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오솔향 소설방

딴 길을 걷는 사람들-윤기정

작성자오솔향|작성시간26.06.23|조회수28 목록 댓글 0

딴 길을 걷는 사람들-윤기정

 

분야: 어문 > 소설 > 중·단편소설

저작자: 윤기정

원문 제공: 한국저작권위원회

-----

 

[1]

 

밤이다.

 

준식은 달도 없는 밤길을 얼마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걸어왔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한데 합쳐 본다면 오늘날까지 싸워오던 일을 결말짓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최후의 담판. 형님과의 최후의 결정. 아내와의 최후의 결정

 

이와 같은 최후의 결심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출가를 할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솟을 대문이 눈앞에 띈다. 희미하게… 바라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커다란 문은 틀림없는 자기 집 대문이다.

 

옆에 집보다 우뚝 솟아있는 문이 마치 무슨 괴물 모양으로 눈앞에 가로 놓여있다. 그는 괴물처럼 보이는 자기 집 대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갔다. 만여석 추수를 하는 자기 집이건만 밖에 전등 하나를 아니 달고 그나마 모으기에만 두 눈이 새빨간 아버지와 형의 모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행랑방 들창으로 불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불빛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웅얼거리는 음성도 밖으로 스며 나온다.

 

"그런데 참 우리댁 작은 서방님이란 이는…"

 

이런 소리가 준식이 귀에 들어왔다. 음성이 틀림없는 행랑어멈의 소리다. 그 소리가 분명히 어멈의 말소리라면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자기에 관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하고는 일종 호기심에 끌려 행길로 난 들창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고 그들의 하는 이야기를 엿듣기 시작하였다. 방안에는 이웃 사람들이 두서넛이나 와있는 모양이다.

 

"퍽 이상한 사람이야. 아마 실성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왜? 우리 보기에는 어디 실성을 했는지 모르겠어.“

 

"겉으로 보기에는 퍽 얌전한 것 같지마는 이즈막 와서 한다는 소리가 미친 사람이 아니고는 못할 소리를 탕탕해서 요새 집안이 물 끓듯 야단법석들이라우.“

 

"무슨 소리를 하길래?“

 

"하루는 사랑방에 저녁 군불을 때다가 방안에 별안간 떠드는 소리가 나기에 귀를 기울여 들으니까"

 

"이 집안 망할 자식아. 땅뙈기 좀 있는 것을 ××××, ×××××××××××× 우리 집안 식구는 죄다 굶어죽으란 말이냐? 너부터라도…×××××"

 

"영감님이 이렇게 펄펄 뛰며 야단야단 치시겠지. 뒤미처 작은 서방님의 차근차근한 말소리가 들리는데."

 

"아버님 그러면 ⎯ 중략 ⎯ 넉넉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형제가 시골 가서 농사를 지어도 살아갈 수 있고 서울서 무슨 일을 하든지 굶어 죽기까지는 아니 됩니다. ⎯ 2행략 ⎯"

 

"뭣이 어쩌구 어째? ⎯ 2행략 ⎯"

 

누가 밥 한끼라도 굶으면 이세상 놈들이 외편 눈이나 꿈쩍거릴 줄 아니? 그저 남의 걱정 말고 나 잘살 도리나 채려, 그런 미친 소린 하지 말고."

 

"그러면 못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 ××× ××××× ×××? 그런 소리는 입에도 담지 말어라."

 

"정 그러시다면 제 앞으로 돌아올 것을 미리 분재하여 주십쇼."

 

"내가 죽기 전에는 막무가내다"

 

"어느 때 주시든지 일반이 아닙니까?"

 

"왜 지금 달라니?"

 

"저하고 싶은대로 하게요."

 

"그러기 때문에 나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꿈에도 하지 말란 말이다. 왜 분재해주면 다 나누어 주고 다른 사람들까지 못살게 굴고 싶어서…"

 

"굶으면 거리에서 굶어 죽을지언정 다시는 이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니 제 몫을 곧 내어 주십쇼."

 

"안된다, 안되어"

 

"아무 때 주시면 아니 주실 것입니까?"

