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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번개팅)

2026 제2차 문화산책 참석자 낭독 시 모음-먹골 산방

작성자안병석|작성시간26.06.07|조회수30 목록 댓글 0

오산문협 문화산책

 

-일시: 2026. 6. 6

-장소: 용인 향토문화유적 제31호, 먹골산방 일원

-참석자 자작 낭독 시 모음(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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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입금(奉使入金)/진화(陳澕)

 

西華已蕭索(서화이수색)

    남송(서쪽 중화)

    이미 적막하게 되었고

北寨尙昏蒙(북새상혼몽)

    금나라(북쪽 오랑캐)

    오히려 무지몽매하도다

坐待文明旦(좌대문명단)

    앉아서 문명의

    아침을 기다리노니

天東日欲紅(천동일욕홍)

    하늘 동쪽(고려)

    붉은 해가 솟아 오르네

-중국 정세의 시대적 혼란과 문명국 고려에 대한 자부심을 노래함

 

영곡사(靈鵠寺)

 

깎아지른 절벽에 우뚝한 소나무를 굽어보며

다시금 층층돌 밟으며 마른 지팡이 짚어보네

도리어 우스워라! 여기 와 노는 이들의 조급한 마음

한 번 와서는 높은 봉우리만 탐하여 오르려 하네

-매호유고집(梅湖遺稿集)에서

 

*진화(陳澕): 호는 梅湖公, 고려 후기 무인 가문에서 성장, 문인으로 대성,

문호 이규보에 버금가는 지성과 감성이 뛰어난 시인, 처인구 남사읍 원암리 산 38번지에

여양진씨 후손들이 매호공파 파조(派祖)의 위업을 받들어 묘역을 조성,

정성으로 모심 (묘역은 용인시 향토문화유적 제31호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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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오/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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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회원 자작 낭독 시 모음>

 

들꽃/김광선

 

이쁘다고

고통이 없는 건 아니다

찬서리 내리는 계절,

시들어 갈까

조마조마 애태우는 가슴

 

아름답다고

슬픔이 없는 건 아니다

낮과 밤의 조화 속에

활짝 핀 웃음 뒤에도

숨죽인 한숨이 있다

 

울긋불긋 화려함이

늘 좋은 날은 아니다

슬픔에 젖은 눈으로 바라볼 때면

말 없는 몸짓이

속울음을 토해낸다

 

공허함 속에

저 홀로 피고 지는 슬픔

우울할 때마다

내내 쓸쓸하고

절박한,

들꽃의 아픔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한가득 총각김치

/구은희

 

20여 년쯤 넷째 언니집에

주말이 되어

아이들과 친정어머니를 뵈러 갔다

늦은 저녁 언니가 차려준 저녁상에

양념이 정성스럽게

먹음직스런 총각김치

 

아삭하고 새콤하고 시원하고

정신없이 한 보시기를 먹었다

 

총각김치 먹을만하니

네 맛있어요 아들 딸의 같은 대답

 

사연이 아주 많은 김치다

알타리 사다가 퇴근하고 해야지

 

다듬어 베란다

구석에 밀어 넣고 출근

엄마는 딸을 도와주려 소금대신 세제를

 

한없이 나오는 거품에 갸우뚱갸우뚱

섬유유연제를 풀고

꼭꼭 눌러 놓았지

 

씻어도 씻어도

멈출 줄 모르는 거품

어머니의 정성으로

그렇게 탄생된 총각김치

 

조카들은 다 아는

사연에 쳐다도 안 본다

우리 가족은 신비롭도록

맛난 총각김치

 

치매이신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총각김치에 하나 가득 베어있다

 

 

활짝 핀 벨소리/김해경

 

봄만 되면

아버지는 꽃구경을 가셨다

자식 농사 다 지으시고

늦게나마 얻은 봄을

누구보다 반가워하셨다

 

잠시 일손을 내려놓고

들뜬 얼굴로 손까지 흔들며

문밖을 나서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얘야, 애비 어디 온 줄 아냐?

여기는 지금 꽃이 지천이다.

아주 난리가났어."

 

수화기 너머

방 안 가득 꽃잎이 흩날렸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봄만 되면

활짝 핀 벨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익숙해지지 않는 기다림/안영섭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손자 목소리가 현관을 울리며 가슴에 안기어 온다

 

훌쩍 커버린 손자는 부둥켜안으면서도

양손 가득 뭔가를 챙겨 온 딸에게는

오느라 고생했다는 말 뿐이다

하릴없이 거실을 뛰 돌던 손자가

 

건성으로 흔들던 등긁개에

운 없이 자빠뜨려진 마른 꽃 화병

안되 하고 소리치며 눈을 뜨니

소파에 퍼질러져 졸고 있다

언젠가 다녀간 아이들 꿈이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냥 켜져 있는 텔레비전 화면이 흐릿하다

기다림에도 혼자에도 익숙해지려 하는데

쉽지 않다

 

 

비 오는 밤의 별자리/윤난희

 

비 오는 밤 가로등은

젖은 어둠 위에

금빛 숨결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둥글게 번진 불빛 가장자리마다

밤이 몰래 피워낸 온기가

작은 떨림으로 맺혀 있었고

젖은 길은

그 빛을 품은 채

한참을 따뜻하게 흔들렸다

 

나는 그 아래 서서

한 컷의 피사체를 잡은 것이 아니라

잠시

비 오는 밤이 건네는

말 없는 위로를 받아 적고 있었다.

