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문학상 일반부 대상>
평상
추은경
마당 한쪽 귀퉁이가 오래 절뚝였다네
경전선 완행열차 지날 적마다
다리 네 개 짝짝인 건
할매 팥 고르는 장단에 무릎 맞추느라
제 스스로 한 발 접어
바닥에 고인 게지
다리가 네 개라도
평생 걸어본 적 없는 생
어디로도 가지 못해
누구든 올 수 있었던 저 둥글고 반듯한 무릎
장터에서 돌아온 발뒤꿈치며
앞산 부엉이 울음까지
젖지 않게 밤새 등을 내주고
십 리 길 흙먼지를 제 몸에 문질러 품은 채
입 한번 벌리지 않던 저 순한 짐승
장마 서너 번만 지나도 푹 꺼지던 마당을
제 한 몸 뒤틀어 낮은 곳부터 도두보고 있었던가
경전선 막차 지나간 뒤에도
끝내 네 다리를 다 펴지 못한 채
저무는 마당 한복판
평상 하나 삐딱하게 고여
저녁빛 위로 팽팽한 벼리 하나 긋고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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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문학상 학생부 대상 작품>
초에 금 한 줄
김윤호
쓱, 초에 금 한 줄 긋는 소리
하얀 종이가 두근두근 깨어나고
검은 먹빛이 사르르 번진다
노란 등불도 가만히 숨을 죽인다
구재학당 여름밤에는
아이들 눈빛 반짝반짝
먹 가는 소리 사각사각
방 안에 별이 뜬다
초 한 눈금 사라지기 전
시 한 줄이 조용히 태어난다
떨리는 손끝 꼭 붙잡고
마음도 꾹 잡는다
삐뚤삐뚤 눌러 쓴 글씨
먹빛 사이 작은 불빛
최충 선생님은 그 불빛을
오래오래 바라보신다
쓱, 내 공책에 줄 긋는 소리
지우개 가루 하얗게 쌓여도
다시 쓴 한 줄은 남아
내 마음에 작은 불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