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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C 목회컬럼

백 년보다 깊은 하루

작성자예수님만|작성시간26.06.10|조회수13 목록 댓글 0

백 년보다 깊은 하루

 

백세시대라고 합니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이 시대의 꿈이 되었습니다. 건강 정보를 챙기고, 좋다는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하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를 소원합니다. 저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은 것은 누구나 품는 마음이니까요.

 

그런데 며칠 사이에 세 통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이웃 집사님, 아들의 친구, 그리고 오늘 아침엔 함께 목회의 길을 걸어온 동기 목사님까지. 나이도, 이유도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도 예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었습니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아무리 익숙해도,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의 계획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그 앞에 서면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되면, 우리는 자꾸 '언젠가'를 기다리게 됩니다. 은퇴하면,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그때 더 잘 살겠다고 미룹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에게 '긴 삶'을 약속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 이 하루'를 맡겨 주셨습니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 90:12)

 

날을 센다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움츠러드는 것이 아닙니다. 내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오늘 이 하루를 더 진지하게 붙드는 것입니다.

 

바울은 생의 마지막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디모데후서 4:7)

 

그가 죽음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오래 살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늘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살아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고백 앞에서 자주 멈춥니다. 나는 오늘 내게 맡겨진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요.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부르실 때, 그분께는 후회가 없으십니다. 이 땅에서의 사명을 다한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젊어도, 나이가 들었어도—충실히 살아낸 하루하루가 쌓인 삶이라면, 그 부르심은 중단이 아니라 완성입니다.

 

오늘 딱 한 가지만 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내 자리에서, 내게 맡겨진 한 사람에게 마음을 다해 보십시오. 가족이든, 이웃이든, 오늘 곁에 있는 누군가이든. 거창한 결단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 작은 성실함이 오늘 하루를 깊게 만듭니다.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깊이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삶일 수 있습니다. 그런 하루가 쌓여 간 사람은, 부르심 앞에서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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