 

"안될 말이다. 안될 말이야"

 

"이와 같이 두 분이 한참동안 주고받고 하더니만 작은 서방님이 화를 벌컥 내며 안으로 들어가겠지 …그런 뒤로는 허구헌 날 분재를 해달라하니 못해주시겠다거니 하고 야단이라우.…"

 

그날 저녁에 일어난 일을 세세히 이야기하는 어멈의 말소리를 준식이는 다 엿들었다. 그래 새로운 기운이 나는 듯하다.

 

"분재를 해주면 ×××××?"

 

이웃집 어멈이 이와 같이 물었다.

 

"암 그렇구말구. 지금 당장이라도 분재만 해주고 보면 내일이 멀다하고 다 나누어 줄 심사이니까 집안사람들이 야단법석이지. 그렇지 않겠소?"

 

행랑어멈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대나온다.

 

"무슨 마음으로 그럴까?"

 

"정말 실성을 했길래 그러는게지×××"

 

"미쳤길래 제 물건을 ××× ×××× ×××× 그러지 ×××."

 

잠깐동안 아무 말들이 없다.

 

준식이는 이 사이에 두서없는 생각을 계속하였다. ‘날더러 미쳤다구? 나의 하는 일을 실성한 사람이 하는 짓이라구? 지금 이 방안에 있는 사람만이 나를 가리켜 미친 사람이라구 하는게 아니라 제일 첫째 우리 집안 사람들, 그 다음에는 우리 집 식구와 똑같은 사람들, 그리고는 이 방에 있는 사람과 똑같은 이 세상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를 미친놈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 아니냐? 모두가 나를 가리켜 미친 사람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냐? 아니다. 나를 미친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느니 만치 미친놈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도 그만큼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나의 하는 일을 미친 짓으로 보기는커녕 ×××× ××××.’준식은 의미 있는 웃음을 얼굴에 띠며 들창 앞에서 발을 옮겨놓았다.

 

⎯1행략 ⎯

 

‘나의 하는 일을 미쳤다고 보는 사람들!’

 

이와 같이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2행략 ⎯

 

준식은 이와 같이 가볍게 부르짖으며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이 집에 발을 들여 놓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지도 모른다. 아니 마지막일 것이다. 나와 딴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의 요구를 들어줄 리 없다. 자식을 내어쫓고 의절을 할지라도 나의 말을 들어줄리 없다. 형이 아우와 대면을 아니 할지언정 딴 세상에서 히덕거리는 형이란 사람이 나의 편을 들어줄리 없다. 그전과 마찬가지로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만둘 것이냐?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싸워보자. 그래 승리하면 다행이요 그만한 이익이지 마는, 만약에 실패한다면 결국은 출가다. 이 집 밥을 더 얻어먹지 않고 이 밤으로 이 집을 떠나가는 것이다. 아내는? 아내와도 담판이다. 고생을 하더라도 나와 같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면 이혼! 그 다음에는 부자인 자기 본가로 보내버리는 것뿐이다. 그는 이혼을 하고 자기의 집으로 갈지언정 나를 쫓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지 순서대로 담판하여 보자. 어떻게 결말이 나나…’ 준식은 먼저 사랑으로 들어가기를 결정하고 사랑 쪽으로 향하였다.

 

[2]

 

준식은 가만가만히 사랑 마당을 지나서 마당 앞까지 이르렀다. 방안에는 아버지와 형이 앉아서 무엇인지 꾸불거리고 하는 것이 그림자로 쌍창에 어른거린다. 이따금씩 주판 놓는 소리도 들리고 무어라고 웅얼거리는 그리 분명치 못한 두 사람의 말소리도 들려 나온다. ‘아마 무슨 셈을 보나보다.’하고 준식은 마당 끝에 가 사뿐히 걸터앉으며 귀를 기울였다.

 

"요새 같이 벼금이 오를 줄 알았다면 먼저 것도 그대로 둘 걸 그랬다."

 

이것은 아버지의 좀 분해하는 듯한 음성이다.

 

"죄다 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죠… 그리고 그때는 좀 헐하게 받고도 팔아야만 나머지 땅값을 치르게 되지 않았어요?"

 

이것은 형의 말소리다.

 

"딴은 그렇기도 해. 요사이에 더 받으니까 마찬가지지. 그렇지 않으냐?"

