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생 내가 시인을 가까이서 만난 일은 딱 한 번 뿐이다.
헌데 그분이 내게 들려준 말씀은
시인은 시를 쓰고 안쓰고가 아닌
자신이 시가 되려 애쓴 사람이 시인이란 말씀이었다.
해서 그 이야기를 많은 분들에게 하곤했다.
그 말씀 후 난 시인을 시를 쓰고 아니고 아닌
그분이 시처럼 살고 말하면
시같은 사람이라고 존경했다.
헌데 시인이랍시고 시를 써놓고
내가 보기엔 자신의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를 그시에서 내가 발견하게 하면
난 그런 시인들을 한 껏 비웃었다.
그러며 외쳤다.
내게 그리 들리게 한 게 나냐?
그리 내말이 속상하면 시 쓰지말거라.
내가 지말 들어줘 고마와야 할 존재가 어찌 내 독후감에 종주먹을 댄다더냐?
딱 한번
내가 시인을 만났고
그분은 진정시인이고 내 은사님 이셨던 박목월 선생님이셨다.
허나 그후로도 어느분들의 시를 읽으며
아하 이분은 삶 전체가 시로구나 인정한 분들도 많이 있다.
허나
난 접시꽃을 읊은 어느시인이나
춘향이야기를 통한 변명은 그닥지 않았다.-해서 난 접씨꽃이란 꽃이름도 싫어해
누가 그꽃 이야기를 해도
으응의숭아 얘기 하자는 거지? 하고 이야기를 한다.
시도 아닌 일들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던 음악들에서도 난 무수한 시를 읽어내곤했다.
그속에서 시정신이 보이면
그렇죠 선생님? 하고 -내 스승님께 여쭙고 마음의 갈등이나 의심을 지웠다.-
확인 받으며 예과 일 학년 이후는 살아왔다.
아마 내게 입원했던 아이들중엔
퇴원시에 내가 고맙거들랑
너희들의 병원생활중 즐거웠던 일
그걸 시로 써서 주려므나.
한 걸 기억할 아이들도 있을거다.
당시 그들이 써 준 글들을 난 내 진료실 액자에 넣어 전시했었고
그럼 그들은 다음 병원 방문시 자신의 글을 보면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허나 난 그리 생각했다.
누구나 어려선 시를 잘 쓸 수 있는데 커가며
무뎌지고 더럽혀진 감각으로 감동적인 시를 못쓰게 된 듯 하다 싶었다.
이글을 시작함에 있어
내 누차 했던 선생님 이야기를 다시 들려드릴 테다.
선생님을 추억하며/ 古今
.
.
.
낡은
그러나 단정하다못해
먼지 하나 안묻었을 듯한 차림...
의예과에는 국어라는 시간이 있다.
이담에 논문이라도 쓸 때 좀 단정한 글을 쓰라고
그런 커리큘럼이 필요해설지 모르지...
그분에게 가당키나 할까마는 그렇게 난 선생님을 뵈었다.
그리고 일년이란 시간 난 그분께 그 과목을 이수했다.
헌데 내 머릿속엔 그분께 배운 내용이 없다.
그러나 난 안다.
그분의 강의를 하나도 지키지 못하지만
내 인생의 푯대를 그분이 곱게 세워주셨다는 걸.....
우리 같은 의사 알들에게 국어가 가당키나 한가?
이십년넘게 쓰고 그걸로 살았는데?
배울 것도 많은데 뭔놈의 국어를 십이년이나 배우고 의대에 들어왔는데, 또?
야 저분이 박목월이야.
무슨?
청록파 박목월말야
조지훈,
박두진......
청록파 나두 알아.
그래 그....
그리 부 해 뵈지 않는 칠판쟁이같은...
세상의 티끌 조차 묻는 걸 허락않을 듯한...
가정
.
.
.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이 시를 읽으면 선생님의 문학사적 업적
그분의 인간적 모습이 그려진다.
다시 그분의 마음까지 알고싶으시면
이 시를 하나 더 읽어보시라.
레몬
.
.
.
아기를 잠재우는
조심스럽게 사쁜거리는 당신의
발자국소리가
졸음 오는 잠자리의
가장자리를
자긋자긋 밟아 주시고
잠결에도 듣는
당신의 속삭임이
꿈으로 살아나는…
어머니,저는 잘 익은 레몬 열매로 당신의 꿈 속에
열리고 싶은.
먼지 하나도 없지?
거기까지 보셨다면
여러분도 나와 꼭 같은 시인의 강의를 들은 것일테다....
그분의 가족이나
부모님에 대한 생각들까지 만나지 않으셨는가?
그럼 여러분도 나도 똑같이 그분을 사랑하는 걸테지....
여기까지만 해선 못쓴다.
이건 오간수교 밑 거지도 똑같이 안다.
여기에 덧붙여 선생님이 내게 일러주신 게 있다.
시인이란게 뭔지 알겠지?
난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네에... 라고...
네에
네에
네에
왜 네 라고 대답안드리고 네에라고 하느냐....
ㅋㅋㅋ
그럼 여러분도 나와 똑같은 걸 느끼신거다.
알겠긴 한데 자신은 없는거다.
그러신가요?
맞죠?
난 맞아요.
시인이란 시를 쓰고 안쓰고가 아니란다.
시인은 시처럼 살아야 하는게야.
장똘뱅이를 하더라도
철학을 하더라도
과학을 해도
가난해도
저 000이같이 돈을 벌어도 시처럼 살아야...
그럼 시는 뭐얘요?
그건 니가 만들어야지...
그건 나도 네게 쥐어줄 순 없단다.
치이 그러며 무슨 시인이셔요?
난 감히 질문 못했다.
빙그레한 선생님의 웃음속에
난 어슴푸레 이런거나 아닐까?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살려 노력한다.
무수히 글을 쓰며
난 내가 시처럼 살고있는가 간을 본다.
우리 할머니가 깨진독밑의 간수를 훔치며 독안의 소금의 맛을 알아내셨듯이....
나그네
.
.
.
강 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Adagio in G Minor ~ Albin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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