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앞의 가난이란 '폐 시 상' 글을 쓰고 며칠간은
주절거리지 못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상념들이 스쳐가는데
부질없어도 보이고
진정도 안읽어질 마음의 방랑들도 흐르고...
이러다간 10부 작 정도로 끝마쳐야되나
조바심도 스쳐간다.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처음 이글을 쓰려했던 초심부터 돌이켜보자
그동안 주절 거렸던 글들을 조금 고쳐도 보고
또 내가 그글들을 쓸 때와는 형편이 많이 달라졌으니
아얘 고칠수도 있을 게라고 시작하지않았는가?
새로운 무얼 또 찾아내려들기보다는
내 진심의 기록이라던 전엣 글들 중에도
네게 싯적 감흥을 줬던 것들은 많았잖니
그걸 다시 써보자꾸나.
또 죽음앞에서 삶을 진실되게 보는 기록만해도 가치있지 않겠니?
그래 그 맘 잊지 말고 다시 일으켜보리라.
난 그래 약하고 내세울 것 없어서
다툼이 생기거나 극렬한 지적질을 만나면
일기를 쓰며 억울함을 풀려고 일기를 썼노라고 얘기 했죠?
참 그러구보니 일기 하나도 다른이들과 다른 이유로 쓰기 시작한
경우이군요.
내가 오십대가 되기전까진 일기들을 죄 갖고 있었다고 전에 말했었죠?
난 글자를 쓸 줄 알게 된 처음부터 일기도 썼었어요.
그래요 그래선지 난 일기를 매일 쓰진 않았더라구요,
그것도 정해놓고 썼던게 아니니 그럴만도 했다 싶군요.
가끔 난 그 초기에 쓴 일기들을 그후 보며
앉은뱅이 시절도 잊지 못했었죠.
당시 난 일기에 자치기의 왕이 되고 싶다거나
축지법을 터득해 달리기의 왕이되는 꿈을 많이 그렸었어요.
다방구를 제일 잘 하고 싶다고도 ,
깔빼기의 고수도,
오재미 선수등등 하고팠던 것 투성이었더라구요.
그런걸 하고는 싶었지만 못했었으니
집 문앞에 앉아 그걸 하는 동네 애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기만 했었으니...
정말 두고두고 이상했던 건
난 글자를 쓸 줄 알기 전에 읽는 법은 알았었어요,
어쩌다 알게 된건지 지금도 모르죠,
당시 나와 제일 친했던 아이는 언년이 였어요.
약간 모자라 아무도 안놀아준 아이 .
무엇도 할 수 없고 놀 수도 없던 아이
당시 읽은 거라곤 형 누나의 교과서와
대학촌 헌책시장서 사다준 동화 뿐이었는데
그 애에게 아주 많은 얘기들을 했었죠....
푼수 언년이/ 古今
1999 07 08
.
.
.
푼수 언년이는
어릴 땐 같이 놀았다.
조금 늦되긴 해도
얄상한 얼굴에
고운 자태의 계집애들은
새침을 떨었건만
언년이는 안그랬다.
궁둥이로 기는 나와는
아무도 안놀아
전날 헌책방서 형이 사다준
동화 책이라도
보고있으면
가까이 와 그 얘기를 해 달라며
넌 학교두 가기 전에
어떻게 글자를 배웠냐고 물었다.
낸들 어찌어찌 배웠어야
이리 이리 했노라 하지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할 일 없어 보던 책이
그림만 뵈더니
어느날 글자가 뵌 걸
어찌 설명 할 까 보냐?
국민학교 들어가자
엄마가 날 업어 학교에
데려다 놓으면
책보는 언년이가 들어 줬다.
엄마가 늦게 오는 날은
날 업어 준다고 업다,
궁그르기도 하고
엄마가 올 때 까지
나와 함께 어두워지는 학교에
남아 있기도 했다.
그애는 책 얘기만 해주면
힘든 것 배고픈 것 모두
잊고 사는
얘기책 소녀 였다.
이학년 때 들은
용한 의사-그분 얼마전에 작고하셨다.-가
미국서 왔다고
수술 받으러 들어 간 삼년후
다시 이학년에 갔을 때
이학년에 남아있던 아이는
언년이 뿐 이었다.
곱상하고 맘 착한 언년이는
여자 태가 나기 시작했는데도
여직 글자를 깨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어찌 어찌 오학년에 올라 갔는데
언년이는 그대로 이학년에 남았다.
그는 내 얘기 듣는다고
오학년 반에 왔다가
망신당한 일도 있고
이젠 책가방을 메고
느릿 느릿 이라도 걷게 된
내 책가방을 들어 주고 프다고
빼앗아 도망가
울보인 내가 운 적도 있다.
다른 애들이 그앨 놀려도
난 그애를 놀릴 수 없었고
우리 부모님도 그애를
왜 그냥 학교에 두냐고 했지만
내 생각에 그애는
없으면 안되는 천사 같았다.
이학년은 일찍 끝나고
오학년은 늦게 끝나는데
기다렸다 학교서 집에 올 때 까지
책을 얘기 해 달라고 했다.
하도 얘기 해
내가 더 이야기 할 게 없어
내가 만들어 얘기해도
재밋어 했다.
내가 육학년을 마칠 때
그의 부모는 그애를
요양원에 넣었다.
이년후
그애를 잠깐 만났다.
동네서 나를 보자
처음엔 모르겠는지
어색하더니
금새 책 얘기 해 달라고 했다.
난 공부도 많아졌고
여자애랑 놀기에 조금 커져
이즘은 책을 본 게 없다고
매정히 짤랐다.
오십년이 넘게
부끄럼 속을 살았어도
그일이 가장 부끄럽다.
그후
그애는 낙산밑 거지 소굴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서
죽은채 발견됬다.
아랫도리가 벗겨지고
오줌 누는 곳에선
구데기가 나오고 있는 걸
말차기 할 돌을 줍는다고
낙산 밑에 갔던
한 친구가 보고
니가 제일 잘 아니 확인해 보래서 갔었다.
얼굴은 부어있고
예쁜 모습이 허물어졌지만
부끄럼도 고통도 모르겠는
그런 모습으로
그 애는 내 곁을 떠났다.
미안하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인냥
얘기를 들려주지 않은
나를 자책하던 어느날
꿈에서 그 애를 보았다.
'나 여기 천당에 왔어.
여기선 아무도 나 안놀려
너 좋은 일 많이 하고
꼭 천당에 와
책 많이 읽고
그얘기 해 줘야 해.'
아무 원망없이
그애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는 꿈에서조차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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