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자유 : 로마서 6장 설교중 보이는 환상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롬6:11)
프로로그 : 사슬의 무게
항구 도시 베이사이드(Bayside)의 밤은 낮보다 더 찬란했다.
네온 간판들이 빗물에 반사되어 아스팔트를 색색으로 물들이고, 술집과 클럽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가 바닷바람에 뒤섞였다. 그 화려한 빛과 소리의 한복판에, 레오(Leo)가 있었다. 그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어깨에 힘이 넘쳤고, 눈빛은 늘 한 발 앞을 내다보듯 날카로웠다. 고급 수트 안쪽 왼편에는 언제나 장전된 피스톨이 있었고, 오른편 안주머니에는 '패밀리(The Family)'의 골드 씰이 찍힌 검은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의 신분증이자 족쇄였다.
레오가 패밀리에 들어간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고향 항구에서 아버지가 빚쟁이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목격한 날 밤, 패밀리의 두목 살바토레(Salvatore)가 그 앞에 나타났다. 뱀 같은 눈으로 레오를 훑어보며 살바토레는 말했다.
"레오. 네 아버지 빚은 내가 갚아주겠다. 대신 너는 나를 위해 일해라."
열여덟 살 레오에게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게 17년이 흘렀다.
그사이 레오는 패밀리의 행동대장이 되었다.
보스의 명령을 수행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고, 문제를 제거했다. 고급 아파트, 명품 시계, 그리고 두목의 신임으로 화려한 대가가 따라왔다. 하지만 밤이면 레오는 어떤 냄새를 지울 수 없었다. 피 냄새인지, 두려움의 냄새인지 알 수 없는 그 묵직한 냄새가 쾌락의 뒤를 따라 다녔다.
'한번 마피아는 영원한 마피아다. 네 목숨은 내 것이다.' 살바토레가 처음 그 말을 했을 때 레오는 과장된 협박 정도로 흘려들었다. 하지만 17년 후, 그는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온몸으로 알고 있었다.
1장: 불꽃속으로 (롬 6:1~4)
레오는 패밀리의 자금 이동을 총괄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마약 거래에서 나온 돈을 세탁하여 여러 계좌로 분산시키는 일이었다. 숫자가 맞아야 했다. 언제나 정확하게. 그런데 3개월 전, 레오는 한 계좌에서 돈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적은 돈이 아니었다. 300만 달러. 누군가 장부를 건드린 것이었다. 레오는 내부 배신자를 찾으려 했지만, 살바토레가 먼저 결론을 내렸다.
"레오, 이 돈이 어디 갔는지 나는 알고 있다. 네가 빼돌린 것이지?"
그것은 질문이 아니고 선고였다.
실제로 레오가 그 돈을 가로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증거는 오히려 레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군가 정교하게 조작해 둔 것이었다. 레오는 17년간 패밀리를 위해 일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살바토레는 그를 제거할 명분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레오를 죽일 생각이었다.
"열흘 안에 돈을 채워 넣든지,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라."
레오는 살바토레의 사무실을 나오며 처음으로 자신이 사지에 몰렸음을 실감했다. 300만 달러. 그에게는 엄청난 돈이었다. 그것도 열흘안에 갚아라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패밀리의 손은 이 도시 전체에 뻗어 있었다. 공항도, 항구도, 도로도 살바토레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레오는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음을 알았다.
3일째 되는 밤, 레오는 부두 끝에 망연하게 앉아 검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려웠다. 그때 누군가 그의 옆에 와서 앉았다.
"이보게, 레오." 낯선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레오는 본능적으로 총에 손을 갔다가 멈췄다. 그 남자의 눈빛이 그가 지금껏 만난 어떤 눈빛과도 달랐다. 위협도, 계산도 없었다. 그냥 따뜻했다. "나는 카를로(Carlo)일세. 자네 상황을 잘 알고 있네."
레오는 몸이 굳었다. 이 남자는 패밀리 사람인가? 경찰인가?
