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음의 문장
담연(金智香)
생이 꽃인 줄 알았던 시절
한쪽 볼에 오래 머물던 봄
연지빛으로 천천히 익어가는 나날
숲길마다 접혀 있던 계절
해거름 가지 끝에 매달린 채
향기로 스며드는 말 못 한 기억들
고갯마루에 서면
나무가 흔들어 깨우는 침묵
그 속에서 되살아나는 잊힌 이름들
희미한 빛만 남은 자리
붉은 기억 같은 버찌 몇 알
스러진 계절의 결을 짚는 손끝
가슴 깊이 번지는 노을빛
한 계절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아직도 저녁이 천천히 익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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