 

"그러게 말씀이야요. 작년 시세에 비해서 한 섬에 삼 원씩 더 받는 셈이 아닙니까?"

 

"그렇지 그래. 그러기에 땅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보배란 말야. 허허허."

 

준식은 자기 아버지 너털웃음에 적이 불쾌하였다. 쌀값이 나날이 올라가니까 아버지와 형은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다. 지금 방안에 앉아있는 두 사람만 좋다하는게 아니라 그곳에 쌀을 길길이 쌓아둔 사람들은 다같이 기뻐할 것이다. 준식은 두 주먹을 힘있게 쥐었다.

 

"아버님, 인천 것은 내일이나 모래쯤 죄다 방하죠?"

 

형은 그중 많이 쌓아둔 인천 것을 방하자고 아버지에게 묻는다.

 

"인천 것만은 그만두어라."

 

"왜요?"

 

"자꾸 올라가는 시세이니까 좀 더 두었다가 팔면은 좋지 않겠니?"

 

"그렇기도 하지만요. 다시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난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라. 참 오늘 벼판 돈이 얼마라구 했지?"

 

"일만 사천 칠백 원이에요. 그래 일만 사천 원만 은행에 맡기고 칠백 원은 남겼어요."

 

"그것은 왜 남겼냐?"

 

"구실돈도 내려 보내야겠고 옷감도 좀 끊으려구 그랬에요."

 

"그러면 지금 은행에는 얼마나 있니?"

 

"어디 치부책을 좀 보아야 하겠습니다."

 

잠깐 동안 방안이 고요해졌다. 다만 주판소리만 대걱거리고 날 뿐이다.

 

"도합이 육만팔천이백이십사 원 오십이 전이야요."

 

"그래도 팔만 원이 못 돼? 아무튼지 인천거나 팔어야 두 군데 땅값을 다 치르겠구나?"

 

"아마 그렇게 될까봅니다."

 

준식은 일어나며 ‘얼마나 잘들 사나보자.’하고 쌍창 미닫이를 좀 거칠게 열었다. 아버지와 형은 일시에 깜짝 놀라며 준식이의 얼굴을 얼빠진 사람들처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자식아, 니가 정말 실성을 했니? 환장을 했니? 사람의 자식이 자취가 있게 다녀야지. 그래 사람을 이렇게도 놀래야 옳겠니?"

 

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준식을 노려본다. 형도 못마땅한 듯이 입맛을 연해 다신다.

 

"놀래셨어요? 놀래셨다면 대단 잘못했습니다."

 

준식은 이와 같이 말 대꾸를 하며 방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방안은 얼마동안 침묵이 계속되어 있었다.

 

"아버님, 더 좀 생각해 보셨에요?"

 

준식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해봤느냐고 묻는 말이냐?"

 

준식의 아버지는 또 그 말을 꺼내는구나 하고 얼굴을 약간 찡그린다.

 

"오늘 저녁에는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의 요구를 들어 주시겠다든지 못 들어 주시겠다든지 딱 갈러 말씀해 주십시오."

 

준식의 태도와 말씨는 전에 보지 못하던 이상한 눈치였다. 아버지와 형도 이점을 발견하고 무슨 좋지 못한 일이나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걸려 다소 불안해하는 모양이다. 그의 아버지는 조금 주저주저하다가 겨우 입을 열어

 

"나는 너의 심사를 암만 알려두 알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눈만 비비면 잘 살려구 버둥거리는데 너는 어째서 무어로 생겨 먹은 물건이길래 오는 복을 박차버린단 말이냐?… 네 형과 애비는 밤낮으로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잘살아 볼까 하고 눈이 벌건데 너는 어째서 형이나 애비의 뜻을 못 알아주고 도리어 집안을 망쳐 놓겠다고 하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내가 이렇게 지랄발광을 하고 모아 놓는대야 죽으면 하나하나 가지고 가니? 남을 주고 가니?… 모두가 너희 형제의 것이 되고 말 것을 왜 딴생각을 하느냐 말이다."

 

"그러기에 미리 분재를 하여 달라는 것이 아닙니까? 아무 때 돌아와도 제 모가치는 있을 것이 아니야요?"

