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귀성 선생님과 손자 D군의 편지글입니다.
이 선생님의 허락을 얻어 여기에 올립니다. 개인적인 편지글이나 공유할만한 내용이어서 부탁드린 것입니다. 손자는 현재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는 미생물 과학자입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올해는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제 연구가 큰 진전을 이뤄서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고, 덕분에 담당 교수님도 아주 기뻐하세요. 아마 앞으로 몇 년 안에 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오타와에서 열린 학회에도 다녀왔는데, 제 분야에 대한 새 지식도 많이 배웠고,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여전히 과학에 대해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가진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랑 악수했던 노벨상 수상자 필립 샤프 씨가 “내가 당신 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이 분야엔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아요!”라며 힘주어 말하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올해 8개월 동안 준비한 풀 마라톤도 완주했어요! 기록도 꽤 괜찮아서 뿌듯해요. 다시는 이렇게 먼 거리를 뛸 것 같진 않지만, 즐겁고 보람 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요즘 끝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시간이 빨리 흐르고, 건강이 조금씩 변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마음과 몸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잖아요. 계속 '끝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반사될지도 몰라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저희 곁에 오래 계셔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 이기적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아마도 저희한텐 아직 죽음에대한 두려움이 둘러싸여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겠죠 –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에는 다르게 느껴지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 굳이 위로가 필요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다만 제가 바라는 건 두 분께서 앞으로도 인생을 최대한 풍성하게 누리시는 거예요. 어릴 때 두 분이 늙지 않게 해 줄 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어린아이의 순진한 낙관이었지만, 그때의 마음이 여전히 두 분께 닿았으면 좋겠어요.
빅토르 위고의 작품과 추천해 주신 다른 것들도 찾아볼게요. 읽고 싶은 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금까지 읽고 들으신 것에 비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지식과 이야기를 나눠 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럽기도 해요. 내년에는 꼭 한국에 제대로 가서 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게요!
William Falkner (윌리엄 포크너)
As I Lay Dying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젊었을 때는 죽음이 신체의 현상이라고 믿었어요. 이제는 그것이 단지 마음의 기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건 슬픔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기능일 뿐이라는 것도요. 허무주의자들은 그것이 끝이라 말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시작이라 말해요. 하지만 실제로 죽음은 마치 세입자나 가족이 한 집이나 마을에서 이사 나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Hermann Hesse (헤르만 헤세)
Demian (데미안)
“나는 글을 쓰거나, 설교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게 아니에요 –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그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것일 뿐이에요. 모든 사람의 진정한 소명은 자신에게 도달하는 거예요. 그는 시인이 되거나 미치광이가 될 수도 있고, 예언자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어요 – 그것은 그의 일이 아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의 일은 자신의 운명을 찾는 것이지, 무작위의 운명이 아니며, 그것을 완전하고 온전히 살아내는 거예요. 그 외의 모든 것은 반쪽짜리 삶이고, 현실 도피며, 대중의 이상으로 도망치는 거예요 –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죠.”
John Koenig (존 코니그)
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 (애수의 사전)
“감정의 언어에는 거대한 사각지대가 있어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줄조차 모르는 광대한 빈틈이 있죠.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되새류, 범선, 옛날 속옷을 설명하는 수천 가지의 단어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 경험의 미묘한 맛을 포착할 수 있는 어휘는 아직 너무나도 초보적이에요.”
“슬픔이라는 단어는 원래 ‘가득 차 있음’을 의미했어요. 이는 만족(satisfaction)이나 배부름(sated)과 같은 라틴어 어근 ‘satis’에서 비롯된 말이에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슬프다는 것이 어떤 강렬한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었어요. 그것은 단지 기쁨의 기계에서 고장이 난 것이 아니었죠. 그것은 하나의 의식 상태였어요 – 초점을 무한으로 맞추고 기쁨과 슬픔을 한꺼번에 모두 받아들이는 상태였죠.”
“슬픔을 느낄 만큼 운이 좋다면, 그 감정을 계속 즐기세요. 그것은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 감정이 당신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도록 허락하는 거죠.”
“눈은 세상이 쏟아져 들어오는 열쇠 구멍이자, 세상이 흘러나가는 통로입니다.”
“두 선이 진정으로 평행이라면, 그것은 결코 만날 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물에 녹아 있는 불순물이 전기를 전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만약 모든 불완전함이 제거된다면, 불꽃은 일어날수 없을 거예요.”
Shelby Van Pelt (셸비 반펠트)
Remarkably Bright Creatures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이것이 인간 종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형편없는 의사소통 능력. 물론 다른 종들이 훨씬 더 나은 것도 아니지만, 청어 한 마리도 자신이 속한 떼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채고 그 방향을 따라가잖아요. 왜 인간들은 수백만 개의 단어를 사용해 서로 원하는 것을 간단히 말하지 못하는 걸까요?”
“토바는 상어들에게 항상 조금 더 많은 공감을 느꼈다. 그들이 탱크를 끝없이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멈추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나무들은 부드러운 새 가지를 틔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숲 바닥에 묵묵히 서서 조용히 썩어가는 것이기 위해 존재한다.”
