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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신앙

작성자메나리|작성시간23.06.05|조회수26 목록 댓글 1

질병과 신앙

(계간 무교회 73호, 2023.5.20)

세오 요조(妹尾 陽三)

 

  최근 오에 겐자부로(大江 健三郞)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 龍一)가 연속으로 세상을 떠났다. 제2차 대전 말기에 태어나 학교 교육을 처음 받을 때부터 민주주의 사상의 환경에서 자란 사람에게 그들은 마루야마(丸山 眞男), 오오츠카(大塚 久雄), 가토(加藤 周一)와 같은 사상의 라인이 되어 많은 것을 남겼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를 향하여 발언한 '시민'이었다. 참으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소중히 지켜가려는 자세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도록 마음을 움직였다.

 

   '질병과 신앙'이라는 주제는 본지에서 처음 다루는 주제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기고해 주셨는데, 대부분은 스스로 겪은 육체적 질병의 고통과 정신적 고통의 체험을 바탕으로 신앙에 눈을 뜸으로써 주님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는 감동적인 말씀들이었다. 갑자기 질병이 닥쳐왔을 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의 심연'에 대한 두려움에 떨리고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한다. 믿음이 적은 자였던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로부터 사랑하는 이가 병에 걸리면, 이를 낮게 하려고 당나라에 유학하여 불법을 수행했다는 고승에게 지혜를 구하고 기도를 부탁하였다. 호조 마사코(北条政子, 일본역사 속의 여장군)가 중병에 걸린 자녀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고승 도원(道元)의 내방을 간청하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당시는 종교가 질병을 치유하는 의원으로서의 역할도 하였기 때문이다.

 

  복음서의 기사는 좀 다른 시점에서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 배경은 같다. 질병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때로는 사회적 기피의 대상이 되어 가족이나 공동체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차별마저 있었다.(레 12:3) 게다가 예수의 병고침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해방하여 추방되었던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다는 사회적 회귀의 기쁨도 함께 주었다.

   구약의 율법에 의한 격리는 있었지만, 질병이 죄에서 유래하지 않음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해석이 굳어졌다. 그리하여 환자의 정신마저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욥기에 나타난 인과응보의 사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불치의 병을 얻은 사람의 최대 고민은 인생의 목표나 의의 등 이세상에 태어난 가치(신앙인의 신앙을 포함하여)가 중도에 끝난다는 부조리에 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난문제는 예수의 십자가 위 최후의 외침과도 통하는 무엇이 있다.

   질병과 예수에 의한 치유의 기사는 복음서 모두에 수없이 등장한다. 질병은 분명 이 세상에서 당하는 불행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계기로 하나님의 위로를 받고, 오히여 그리스도인의 영원한 처소인 하나님 나라의 평안한 땅을 보게 된다. 이런 참 사랑을 주셔서 최종적으로 구원이 온다는 것을 복음서는 잘 보여준다.(春日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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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손현섭 | 작성시간 23.06.23 질병이 찾아 왔을 때 과연 몇 분이나 감사의 찬송을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어렵고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게 은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은 너무나 힘들어 앞이 캄캄하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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