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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본 글,2

[스크랩] 폐 시 상19 추억-신발주머니와 파꾹 ...Glinka: Ruslan and Ludmila Overture

작성자古今|작성시간26.06.22|조회수0 목록 댓글 0

Glinka: Ruslan and Ludmila - Overture (Benjamin Zander, Boston Philharmonic Youth Orchestra)

 

전에 얘기했듯 그후로는 집을 쪼개팔고도 좌절 않는 어머니와 

그런 모친을 이겨내지 못하는 자식들이 정말 사는게 뭔지 모르고 살았더랬습니다.

정말 죽겠었습니다.

전 의사고시를 패스했는데 막내 동생은 피아노과를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해서 그런 줄 알았었습니다.

헌데 아주 오래 지나 전 그게 거짓말인 걸 알았습니다.

 

인턴을 마치고 소아과 레지던트를 하는데 남동생이 병원으로 날 찾아왔습니다.

자기도 법대를 다녔는데 고시를 한 번도 못 본 사람이긴 싫다.

한 해만 학생가르치는 아르바이트 하지않고 고시 공부를 해 보고싶다.

하긴 그애는 하루에 서너 곳 씩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나도 학생일 때 육년내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건 한군데 씩 뿐이었습니다.

헌데 동생은 서너군데 씩 했습니다.

나도 그애에게서 학비 보조도 받으며 대학을 마친 셈 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건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턴때는 월 육만원짜리 의사였고

레지던트가 되서는 칠만원짜리 의사였습니다.

어떻게 하나 궁리하다가 수련을 그만두고 중동을 1년 다녀오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중동은 가면 월 3000불 당시는 일불이 500원조금 못되는 돈이었으니,

150만원 갸웃 되는 거여서 동생학비는 문제 없을 것 같았죠.

그땐 좋아하던 지금의 아내가 된 애인도 있어 의논했습니다.

했더니 동생학비는 자기가 받는 봉급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하며

내가 중동서 버는 돈은 모아서 집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해서 그러기로 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중동가기 보름전에...

 

신혼여행 다녀오고 아내는 간호사로 출근하고  난 집에 있다가

막내동생의 앨범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안에서 나는 막내의 대학 합격증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두 오래비가 아르바이트로 대학을 다니는데

자기까지 대학을 가면  자기 생각에 학비는 어쩌고 생활비 어쩌나  싶었나 봅니다.

난 그걸 발견하고도 그애에게 뿐 아닌 누구에게도 그말을 못했습니다.

그저 막내 머리만 쓸어 줄 뿐이었습니다.

아마 막내는 내가 합격증을 보았던 것도 모르겠지요.

 

그리곤 중동으로 떠났습니다.

그 칠 개월 후 아내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내 남동생이 고시 일 이차를 한번에 다 붙었노라고

 

이제 그후 자식까지 낳았는데  어머니를 모셨다지만 그게 아니고

마누라와 내가 병원하니 

어머니가 내살림은 다 해주시며 살았었습니다.

그러던중 어머니 생신에 파꾹이 나온게 화나서

아니 기실은 어머니 생신인데 형제가 다  모이지 못한 게 화나있었는데

그전에도 어머니 생신인 삼월 열 이레쯤엔 내가 화나있던 게 생각났습니다.

왜그랬지 생각하니 내가 채 크지도 못한 시절부터 화났던 게 생각나서 그얘기를 

폐인 초창기에 써두었던 걸 아래 매달아 둡니다.

 

 

신발주머니와 파꾹 /古今

2004.03.24

.

.

.

1.신발 주머니

 

마지막까지

막내의 나들이 옷이던 커단 군용 점퍼

소매가 낡은 천으로 썩둑 쓸려 신발주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낡았노라

왼소매로 만든 신발주머니를 이쁘다며

청대문 집 아줌마가 집어가 던져준 몇푼이

정육점 쇠기름이 되어

장독곁 비틀린 파대궁 몇개와 파꾹 되어

다음날 밥상에 올라왔지요.

 

오른 소매로 밤 새며 다시 만들던 신발주머니는

헐어진 곳에 꽃도 들어가고 나비도 날아

더 공들여 수까지 놓이며

촛불밑 앉은뱅이 책상곁엔 억울함 견디던 공부만 있었습니다.

 

여기 실 꿰주련?

잘도 꿰는구나 다 컷네.

 

불만에 가득한 아들 어찌든 위로하려는 엄마 마음이

한올 한올 꽃으로 피어나며

봄 신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디 매화 타령 동백 찬양 아닌

신발주머니에 핀 매화와 목련으로

봄이 오던 안에 엄마의 생신이 들었습니다.

 

 

2.파꾹

 

넌 대학생이나 된 것이 아직도 파를 못먹냐?

이며칠 계속 짜증나던 불만이

급기야 황소만한 아들에게 떨어졌습니다.

 

뭔 생일날 파꾹을 끓인대?

밥이든 입에 다시 한 숫갈 넣을 때 택해

여든다섯 노모는 말씀하십니다.

 

노인네 생일엔 미역국 안끓인다는구나.

오십 넘게 살았어도 첨 듣는 말입니다.

입에 밥이 차 대꾸도 못했습니다.

 

삼월 열이레가 생신인데

동생녀석 외지근무에

막내네 아들 고삼이라고

일요일에 다 모인 것도

아니 그래놓구두 막내는 못 온 것이 섭한데

생신국이 파꾹인 게 화가 났었습니다.

 

더 화 내려도

정말 노인생신엔 미역국 안끓이는건지 그걸 모르겠습니다.

배가 불러선지 엄마가 편편하려 하셔선지 모르지만

밥상 물릴 때 쯤은 화가 조금 가라 앉았습니다.

 

너는 이 에미 생일 근처엔 언제나 화가 나있었지.

 

아랫목에 누운 내 머리를 쓸며

엄마는 바깥에 화날 일 아닌

나의 잘못만 고쳐주고 있었습니다.

 

아아 난 언제까지나 어른다운 어른이 될까?

엄마 손길을 느끼며

엄마때문에 죽어도 어른이 못 될 것 같습니다.

엄마 무릎을 더 당겨 몸을 구부리며

어리게 아주 어리게 씨익 웃었습니다.

 

봄은 그렇게 그러엏게 여물어야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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