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이의 엽서편지
희망은 어디에
쇼난편지 243호(2025년 1월)
반나이 무네오(坂內宗男)
그러므로 신앙과 희망과 사랑, 이 세가지는 언제까지나 남는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사랑이다.
(고린도전서 13장 13절)
1
이 유명한 말씀이 들어 있는 고린도전서는 바울이 그리스 고린도에서 첫 열매인 신자를 얻고나서 마게도니아(지금의 튀르키예)로 용기백배 돌아왔을 때 쓴 편지이다. 고린도교회에서 일어났던 반(反) 바울운동이 진정된 후, 마음을 담아 기쁨의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리스도 교회라는 인간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요소가 그리스도 안에서의 신앙, 희망, 사랑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그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2
이 말씀의 요점은 어느 사회에나 꼭 필요한 '화(和)'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 신앙 모임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믿음 소망 사랑을 그대로 적용하여 신자들이 삶의 지표로 받아들인다. 이 편지가 그리스도인을 위한 가르침이시잠, 일반 사회생활의 규범으로도 신앙을 '사람의 도리'라고 바꿔말하면 적용되는 진리이다. 사람의 도리와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연결된 사람들을 향한 인간애가 없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지 않은가. 사람 이외에는 이런 높은 이상이 없다. 동물에게는 본능적 성애(性愛)만 있을 뿐.
3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랑은 하나님의 독생자 그리스도에게 있는 사랑, 즉 하나님의 사랑(아가페)이다. 이는 사람들간의 가족애나 연인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사랑과 완전히 다르다. 그리스도 신앙에 바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4
이는 그리스도인의 삶만이 아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신앙을 '인간의 도리'나 '사상'으로 바꿔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은 그 나름의 신앙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인생의 여정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빈슨 크루소와 같이 무인도에서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공동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륜에 기반한 공동체 윤리를 지키고, 서로를 향한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점은 우리의 희망이다.
5
세상은 끊임없이 격변에 이르고, 슬프게도 서로를 억누르는 모습도 보이나, 그래도 인간애가 있어 하루하루 평화를 위해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어려움이 닥쳐오고 있으나, 마음을 다해 세계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까닭은 그래도 우리에게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