 

"그래 네 소원대로 지금 분재를 하여 주면 어떻게 할 작정이냐?"

 

"어떻게 하든지 그것은 상관 마시고 제 말대로 하여 주십쇼."

 

"그렇게 해주면 그것을 가지고 늘여가며 얌전히 살림을 하겠니?"

 

"××× ×××× ××× ××××."

 

"×× ××××× ×××××? 안될 말이다. 절대로 너의 요구는 들어줄 수가 없다."

"정말 못 들어 주시겠어요?"

"안된다. 안돼. 피땀을 흘려가며 모은 생각을 하면 아까워서라도 못하겠다. 너는 어째서 제 모가치를 아까운 줄 모르느냐?"

 

"네, 아버님이 피땀을 흘려가며 모으셨어요? 그러니까 아까운 생각도 나시겠죠. 그러면 형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준식은 지금까지 잠잠히 앉았는 형님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나는 성한 사람이니까!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해서 세상 사람들한테 놀림감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형님이야 장하십니다. 그러니까 형님은 아버님과 같이 ×××××××××××× 재산을 조금이라도 축내는 것이 아깝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성한 사람이니까 아까운 줄 알고 너는 정신에 이상이 생겼으니까 아까운 줄 모를 터이지."

 

이렇게 형제가 주고받고 하는 것을 듣고 앉았던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며

 

"네 말은 암만해도 들어 줄 수 없으니 마음을 달리 먹어라. 거기에 대해서는 이후에 더 말하고 싶지 않다."

 

"저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준식은 이와 같이 좀 씩씩하게 말대꾸를 하였다.

 

‘출가다. 이 밤으로 이 집을 떠나 나가 넓은 세상으로 내 마음껏 돌아다녀 보자. 이 밤으로 이 집을 떠나 나가 넓은 세상으로 내 마음껏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살림살이를 시작해 보자. 나의 몸을 바쳐 남을 위하여 죽는 날까지 일하여 보자.’ 그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앉았다가 다시 형을 건너다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왜 또 그래!"

 

"저는 오늘 밤 안으로 이 집을 하직하고 아주 나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의 말소리는 위엄이 있는 듯 하면서도 약간 떨려 나왔다. 그의 형도 이 말에는 적이 놀라는 기색이다.

 

"무엇이 어쩌구 어째? 이 집을 하직하다니… 그러면 부모 형제를 배반하고 집 밖을 나간단 말이지?"

 

"네. 아주 굳은 결심이올시다."

 

"그런 철딱서니 없는 소리하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혀라. 네가 지금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고생뿐이다."

 

"마음이 편하구 하는 일이 옳다구만 하면 어떠한 고생이라도 달게 받을 작정이올시다. 또한 내가 지금 이 집을 떠나 나간다고 이후에 다시 들어 올 리는 물론 없겠지마는 재산에 대해서도 일절 권리를 다 버리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그러니 아버님한테도 그렇게 여쭈어줄 일을 형님께 부탁합니다."

 

"얘 그럴 일이 아니라 좀 참았다가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에 네 맘대로 하려무나."

 

"그때까지 이 집에 들어 엎드려서 기다리라구요? 안될 말입니다."

 

"…"

 

준식은 앉았던 자리에서 머뭇거리지도 아니하고 벌떡 일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이 때에 방안에서는

 

"얘 그렇게 경거망동을 하지 말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을 고쳐먹어라."

 

밖에서는

 

"날더러 깊이 생각하라지 말고 형님이나 깊이 생각해서 ××××××××."

 

"예이, 그런 미친 소리는 두 번도 하지 말아라."

 

"어디 형님은 미치지 않은 소리를 며칠이나 하고 들어 앉으셨나 두고 봅시다."

 

준식은 아내와 마지막 담판을 하려고 안으로 활발스럽게 기어 들어가고, 그의 형은 방안에 질서 없이 벌려있는 주판과 치부책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3]

 

준식은 앞마당을 지나 자기의 방이 있는 뒷채로 쏜살같이 걸어갔다. 사면이 어두컴컴하다. 다만 자기 방에서 희미한 광선이 뒷마당을 비출 뿐이다.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아내 홀로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미소를 띠며 반가이 맞아들인다. 준식은 모자만 벗고 두루마기는 입은 채 그대로 한구석에 기대앉았다.

