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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꿩의 목깃처럼 푸른 오월에

작성자워낭소리|작성시간18.05.11|조회수42 목록 댓글 0

       수꿩의 목깃처럼 푸른 오월에

                                                                                                                    허 열 웅

   5월이면 연노랑, 분홍, 하늘색 등 가볍고 부드러운 봄 색깔의 옷들이 거리의 쇼윈도에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철쭉과 진달래의 예쁜 색깔처럼 동물들도 화사한 표정으로 바뀐다. 시인 김억은 봄은 이지理智가 아니라 감정感情이다라고 했으며, “봄은 나에게는 취기의 계절, 광기의 계절이라고 전혜린은 고백했다.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이다. 집집마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여의치 않으면 전화라도 걸어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에 차라리 가정의 달인 5월에 섭섭함이 쌓이고 가족 간에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리라. 경기불황과 청년실업 시대를 헤쳐 나가며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는 가정도 있을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지켜야할 가치와 의무가 있는 법이다. 세상이 무너져도, 모두가 돌아서고 못 본채 하더라도, 세상 끝까지 달려와 모든 것 벗어주고 내편이 되어준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다. 아직 전화를 받을 수 있거나, 모시고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면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어버이날에 제대로 부모대접을 받는 경우는 딸을 가진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딸 없는 부모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아들만 둔 부모가 가장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경우는 아들이 며느리 편에 서있을 때이다. 그래서 아들은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나도 지난 날 하느님께서도 처방전을 내기가 어렵다고하신 고부갈등인 어머니와 아내의 불협화음 가운데 힘든 세월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랬다. 부모와 아내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때 아들은 부모 편에 서있었어야만 했다. 전해 내려오는 유교적 사상은 아내는 다시 얻으면 되지만 부모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가르침이었다. 그렇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선 남편의 지혜가 절대 중요했다. 중립을 지켜가며 두 여인에게 진지한 하소연이 필요했다. 아내에게는 어머니가 얼마나 사시겠느냐, 그러니 좀 참고 이해해 달라며 부탁을 했다. 어머니한테는 철없는 아내를 탓하며 모성을 자극하는 하소연으로 위태로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요즘 시대는 반대현상이 되었다. 부모는 버릴지언정 아내는 못 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집안의 모든 대소사에 관한 의견을 며느리가 좌지우지하며 아들은 그저 따르기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견이 생기는 경우 부모를 이해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아내 편을 드는 게 두 아들의 모습이다. 그럴 때는 며느리보다는 아들에 대한 기대가 무너져 더 섭섭한 마음이 든다.

   가정과 가족이란 살아가는데 가장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에 부모자식 간에 조촐한 선물과 따스한 식사로 하루를 보내는 가정이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며칠 전 발표한 ‘2016년 노인학대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노인학대로 들어온 신고 12,000 여건 중 5,000 여건이 노인학대로 판정되었다고 한다. 그 중 가해자 절반이 자녀라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데 놀라운 사실은 해마다 12%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모진 말 한마디에도 나이든 부모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자녀들은 명심해야 된다.

    흔히 말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베풀어준 것의 100/1만 이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돌려준다면 효자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어린이날에서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5월이 부담스럽다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오늘 하루라도 한 해가 다르게 주름살이 늘어가는 부모님 마음을 헤아려봤으면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20여 년 전에 KT &G 사보社報에 실린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카네이션 붉게 피고부터/ 하늘과 땅이 열렸습니다

    당신은 눈대중도 헤아림도 서툰 체하며

    가슴 속 깊은 물 밤낮 없는 두레박질에

   한 모금의 마름도 모르십니다.

 

   웃옷 달라면 아래옷조차 벗어 /체온까지 덤으로 삼으시고

   쌓은 곡간 바리바리 헐어가도/ 모자람만 속상해하십니다

   철없는 조바심으로 가슴조이며/ 자투리 잠도 설치는 당신께

 

   일 년 삼백육십오일

   꽃 한 송이/밥 한끼가 전부이고 나서

   입술 가에서만 산과바다보다/ 깊고 높다 흩날릴 뿐

   얼마나 더 많은 주름살을 안겨드릴 런지

 

   비온 뒤 초록이 수꿩의 목깃처럼 푸른

   오월의 햇살을 담아 바칩니다.

                                            (1994, 5, 8어버이날에”-필자의 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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