 

 

지우개/윤민희

 

꽃을 지우고

밥을 지우고

집을 지우고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가족마저 지우고

하얗게 웃는

그녀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논밭에 풀어놓은 젊음을 끌고 온

팔십 년이 지워지는 줄도 모르고

허공 향해 웃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어쩌다 지우개 지나간 틈에 서서

통장은 책상 서랍에 있고

증조할아버님 제사는 시월 초사흘이고

짐이 된 당신을 원망하며

눈물짓는 그녀

공중에서 총 맞은 새처럼

아픈 나는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요

 

지우고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품에서 웃고 있는

아기 인형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고라니의 변명/박수봉

 

인적이 드문 우거진 숲이었죠

마음 놓고 사랑을 즐기기도 하던,

 

산 아래 마을이 새로 생기면서

우리가 사는 땅에

수시로 사람들이 출몰했어요

노린내를 풀풀 풍기면서 우리의

잠을 앗아간 사람들

숲을 불사르고 역사마저 지워버렸죠

 

눈을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뭉텅뭉텅 사라지는 숲

이제 우리도

뒷발굽을 벼려야 할 때가 왔나 봐요

 

쉿, 저기 사람이 와요

 

 

벚나무/양유진

 

벌써

벚꽃이 머문자리엔

푸른생명이 자라났다

나무처럼

사랑도 이별도

피고 지고 다시 태어나는

그런 운명이라면

난 슬프지 않겠다

벚나무

너였으면 좋겠다.

 

 

슬픈 바람소리/박효찬

 

새벽 공기를 저미듯

울리는 전화 한 통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당뇨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냥 주저앉았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리며

별똥별이 떨어지듯

하늘길을 철렁철렁 내려앉아다 올라갔다

가르는 바람 소리가

그림을 그린다

 

그 바람이

파도에 섞인 물거품 소리를 내던 제주의 바람이

늘 명치 끝에 앉아

날 올려다보고 있다

철퍼덕철퍼덕

구멍 안 바위 사이를 오가며

푸른 하늘을 품은 해안도로

머릿속에서 그림만 그린다

 

무심히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산다는 것은/서미숙

 

산다는 것은 이별연습

울지 마라, 꽃송이

아침 이슬 머금은 네 모습은

긴 밤 내내 슬펐던 흔적

이별을 위해 밤을 새고

그래도 아름답기 위해 꽃을 피웠나니

눈물방울이야 누가 슬픔으로 읽으랴

그래, 더욱 아름다우랴

산다는 것은 그런 것

슬픔 후에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

이별연습은 슬프지만

아름답기 위해 더욱 눈물 흘리고

피어나나니 꽃이여!

아침 이슬 맺힌 너의 아름다움에

꽃이여, 슬픈 아름다움을 읽고

우리가 슬퍼하노라, 꽃이여!

 

 

바람개비/진길장

 

바람 불면 잘린 날개 달고 허공을 향해 노랠 부른다

어느 때는 트로트가 되고 어느 때는 발라드가 되기도 한다

버려진 것조차 풍경이 되어

깃발처럼 흔들리며 잃어버렸던 노래를 부른다

서지도 흘러가지도 못한 채 허공을 맴돌며

오늘도 그리운 이 불러보는 나는 바람개비

 

 

말/성백원

 

웃음을 머금고

뜨겁게 타오르는 해처럼

 

잡힐 듯 다가와

눈 속에 박히는 달처럼

 

말없이 스며드는

빛나는 별처럼

 

홍당무 하나로

코웃음 치는 말처럼

 

눈치를 알지 못해도

묵언으로 그윽하거나

 

세월의 빈손으로

말을 가릴 줄 아는

 

고요히 들여다보는

말의 밭을 가는 첫날

 

 

오래된 귀향/안병석

 

요양원 누님의 바람이

화순군 초방리 369번지

산나물이나 캐던 고향으로 불었습니다

 

바람이 마을 어귀에 닿자마자

저녁이 모여드는  당산나무 아래

손님맞이 까치가 울고

봉선화 몇 송이

오종종 마중을 나왔습니다

 

골목에 번지는 된장찌개 구수한 냄새

 

문패가 사라져 허물어진 

대문 앞에 이르자

눈썹까지 허연 누님은

더는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내 손을 꼭 붙잡은 채

어눌한 목소리로

없는 엄니를 여러 번 불렀습니다

눈이 검은 나비 한 마리

영문을 몰라 입을 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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