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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의 마지막 외침

작성자地平|작성시간26.06.19|조회수31 목록 댓글 1

어린 왕의 마지막 외침

 

地平 정상진

 

   “그들 손에 죽고 싶지 않다.” 어린 왕의 가슴 절절한 외침으로 영화는 끝을 마무리한다. 3월이 시작되었다. 달이 바뀌니 얼굴에 닫는 햇살이 따사롭다. 도시 밖 산야의 봄소식이 궁금하여 나들이를 다녀오고 싶은 날이다. 잠시 머뭇거린 사이 요즈음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어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러 가게 되었다. 워낙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이고 보니 내용의 대강은 알고 있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의 문화가 세계를 휩쓸며 여러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왠지 이번 영화는 시놉시스에서부터 마음이 끌렸다.

   영화는 예상대로 살이 타고 찢겨 검붉은 피로 가득한 사육신의 고문 장면으로 시작된다. 대형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모습에 고문의 비명이 더해져 설피 앉았던 자세를 바로잡게 한다. 하지만 잔혹한 장면은 거기까지였다. 이후로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배우가 등장하며 모노드라마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워낙 해학적인 연기로 유명한 배우이다 보니 사극적인 진중함보다는 가벼운 코믹 드라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왜곡되지 않은 전개는 제작자의 상상이 결코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능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영화의 대상은 역사적 인물인 단종이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유배지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보수 주인인 촌장이었다. 옆 마을의 예전 성공 사례를 따라 하여 부락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돌아갔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역사적 사실을 다룰 수 없는 게 영화이다. 많은 사실은 각자의 지식으로 맡겨놓고 영화는 어린 왕의 죽음을 다룬다.

   왕위를 찬탈당하고 떠난 유배지에서 어린 왕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그저 무기력하고 분노에 차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유배자로부터 도움을 받아 마을을 잘 살게 하려는 촌장과 부락민들의 노력은 가상하리만치 지극정성이다. 결국 어린 왕은 새로운 희망을 키웠지만 끝내 그조차도 이루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을 맺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이기에 아무리 영화라 해도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었을 터, 단종의 마지막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금부도사 일행이 가지고 온 사약에 어린 왕은 더 이상 항거할 수 없음을 알기에 자신의 마지막을 민초인 촌장에게 맡긴다. 군왕으로서의 권위와 인간적인 아주 작은 지조나마 약탈자에게 뺏기지 않으려는 가슴 아픈 울림으로 삶을 마감한다. “그들 손에 죽고 싶지 않다라는 마지막 바람대로 촌장은 기꺼이 어린 왕의 목에 매인 활시위 줄을 당긴다. 영화는 단종의 마지막 모습만은 방안에 가두어 둔 채 관객의 시선을 촌장에게로 향하게 하여 한때 군왕이었던 자의 존엄을 지켜주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홍수가 되어 흘러내린다. 한두 번은 손등으로 훔쳤지만 막아내지를 못한다. 이내 두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가슴에 떨어져 소리 없이 박힌다. 다행히 영화관 안은 깜깜하다. 동행한 이가 알아채지는 못한 듯싶은데, 혹여 알았다 해도 아무 말 없이 눈감아 주었을 것이다.

   무엇이 건조한 사내의 눈을 적시고 마침내는 얼굴 가득하게 눈물이 흐르게 했을까. 익히 배워온 역사이건만 시공을 넘어 눈앞에 펼쳐진 오백 년 전의 현실에서 항거할 수 없는 어린 왕의 처절한 외침이, 이 시대 민초에 불과한 사내의 마음을 적시지 않았나 싶다. 어린 왕의 아픔이 단지 권력 상실의 무상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갑작스럽게 부왕을 잃고 믿고 의지했던 혈육으로부터 당한 배신에 인간적인 아픔이 비수보다 더 날카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 때문에 처음 유배지에 당도해서는 부락민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닫힌 마음을 열어 준 것도 민초였고,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한 것도 한낱 민초이지 않았을까 한다. 긴 세월을 넘어 그 민초의 후손인 나는 어쩌면 상상의 영화 속에서나마 한 인간의 아픔을 느꼈기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강물에 버려진 어린 왕의 주검을 멸문지화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거두었던 촌장의 강물 속 애끊는 흐느낌은 어쩌면 이 시대 권력에 눈먼 자들에게 향하는 처절한 경고로 들렸다. 권력은 혈육도 끊고 인간적 신의도 밟아버리는 것인가 싶다. 세월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멀리 와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세상은 오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 하는 것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가르침이지 않을까 싶다. 매일 같이 푸른 수의를 입은 지난 권력자들을 보는 눈에는 아무런 연민이 없다.(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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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속리산여우 | 작성시간 26.06.21 개인적으로 주요 장면에서 단종이 미리 준비한 가느다란 활 줄이 아닌 희고 굵은 동앗줄을이나왔기에
    영화를 이루는 중요 구성에서 감흥이 반감되었습니다. 작품을 보는 작가가 영화와의 타협이 아니라 그 밖의 이야기에
    촛점을 둔것이 새롭습니다. 진정한 작가 정신이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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