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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향 명시방

그러면 가리까-김명순

작성자오솔향|작성시간26.06.12|조회수10 목록 댓글 0

그러면 가리까-김명순

 

분야: 어문 > 시 > 자유시(현대시)

저작자: 김명순

원문 제공: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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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자의 임종같이

흐리던 날이 방금 숨질 그때

왜? 당신은 머리를 돌립니까?

고운 꽃밭에 날이 그몰면은

태양이 꽃 앗긴가 하련마는

아아 그대 앞에 내가 섰을 때

머리 돌리던 그대 위해서 아아

그러면 울던 내가 가리까?

 

그러면 내가 가리까

한 영혼이 한 영혼에게

기꺼운 만남을 준 것도

한 행복의 끄나풀이

우리를 얽어맨 것도

아아 또 내가 그대 앞에 선 일도

고목(枯木)에 꽃이 핀 일까지도

다 잊어버리고 아아

그러면 웃던 내가 가리까

오오 그대

오오 그대

가시 덩굴 옆의 꽃 장미같이

내가 인생을 헤맬 때

방긋 웃고 머리를 든

오오 그대

 

문란한 꽃을 사랑치 않는 대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그대

가시 같은 시기(猜忌)를 품고

내 양심을 무찌르지 않는 그대

가시덩굴에 무찔린 나를

인생의 향기로 살려낸 그대

오오 그대여 내 사람이여

 

 

《조선일보》, 1926년 8월 19일.

 

<재편집: 오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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