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는 것
오래전, 저는 탈진했습니다.
기도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기도가 되지 않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사람이 버거웠습니다. 말씀을 읽어도 마음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빨리 지쳐갔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 낯설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렇게 배웠습니다. 더 믿어야 한다. 더 사랑해야 한다. 더 열심히 섬겨야 한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달렸습니다. 믿으려고 노력하고, 사랑하려고 애쓰고, 사역을 감당하려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집니다.
왜일까요. 어쩌면, 처음부터 방향이 조금 어긋나 있었던 건 아닐까요. 신앙을 "내가 하는 것"으로 붙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도 이 부분에서 자주 넘어집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5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내 안에 거하라." (요 15:5)
가지는 열매를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가지는 그저 나무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열매는 나무가 맺게 하는 것입니다.
빌립보서 2장 13절은 더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느니라."
믿음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믿어지게 하시는 것입니다. 사랑도, 섬김도, 기도도—성령님께서 우리 안에서 일으키시는 것입니다.
번아웃이 왔을 때, 오히려 이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다 해야 하는 게 아니었구나. 내가 더 잘 믿으려 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믿어지도록 이끄시는 것이었구나. 신앙이란 내가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안에서 움직이시도록 내어드리는 것이었구나.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능력을 기다리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의 손 놓음을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오늘, 한 가지만 해 보시겠어요?
억지로 믿으려 하지 마세요. 억지로 사랑하려 하지도 마세요. 그냥 이렇게, 조용히 기도해 보세요.
"주님, 저는 모르겠습니다. 주님이 해 주세요."
그 기도가 어쩌면, 가장 솔직하고 가장 믿음 있는 기도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힘 빠진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마침내 손을 내려놓는, 바로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