"진심으로 자네를 살리고 싶네“
카를로 베네데티. 레오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 항구 도시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인물, 사업가이자 자선가, 그리고 패밀리가 오랫동안 두려워하면서도 건드리지 못한 사람..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그는 살바토레 눈의 가시였다.
"자네의 빚 300만 달러, 내가 대신 갚겠네. 그리고 살바토레에게 가서 자네의 목숨 값을 치르겠네.“
레오는 믿을 수가 없었다. 레오는 17년간 이용당하고, 이용하며 살아왔다.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사람—그런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을 레오는 본 적이 없었다.
2장: 피로 치른 대가(롬 6:5~11)
닷새 후 살바토레의 클럽 '레드 드래곤'에서 그 일이 벌어졌다.
정말로 카를로는 클럽안에서 살바토레를 만났다. 레오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살바토레의 부하들이 사방을 둘러쌌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살바토레, 나는 레오 빚을 갚으러 왔소."
살바토레가 금이빨을 보이며 씨익 웃었다.
"베네데티. 오래간만이오. 그런데 왜 당신이 레오의 빚을 갚는단 말이오?"
"이유는 묻지 마시오. 300만 달러, 여기 있소. 그리고 레오는 손을 씻고 오늘부로 당신 조직과 결별하오. 그가 당신에게 지은 부채는 이것으로 끝이오.“
살바토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레오는 그 눈빛에서 무언가 사악한 것을 읽었다.
"좋소.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하지만 베네데티 당신의 목숨을 바치시오”
그순간 살바토레가 피스톨 손가락을 튕겼다.
"탕! 탕!"
무자비한 총성이 두 번 울렸다.
카를로의 흰 셔츠에 붉은 꽃이 피었다. 그는 한 발짝 비틀거렸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버티다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레오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카를로!" 레오가 달려가 그를 안았다.
카를로의 입가에 피가 맺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평온했다. 아니, 평온함을 넘어 무언가 심오한 것이 있었다.
카를로가 레오의 손을 꽉 쥐었다.
"레오... 계약은 성립됐네. 살바토레는 서명했어. 자네의 빚은 완전히... 완전히 청산됐어. 자네는 이제 자유야."
"왜요... 왜 당신이 이런 일을"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자네가 이젠 자유인이라는 걸 그리고 이 자유를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지. 그리고 레오, 내게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이름은 스피리토(Spirito)야. 그가 자네를 찾아올 거야. 그의 말을 들어. 그와 함께 살아가게.“
카를로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고개를 떨구었다.
살바토레는 돈을 챙기며 차갑게 말했다.
"레오, 잘가라. 하지만 기억해—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레오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카를로의 차가워져 가는 손을 쥔 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레오는 살면서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죽은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었다. 레오는 그 밤의 의미를 아직 완전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3장: 바닷가 마을의 자유인 (롬6:12-14)
카를로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 후, 레오는 해안에서 두 시간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 '라코스타(La Costa)'에 정착했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작은 집이었다. 텃밭이 있었고, 이웃들은 서로 이름을 알았다. 베이사이드의 네온 불빛과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었다. 레오는 처음에는 그 고요함이 불편했다. 일을 하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삶—그런 삶을 그는 몰랐다.
카를로의 말대로 '스피리토'가 찾아왔다.
아니 언제부턴가 이미 와 있었다. 스피리토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이었고,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늘 레오 곁에 있었다. 레오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면 스피리토가 주방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마당에 나가면 별을 보고 있었다. 거슬리지 않는 존재감—마치 레오가 처음부터 혼자였던 적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자네가 여기 온 것을 잘했네, 레오. 이제 진짜 삶이 어떤 건지 배우게 될 거야."
그 말이 위로가 됐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 첫 번째 사건 -유혹
어느날 밤 레오는 잠결에 베이사이드의 꿈을 꾸었다.
클럽의 불빛, 돈의 감촉, 조직원들의 환호성. 그 짜릿한 도파민이 꿈속에서조차 생생했다. 눈을 뜨니 식은땀이 흘렀다. 창밖을 보니 검은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레오는 부엌에 가서 물 한 잔을 마셨다. 그때 문틈으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검은 봉투였다.