 

"왜 두루마기는 아니 벗으시우?"

 

"곧 나갈 사람이 두루마기는 벗어 무엇 하겠소."

 

준식의 태도는 얼마간 긴장되었고 말소리는 약간 침통한 어조다. 아내의 기색도 갑자기 변하여 졌다. 또한 의심쩍은 눈초리로 준식을 바라본다.

 

"오래잖아 자정을 치겠는데 또 어디를 나가시려우? 볼일 보실 것이 있거든 밝는 날 내일 보시도록 하고 오늘일랑 일찍 주무세요."

 

"나는 이 밤으로 이 집을 아주 나가는 사람이오."

 

아내는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다.

 

"벌써부터 단행하려던 것을 오늘에야 그대로 해볼 작정이오."

 

"공연히 그런 쓸데없는 말을 또 끄집어 내시는구료. 지금 나가시면 어디로 가실 생각이시우?"

 

"이 넓은 세상에 갈때야 많지요. 또한 처처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 ××××× ××××××××× ×××××."

 

"그래 정말 이 집을 떠나 나갈 결심이시우?"

 

"그렇소. 모든 것을 내어 버리고 집을 떠나 나가기로 굳은 결심을 하였소. 그리고 내가 지금 이곳에 들어 온 것은 이 집을 떠나 나간다는 말을 알려주기 위하여 들어 온 것이 아니라 그전에도 여러 번 말한 것과 같이 나와 같이 나갈 수 없느냐고 물어보러 들어온 것이요. ××× ×××× ×××××× ×××××××?"

 

"…"

 

아내는 고개를 수그린 채 아무 대답이 없다.

 

"왜 대답이 없소? 내가 오늘 이 집에 들어 온 것은 모든 것을 양단간에 결말짓기 위하여 들어 온 것이니 한 말로 대답하여 주시오."

 

"나는 죽으면 죽었지 당신을 따라다니며 고생살이는 하기 싫소."

 

아내는 이와 같이 말끝을 흐리마리하며, 두 눈에는 눈물이 핑 돈다.

"고생살이를 하겠으니까 나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면 임자는 어느 때까지든지 있는 놈의 아내로서 잘 먹고 잘 입으며 마음껏 호강살이만 해보겠다는 말이지? 임자 혼자만…"

 

"사람 쳐놓고 그런 생각은 다 하겠지요. 이 세상에 어느 나라 사람을 물론하고…"

 

"그러니가 말이요. 이 세상 사람이 ×××× ×××× ××× ××××××××××."

 

"왜 당신은 자기를 위할 줄 모르고 그런 쓸데없는 ××× ×××××××××× ×××××."

 

그의 아내는 이런 말을 하고 준식의 얼굴을 의미 있는 듯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준식은 무엇을 결심한 듯한 어조로

 

"잘 알아들었소. ⎯ 중략 ⎯ 더 말하지 않소. 다만 그대와 나와는 영영 갈라질 밖에 다른 도리는 조금도 없으니까 오늘이 마지막 대면이니 그리 알고 서로 단념합시다."

 

"그러면 저를 내어버리겠단 말씀이요?"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이면 자연히 떨어지고 말겠지. 그리고 내가 없는 이 집에도 남아있을 면목이 없겠지…"

 

"어디로 가란 말이야요?"

 

"생각대로 하구료. 자유의 몸이 되는 이상에는 잘 사는 당신 본가에 가 호강살이를 마음대로 하든지… 또한 평생을 두고 호강을 시켜줄 부자 남편을 얻어 가든지 마음대로, 뜻대로 하우."

 

"그렇게는 할 수 없에요."

 

"그러면 나를 따라 나갑시다."

 

"그것은 더구나 못하겠소."

 

⎯ 15행략 ⎯

 

"나는 당신의 하는 일을 어디까지 반대해요. 왜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버리고 못 살길을 찾어 들어갈 일이 무엇이요?"

 

(이하 6페지 삭제 - 편자)

 

1927. 9. 1

 

조선지광, 19279월 발표,

 

<재편집: 오솔향>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