 증거가 본인의 자백뿐이라는 점이었다. 45통에 달하는 자백조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범행 당시 입었다고 한 다섯 점의 의류에서 혈흔이 있었다고 하나, 오래전에 묻은 것이어서 붉은 기조차 사라진 상태였었던 점을 변호사가 밝혀내어, 제2차 재심 청구 중에 사형의 집행정지를 받아냈다. 그러나 검찰측의 즉시 항고로 고등재판소가 재심 결정을 번복하자, 변호인 측이 대법원에 특별항고하였다. 드디어 2020년 말 대법원이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재심하라 돌려보냄으로써, 올해 3월 13일 무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검찰측의 포기를 이끌어낸 것이다.
3.
억울한 사건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법권력측의 고문과 협박으로 자백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신권을 가진 천황제 그늘에서 메이지 헌법을 앞세워 기본적 인권을 유린하고,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제국주의 역사가 있다. 전후 이 일을 거울삼아 현헌법에서는 3대 기본원리의 하나로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60년 가까이 그 억울한 처벌이 방치되어 왔다는 사실을 볼 때, 법원이나 검찰 인사들의 인권감각 부족의 엄격한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만일 일부 사람들의 문제 제기가 없었더라면 선진국에서 유일한 사형제 존속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