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8일 목요일
나의 지수 / 맑은 하루
《숲길과 친구,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에 눈을 떴다.
어제와 같은 길을 달려 회사에 도착하고,
예약 현황을 살피고,
고객들의 문의에 답변하며
하루의 일을 차분히 시작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삶은 늘 특별한 일보다
반복되는 평범한 시간들로 이루어진다.
그 평범함이 무너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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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35도를 넘나들던 뜨거운 열기는
숲길을 스쳐 가는 바람에 조금씩 누그러졌다.
밤꽃이 떨어진 오솔길을 따라
맨발로 천천히 걸었다.
따뜻한 흙의 감촉이 발끝으로 전해지고,
귓가에는 오디오북 속
에드바르 뭉크의 삶이 흐른다.
사랑과 상실,
고독과 예술을 품고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숲의 고요함과 어우러져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푸른 숲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나무들은 서로 기대어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건물도,
숲속 금계국이 피어난 작은 화단도,
결국은 같은 하늘 아래 잠시 머물고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걸으며 생각했다.
인생도 주식시장도,
사업도 인간관계도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그러나 숲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새는 노래하고,
꽃은 피어나고,
흙은 묵묵히 사람의 발걸음을 받아준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자연은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완전한 질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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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오랜만에 고향 초등학교 친구 11명이 모였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다.
세월은 반세기 넘게 흘렀지만
만나는 순간 그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능이 닭백숙이 보글보글 끓는 식당 안에는
반가운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건강 이야기,
가족 이야기,
손주 이야기,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까지.
“그때 기억나냐?”
한마디에 모두가 소년 시절로 돌아갔다.
운동회 이야기,
소풍 이야기,
장난치다 선생님께 혼났던 이야기까지.
기억은 오래되었지만
웃음은 오늘의 웃음처럼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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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에는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누군가는 크게 웃고,
누군가는 조용히 친구의 말을 듣고,
누군가는 오래된 추억을 꺼내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문득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젊은 날에는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좋은 직장,
좋은 집,
더 많은 성취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보니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인 듯하다.
오늘 우리는
능이 닭백숙 한 냄비와
음료 한 잔을 나눈 것이 아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을 나누었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으며,
지금도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세월은 머리를 희게 만들었지만
우정은 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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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마치고
전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을 바라본다.
아침에는 일이 있었고,
오후에는 숲이 있었으며,
저녁에는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 속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
거창한 일은 없었지만
충분히 감사한 하루였다.
삶은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하루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걸어온 것에 감사하며
조용히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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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땅이 있고
푸른 숲이 있고
새들의 노래가 있고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오늘도 내가 있다
- 강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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