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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시) 공부

최고급 상표-박경선 동시 평-박상재, 심태호

작성자박경선|작성시간26.06.14|조회수55 목록 댓글 0

1. 동심의 창

[동심의 창] 최고급 상표

  • 박상재(아동문학사조 발행인)
  • 입력 2026.06.12 09:18

 

최고급 상표

박경선

아침을 먹으려고 식탁에 반찬들을 차려 올렸어요

"깜짝이야!"

바쁜 엄마표 반찬은 하나도 없어요

 

삼촌 표 영주 쌀

큰고모 표 김장김치

이모 표 복어국과 파김치

작은고모 표 가지볶음, 호박볶음

아줌마 표 김

하하, 모두 정으로 보내준 거라

보내준 얼굴들이 최고급 상표 같아요.

1. 박상재(아동문학사조 발행인) 선생님의 평

박경선은 1954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다. 1987년 <새한신문>에 수필, 1993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1994년 <아동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동시집 『바람새』, 『하늘 덮는 천막』 등을 출간했다. 한국아동문학인협의 우수작품상, 대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동시는 아침 식탁에 차려진 반찬들을 보며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정을 떠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식탁 위에는 삼촌이 보내준 영주 쌀, 큰고모가 담근 김장김치, 이모가 보내 준 복어국과 파김치, 작은고모의 가지볶음과 호박볶음, 그리고 아줌마가 보내 준 김이 놓여 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정성껏 보내준 음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끼 식사가 된 것이다. 화자는 반찬의 값이나 맛보다 그것을 보내준 사람들의 사랑과 정성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가족과 이웃의 얼굴이 어떤 유명한 상표보다도 더 값지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동시는 단순히 반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챙겨 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정성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읽는 사람에게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 그리고 나눔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시라고 할 수 있다.

 

2. 심태호(서울대 교육행정연수반) 선생님의  평

박경선 교장님의  동시 " 최고급 상표 " 를 읽으면서 문득 식탁 앞에 앉아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아침밥을 먹으려다 문득 놀랍니다. 늘 보아 오던 '엄마표 반찬'은 보이지 않고, 삼촌 표 영주 쌀, 큰고모 표 김장김치, 이모 표 복어국, 작은고모 표 나물반찬, 아줌마 표 김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ㅎ

그런데 이 동시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여러 사람이 음식을 보내주었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시인은 반찬마다 붙어 있는 보이지 않는 이름표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공장에서 찍어낸 상표가 아니라 사랑과 정성이 새겨진 사람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보내준 얼굴들이 최고급 상표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이 동시를 음미하면서 문득 나의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도움과 사랑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내가 입는 옷에도 누군가의 땀과 수고가 배어 있고,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에도 농부의 정성과 상인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과 친지들뿐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모여 오늘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동시는 단순히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노래한 작품을 넘어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緣起)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緣起란 한마디로 말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는 가르침입니다.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수많은 인연과 조건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이 연기를 통해 시인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리 기 쉬운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점점 혼자 살아간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 다. 서로 기대고, 나누고, 보살피며 살아갈 때 비로소 삶은 따뜻한 온기를 얻습니다. 식탁 위의 반찬들이 보여 주듯이, 한 사람의 삶은 수많은 인연들이 엮어낸 사랑의 작품입니다.

더욱이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것은 값비싼 물건이나 화려한 명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려울 때 건네준 따뜻한 말 한마디, 힘겨운 순간에 내밀어 준 손길 하나, 아무 조건 없이 베풀어 준 관심과 배려야말로 진정한 명품입니다. 그러한 마음에는 세상 어느 기업도 만들 수 없는 '최고급 상표'가 붙어 있습니다.

동시를 읽고 나니 내 삶의 식탁도 새롭게 보였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 스승들, 그리고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이 보내준 사랑과 도움의 흔적들이 내 삶 곳곳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감사의 마음을 품어 봅니다. 내가 가진 것들보다 나를 채워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값진 재산은 통장 속 숫자가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난 5월말 가사문학권 담양의 樓亭탐사 중 인도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분과 광주 선교 100주년 투어 중... 양림동 거리에서 만났던 詩가 생각났습니다.   박교장님의 시와 매우 유사한 그림처럼 느껴져서 소개드립니다.ㅎ.      

 

 신경림 시인의 동시 「빨주노초파남보」는 일상 속 평범한 사물들이 지닌 다채로운 색채를 통해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노래한 작품이지요.

「빨주노초파남보」
                             신경림
우리 교실은 빨주노초파남보
난리 옷은 빨갛고
하나 옷은 주황
미나 옷은 노랗다
서로 어우러져 무지개 같다

우리 집 식탁은 빨주노초파남보
시금치 나물이 초록이고
미역국은 파랑
가지 무침이 남빛이다
서로 빛깔을 뽐내는 게 꽃밭 같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은 빨주노초파남보
과일과 생선도 빨갛고 노랗고
산나물과 버섯은 보랏빛이고 남빛이다
다투어 예쁘다고 뽐내면서
별로 온통을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모두 모두 빨주노초파남보

                                     — 신경림 동시 全文—

이 시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색채'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 삶의 본질을 평화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교실의 아이들, 집의 식탁, 재래시장의 먹거리 등 각기 다른 색을 지닌 존재들이 모여 '무지개'와 '꽃밭'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풍경을 이루면서 다원성 속에서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華)이 뚜렷할수록 전체의 조화가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시인은 아이의 눈을 빌려 증명하고 있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농촌과 민중의 삶을 노래해 온 시인이지만 이 동시에서는 거창한 이상이 아닌, 우리네 식탁 위의 나물, 재래시장의 생선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다양성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냅니다.
무지개색이 가지는 다양성과 조화의 핵심 의미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고유한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배척 없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움과 공동체를 이룬다는 점에 있지요. 실제 무지개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문화적, 철학적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자연의 상징물입니다.
시인은 이 단순하고 명료한 동시를 통해 아이의 시선으로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한 가지 색이 독점하지 않고 서로 양보하며 함께 빛나기 때문임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지개의 다채로운 7가지 색들은 본래 투명하고 밝은 '하나의 태양빛'에서 갈라져 나온 것임을 숨기고 있지만 바탕에 깔린 정서는 디양한 색상이 모두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본질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공동체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요.                             

 

 박교장님의 " 최고급 상표 "도 사실은 그 모두가 함께 일구어낸 共存과 相生의 조화로움에서 비롯된 至高함이 아닌지요.ㅎ 두 童詩가 품은 생각이 다른듯 닮아서 보내드립니다.~~^^
박경선 詩人의 " 최고급 상표 "는 그 소중한 진실을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빛이었습니다. 이처럼 감동적인 명상으로 이끌어 주신 박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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