레오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봉투를 집었다. 안에는 두꺼운 돈 다발과 편지가 있었다. '레오, 잘 지내냐. 살바토레 형님이 안부를 전한다. 빨리 돌아와라. 너의 자리는 비워뒀다. 여기 선금이다.' 서명은 없었다. 레오가 아는 필체였다. 옛 동료 마르코의 글씨였다
레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돈 다발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났다. 빳빳한 새 지폐의 냄새, 밤 도시의 냄새. 그 냄새가 온몸의 감각을 건드렸다. '내가 여기 이렇게 사는게 맞나. 불편한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저 돈만 있어도...' 그때 거실에서 불이 켜졌다.
스피리토가 걸어 나왔다.
그는 레오의 손에 들린 봉투를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레오의 옆에 와서 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레오, 널 위해 죽은 카를로가 생각이 나나?"
레오는 그 말에 멈췄다.
카를로가 죽던 날 잡은 손의 차가운 감촉이 되살아났다. 레오는 천천히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가 드럼통에 불을 붙였다. 돈 다발과 편지가 불꽃에 휩싸였다. 연기가 새벽 하늘로 올라갔다. 스피리토가 옆에서 지켜보았다.
"잘했네, 레오."
■ 두 번째 사건 -위협
그로부터 열흘 후, 레오의 새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레오는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
"야, 레오. 나야, 살바토레."
레오의 입이 굳었다. 그 목소리.. 17년간 들어온 그 목소리. 무게감이 달랐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명령처럼 들렸다.
"빨리 돌아와. 안 오면 내가 찾아갈 거야. 너 아직 나한테 빚이 있는 거 알지?“
그 말에 레오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뭐야 아직도 빚이 있다고. 카를로가 다 갚았다고 했는데. 이 계약서가 진짜가 맞는가? 레오의 손이 떨렸다. 그는 스피리토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스피리토가 이번에는 서재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가 레오를 보며 조용히 손짓했다. 레오는 전화기를 들고 스피리토 앞에 섰다.
스피리토는 책상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공증 도장이 찍혀 있었다. 살바토레의 서명도 있었다. 레오의 이름 옆에는 '채무 전액 청산, 조직 관계 완전 소멸'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날짜는 카를로가 총을 맞은 그날이었다.
"레오. 아직도 자네가 마피아 조직원이라고 생각하는가?"
레오는 서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살바토레.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오. 카를로가 내 빚을 다 갚았소. 나는 그와 함께 그날 밤 죽었고, 당신의 조직에 대해서는 이미 사망 처리된 사람이오. 당신은 나를 지배할 권리가 없소. 다시는 전화하지 마시오."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엔 두려움이 아니었다.
스피리토가 레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잘 했네, 레오. 그게 진실(Truth)이야”
4장: 누구의 부하인가(롬6:15-23)
봄이 왔다. 라 코스타의 봄은 바다가 먼저 알렸다.
파도 색이 짙은 옅은 에메랄드로 바뀌기 시작했다. 레오는 조금씩 마을 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어부들의 배를 수리하는 일을 돕고,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 지붕을 고쳐주었다. 베이사이드에서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들이었다. 몸이 피곤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웠다.
하지만 어느 날 오후, 레오에게 또다른 방문객이 찾아왔다.
낯선 두 남자에 정장 차림이었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레오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패밀리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레오를 찾아왔다.
"레오 씨,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오래된 본능이 살아났다. 레오의 몸은 자동으로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무슨 일이오?"
한 남자가 봉투를 내밀었다.
"살바토레 형님의 부탁이오. 레오 씨의 실력이 필요한 일이 생겼소. 한 번만—한 번만 도와주면, 보상은 엄청나오"
레오는 봉투를 보지 않았다. 그는 두 남자의 눈을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스피리토의 말이 떠올랐다.
