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삶
배 은 선
(한국성서신우회 회계)
동양문화권, 좀 더 정확하게 한자문화권의 한국과 일본 사람들은 ‘근묵자흑(近墨者黑)’ 혹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습니다. ‘근묵자흑’이란 까만 먹 가까이에 있으면 자신도 시커멓게 된다는 뜻이며, ‘타산지석’이란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산의 옥돌을 가는 데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묵자흑은 피동적이며 소극적인 데 반해, 타산지석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느낌을 줍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에 있으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고, 어떤 경우에는 배워야 할 것과 배우면 안 될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창궐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한동안 닫혀 있던 세상이 이제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잦은 교류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서로 닮아가는 현상은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과정은 필요하겠지요.
요즘 한국에는 ‘깨시민’이라는 말이 새로 생겼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뜻인데, ‘깨어있다’는 말은 ‘잠들어 있다’는 말의 반대개념일 뿐만 아니라 ‘죽어있다’라는 말의 반대개념이기도 합니다. 육신을 갖고 있는 우리 인간이 항상 깨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항상 깨어 있으라는 말의 의미는 육신의 상태가 아닌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다 잠들어 있는 제자들을 보고 하신 말씀은 “너희가 한 시 동안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였습니다.(마 26:36~40). 또한 죽은 소녀를 향해 “달리다 쿰(소녀야, 일어나라)” 하셨는데(막 6:35~43), 이 말씀 또한 깨어있음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예수께서 당부하신 대로 우리도 깨어있기를 바랍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애초부터 그들은 우리의 희망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 권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항상 깨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향하신 예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