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안개 속에서 웃다
2026년 6월 8일 월요일
나의 지수 / 맑은 하루
새벽 3시 30분.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과일 몇 조각으로 속을 채운 뒤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홍천에 있는
소노펠리체 이스트에서
고향 친구들과 골프 약속이 있는 날이다.
과일과 음료를 아이스백에 챙기고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도로를 따라
홍천으로 향했다.
골프장 근처 설렁탕집에서 만나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아침 골프는
배가 든든해야 힘이 난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산 능선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초록 페어웨이는 물기를 머금은 채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다.
연못 위 분수는 조용히 물을 뿜어내고,
구름은 산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흘러갔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힘차게 티샷을 날리며
하루의 운동을 시작했다.
승부보다는 웃음이 많았고,
점수보다는 풍경이 좋았다.
가끔은 좋은 샷에 박수를 보내고,
실수한 공에는 함께 웃으며
허허실실 걸어 다녔다.
이 나이가 되니
골프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걷는 여행에 가까워진다.
초여름 초록 벌판 위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게 다가왔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팔봉산 단골 식당으로 이동해
닭백숙으로 점심을 먹었다.
운동 후 먹는 따뜻한 음식은
언제나 최고의 보약 같다.
오랜 친구들과
옛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시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선물이다.
석양 무렵에는
집 근처 앞산 오솔길을
맨발로 걸었다.
능선 화단에는
노란 금계국이 환하게 피어 있었고,
밤나무에는 밤꽃이 활짝 피어
진한 향기를 숲속 가득 퍼뜨리고 있었다.
초록 숲에서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연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위로를 건넨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는
한 달에 한 번 찾는 블루클럽에 들러
머리를 정리했다.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고
짧은 두피 마사지까지 받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집에 돌아오니
안사람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 사진이
카톡으로 먼저 도착해 있었다.
노릇하게 구운 치킨과
싱싱한 채소,
붉게 익은 방울토마토가
식탁 위를 채우고 있었다.
그 정성만으로도
이미 맛있는 저녁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친구가 있었고,
자연이 있었고,
가족의 정성이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한 하루였다.
내일도 주어질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해야겠다.
강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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