'순종하는 대상에 따라 그의 종이 된다네. 죄의 종이 되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고 아니면 순종의 종이 되어 의인에 이르게 되지‘
레오는 봉투를 돌려 주었다.
"나는 이미 다른 사람 밑에 있소. 당신들이 원하는 그 일, 이제 나는 더 이상 하지 않소." 남자들의 표정이 굳었다. 위협하려는 듯한 눈빛이 지나갔다. 하지만 레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떠났다. 레오는 마을 언덕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었다. 저 멀리 베이사이드의 스카이라인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혼자 말했다.
"나는 카를로와 함께 죽었다. 저 도시에 있는 레오는 이미 없어. 나는... 다른 사람이야."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레오는 자신이 그 말을 처음으로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을 알았다.
5장: 새로운 신분증(롬6:11)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
가을이 왔다.
레오는 라 코스타에서 첫 번째 수확을 경험했다. 직접 심은 토마토와 가지, 고추 등 조그만 텃밭이 가을볕 아래 탐스럽게 익었다.
마을 할머니가 레오의 수확물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젊은 양반, 손에 농사 복이 있네. 처음 한다더니"
레오는 멋쩍게 웃었다. 베이사이드에서라면 상상도 못 했을 칭찬이었다.
저녁이면 스피리토와 마당에 앉아 차를 마셨다. 레오는 가끔 카를로 이야기를 꺼냈다.
"스피리토, 카를로는... 왜 나를 위해 그런 일을 한 거요? 나는 그에게 아무도 아니었는데."
스피리토는 차 한 모금을 마시고 대답했다.
"레오, 한마디로 놀라운 사랑이지. 믿기 어려워도 이건 분명해. 그가 자네를 위해 죽었다는 사실(Fact)은 변하지 않아. 살바토레가 부정해도, 자네 기억이 흐려져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레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오. 사실(Fact)보다 더 강력한 진실(Truth)이 있어. 그 죽음으로 자네가 완전히 해방되었다는 진실. 이것이 자네 신분증이야. 살바토레가 전화해도, 옛 유혹이 찾아와도 이 신분증을 꺼내게"
'나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새 생명을 얻어 살고 있다.'“
레오는 오랫동안 그 말을 마음에서 되새겼다.
그래 마피아의 유혹과 위협은 여전히 찾아온다. 이건 사실(Fact)이다. 그러나 카를로의 죽음으로 나는 완전히 마피아 권세에서 해방되었다. 이것은 진실(Truth)이다. 레오는 손으로 가슴을 짚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 처음 느껴보는 무언가가 조용히 숨쉬고 있었다.
에피로그: 죽은 자의 자유
겨울이 오고, 봄이 다시 왔다.
레오는 라 코스타에서 두 번째 봄을 맞았다. 이제 그는 마을 아이들에게 목공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좁고 어두운 베이사이드 골목을 누비던 손이, 이제 나무를 다듬고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고 있었다. 살바토레의 전화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패밀리의 사람들도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
스피리토의 말이 맞았다.
'굴복하지 않는 한 마피아가 결코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어느 날 저녁, 마을 광장 벤치에 앉아 있던 레오에게 젊은 청년이 다가왔다. 눈빛이 날카롭고, 손이 거칠었다. 레오는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청년이 물었다.
"혹시... 베이사이드에서 살다가 오셨습니까?"
레오는 잠시 그 청년을 보았다.
"응. 거기서 왔네."
"거기서 어떻게 나왔습니까? 저도... 나오고 싶은데요."
레오는 벤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청년이 앉았다.
레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어느 날 죽었어. 누군가가 나 대신 죽어줬거든. 그 죽음으로 내 모든 빚이 갚아졌지. 그날 나도 같이 죽은거야. 그뒤 나는 죽은 사람으로서 살기 시작했어. 마피아에게는 내가 죽었으니까, 그들이 내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없어진 거야."
청년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그 눈에서 빛이 흔들렸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레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차갑게 빛났다.
"가능해. 왜냐하면.. 죽은 사람은 자유니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