Toshikazu Kawaguchi (토시카주 카와구치)
Before the Coffee Gets Cold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맑은 날에 바람에 날리는 눈을 일컫는 구어적인 표현은 ‘바람꽃’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 선물을 줄 때, 가장 소중한 것을 주어야 합니다. 그 꿈을 쫓는 사람이 어떤 날에는 계속 나아갈 힘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가장 소중한 것을 받은 사람은 조금 더 싸울 수 있게 될 거예요.”
Cixin Liu (류츠신)
The Wandering Earth (유랑지구 流浪地球)
“실제로, 지적 생명의 본성은 산을 오르고, 더 높은 곳에 서기 위해 노력하며, 더 멀리 바라보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생존의 요구와는 완전히 분리된 충동입니다.”
“태양과 별을 볼 수 없는 문명은 종교를 가질 수 없다.”
To Hold Up the Sky (하늘을 받치다)
이 단편 모음집 중에 가장 마음의 드는 이야기가 있어요, 제목은: 마을 선생님 (The Village Teacher 乡村教师)이고, 따로 이메일로 변역해서 보내드릴께요!
“만약 DNA가 결코 실수를 하지 않고, 항상 완벽하게 복제되고 유전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런 경우, 지구에는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생명의 진화의 근본은 DNA의 실수로 인한 돌연변이입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의 진화와 생명력은 대다수가 제시한 도덕에서 벗어난 수많은 욕망과 충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완벽히 맑은 물에서는 살 수 없어요. 윤리에서 누구도 실수를 하지 않는 사회는 사실상 죽은 사회입니다.”
Ball Lightning (상섬전 球状闪电)
“때때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비추는 모습일 때가 있습니다.”
“낯설음과 미스터리를 혼동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가장 평범한 범죄가 종종 가장 신비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바로 과학 연구입니다. 아무리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한 걸음이라도,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걸음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부드럽고 해롭지 않다고 믿는 것들을 포함한 자연 세계의 모든 힘은 생명을 파괴하는 무기로 변할 수 있습니다.”
Jim Valvano (짐 밸바노, 농구 코치)
“웃고, 생각하고, 울면, 그게 완전한 하루입니다. 정말 멋진 하루죠. 그걸 일주일에 일곱 번 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거예요.”
Richard Feynman (리처드 파인만, 미국 이론 물리학자)
“누구도 인생이 무엇인지 다 알아내지 못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탐험하세요. 깊이 파고들면 거의 모든 것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가장 관심 있는 것을 가장 무질서하고, 불경스럽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열심히 공부하세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갖는 것이 대답할 수 없는 답을 갖는 것보다 낫다.”
“세상의 모든 언어로 새의 이름을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이 끝나면 새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새를 보고, 그 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아주 일찍 어떤 것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것을 아는 것의 차이를 배웠습니다.”
“내 친구 중에 예술가가 있는데, 그는 가끔 내가 잘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그는 꽃을 들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봐’라고 말하면 나는 동의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나는 예술가로서 이 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지만, 너는 과학자로서 이 꽃을 분석하면 그저 평범한 것이 돼버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그가 보는 아름다움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전해질 수 있습니다. 비록 내가 그만큼 미적 감각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나는 그가 보지 못하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꽃 속의 세포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들까지 상상할 수 있고, 그것도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은 단지 1센티미터 크기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작은 차원에서도, 그 내면 구조와 과정 속에서도 존재합니다. 꽃의 색깔이 벌레들을 유인해 꽃을 수정시키기 위해 진화했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이는 벌레들이 색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런 미적 감각이 더 낮은 생물에게도 존재할까요? 왜 아름다울까요? 과학적인 지식은 꽃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덧붙여 줍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은 그저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더하는 것입니다.”
손자 드림
<사랑하는 D 군에게>
엄마가 가족 카톡방에 소개하는 군의 여러 소식 듣고 보람도, 큰 기쁨도 느끼며 군의 성숙해 감을 함께 느끼곤 한다.
D 군은 많은 유명 작품 소설 읽으며 세상 삶의 다양함, 생각들, 두루 간접 체험하면서 더 성숙해 가리라 믿는다, 그리고 군의 전문서적 독서에서도 인간 삶의 진면목을 헤아리는 생각들 영혼의 울림으로도 느껴온다, 할아버지는 이제 저세상 관문 앞에 서니, 많은 책은 읽지 못했으나 삶의 체험으로 군의 독서 소감 등 전적으로 이해, 납득, 공감하고 있다, 이 모두가 군의 마인드가 긍정적이고 삶의 비전을 향해 있기에 더 훨씬 가능한 것이다,
오늘에야 보낸 메일 일독했다, 고맙고 자랑스럽다, 계속 독서 메모 글 보내다오.
빅톨 유고 작품들도 찾아 읽도록 해라. 인간 정신과 영혼의 투쟁, 자연과의 관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서의 창세기와 출애굽기도 읽기 바란다.(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