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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글모음

조와(弔蛙)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1.12.10|조회수43 목록 댓글 0

  조와(弔蛙)

1942.3.1 성서조선 158호

 

김교신

 

   작년 늦은 가을 이래로 새로운 기도터가 생겼었다. 층암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가느다란 폭포 밑에 적은 담(潭)을 형성한 곳에 평탄한 반석 하나 담(潭) 속에 솟아나서 한 사람이 꿇어 앉어서 기도하기에는 천성(天成)의 성전이다.

 

  이 반상(磐上)에서 혹은 가늘게 혹은 크게 기구하며 또한 찬송하고 보면 전후좌우로 엉기엉기 기어오는 것은 담(潭) 속에서 암색(岩色)에 적응하야 보호색을 이루운 개구리들이다. 산중에 대변사(大變事)나 생겼다는 표정으로 신래(新來)의 객(客)에 접근하는 친구 와군(蛙君)들, 때로는 5,6마리 때로는 7,8마리.

 

   늦은 가을도 지나서 담상(潭上)에 엷은 어름이 붙기 시작함에 따라서 와군(蛙君)들의 기동이 일복일(日復日) 완만하여지다가, 내종 두꺼운 어름이 투명을 가리운 후로는 기도와 찬송의 음파가 저들의 이막(耳膜)에 닿는지 안 닿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렇게 격조(隔阻)하기 무릇 수개월여! 봄비 쏟아지든 날 새벽, 이 바위틈의 빙괴(氷塊)도 드디어 풀리는 날이 왔다. 오래간만에 친구 와군(蛙君)들의 안부를 살피고저 담(潭) 속을 굽으려 찾었드니, 오호라. 개구리의 시체 두세 마리 담(潭) 꼬리에 부유(浮游)하고 있지 않은가!

 

   짐작건대 지난 겨울의 비상한 혹한에 적은 담수(潭水)의 밑바닥까지 얼어서 이 참사가 생긴 모양이다. 예년에는 얼지 않었든 데까지 얼어붙은 까닭인 듯. 동사한 개구리 시체를 모여 매장하여주고 보니 담저(潭底)에 아직 두어 마리 기어다닌다. 아, 전멸은 면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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