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가부좌를 오래 하면 관절이 상한다?
결가부좌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 보면 많은 견해들이 올라와 있다. 통증에 관한 것, 지속시간에 관한 것, 효능에 관한 것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의문제기와 견해들이 검색된다. 결가부좌를 좌법으로 택해 수년간 선정수행을 해오면서 이러한 의문들에 스스로는 납득할 만한 견해를 찾았다. 견해라는 것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나만 맞고 남은 틀리다 라고 양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으로 올라오는 정보들 중 몇몇은 상당히 극단적인 관점을 담고 있는 것도 있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취지보다는 합리적인 인식과 자기감열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몇자 기록해 두고자 한다.
결가부좌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있다. 결가부좌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관절 관련 의문이다. 결가부좌를 오래 하면 관절이 상한다는 주장의 골자는 이렇다. 결가부좌 자세를 취하면 심하게 압박되거나 꺾이는 신체의 부위가 여럿 있는데 특히 무릎과 발목 관절이 그 피해 지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가부좌 자세를 막 취해도 무릎과 발목에 압박과 꺾임이 있어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런 신체신호를 무시하고 1시간이다, 2시간이다, 3시간이다, 하면서 통증을 인내하고 버티는 것은 관절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 정신과 몸을 청정하게 하여 각자가 목표한 바로 나아가고자 하는 행위인데, 그 행위로 인하여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한다면 이는 어리석다는 것이다. 몸을 괴롭히지 않더라도 정신수양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왜 굳이 부처님께서도 하지 말라고 하신 고행의 길을 가느냐는 의문제기다.
이러한 해로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가부좌를 고수하는 찬성론자들의 논거는 무엇일까?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 업장이 소멸한다, 몇 시간을 채우면 받았던 통증만큼 몸이 정화된다, 몸은 고통스럽지만 자세가 바르고 정신이 맑아진다 등 찬성의 이유도 반대의 이유 못지 않게 많다. 그러나 이러한 찬성의 이유들이 반대의 이유로부터 깔끔하게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틀은 통증의 인정이다. 즉 결가부좌의 좋은 점이 무지하게 많기는 하지만 찬성론자 역시 결가부좌의 통증만큼은 인정한다는 것이다. 통증을 참는다는 뜻이다. 통증을 참는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찬성론자들은 결코 반대론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저 바다 건너에 파라다이스가 있다 한들 그 바다를 건너는 고통을 감내할 자력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쯤되면 서로 평행선을 그으며 각자의 길을 간다. 찬성론자들은 계속 결가부좌를 고수할 것이고(고수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 또다시 분기가 필요하다), 반대론자들은 결가부좌를 포기하고 나아가 결가부좌를 하면 병신이라도 되는 양 지나친 비난을 할지도 모른다. 이런 대치논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로, 또 나 스스로도 과연 관절이 나빠질까 자문을 하면서 결가부좌로 선정수행을 해왔다. 그 수행의 중간에 선험적인 답은 내릴 수 있었지만 대다수 인정하는 결가부좌 3시간에 도달한 후에 그 답을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여겼다.
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결가부좌 수행은 무릎이나 발목의 관절을 못 쓰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방법이 잘못 되면 상한다. 바른 방법이면 관절을 상하지 않으면서 많은 이점을 획득할 수 있고, 그른 방법이면 반대론자들의 논리처럼 관절도 상하고 (내 견해로는) 진정한 결가부좌의 효력을 누리기 어렵다. 바른 방법으로 결가부좌 수행을 하는 사람에게 결가부좌 반대론자들의 지적은 온당치 못한 것이고, 그른 방법으로 결가부좌 수행을 하는 사람에게 결가부좌 반대론자들의 지적은 적절한 것이다.
그렇다면 바른 방법은 무엇이고 그른 방법은 무엇인가? 바른 방법은 점진적인 신체와 집중의 계발이다. 그른 방법이란 신체와 집중이 계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지속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편의상 바른 방법/그른 방법 이라는 이분법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 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도 있음을 밝혀둔다. 선천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여건이 인간의 수준을 크게 뛰어 넘는 존재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들은 처음 결가부좌에 3시간 이상의 집중을 보여주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눈으로 직접 누군가가 처음 수행에 부동의 결가부좌 3시간 이상의 선정을 본 적은 없다.
결가부좌 지속시간은 청정한 신체와 집중도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지속시간을 늘려서 좀더 높은 경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들 수 있는 경계의 수준에 따라 지속시간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위에 예를 든 예외적인 상황 이외에는 점진적인 신체여건 조성과 집중력 계발이 핵심이다. 여기서 '점진적인'이라는 의미는 각자의 현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스로 해온 과거 기록에 의하면 1000시간의 꾸준한 좌-수행이 결가부좌 1시간 연장으로 이어졌다. 누적시간이 3000시간을 조금 넘기니 결가부좌 3시간에 도달했다. 이보다 빠른 자도 혹은 느린 자도 있을 테지만 꾸준한 수행에 의한 신체와 집중 계발이 아니라면 결가부좌 찬성론은 반대론에 맞서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2017.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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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해맑은 작성시간 20.06.08 새벽 새벽님의 수행에 관한 글들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
그런데요.... 새벽님께서 많이 무시당하셨다고 말씀하시지만.... ㅋㅋㅋ
이 카페 주인장이신 아위자님께서 글을 올려 놓고 무시 당한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그러니 ... 법보시 차원에서... 꺼내기 싫으시더라도...
그냥 많이 꺼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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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새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08 해맑은 아아~ 전 글로 아니고 면전에서요...... ㅋㅋㅋㅋ 저야 머 호출하시면 언제든 등판하지 않습니까 ㅋㅋ 특히나 주인장님, 해맑은님 호출은 오분대기조 수준으로다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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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해맑은 작성시간 20.06.08 새벽 아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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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혜정 작성시간 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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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새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6.09 무언의 호출인가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