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 관한 시모음 5)
돌의 날개 /류인채
남한강 물속에서 주워 온 돌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았습니다
남한강이 돌처럼 둥글게 돌아나갑니다
얽히고설킨 물의 살이 돌 속을 굴러갑니다
어린 날 강가에 서면 습관처럼 물수제비를 뜨곤 했습니다
지느러미처럼 돋아나던 돌의 날개들
암벽에 살고 있던 내용 모를 벽화들이 물의 접면에 배를 대고
날아가는 소리 들렸습니다
새의 조상은 어디에 날개를 묻었을까요
묶인 날개들이 풀리는 순간
어떤 힘이 돌을 날게 한 것일까요
돌들의 나이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니까 물수제비는
그 유선형의 시간을 수평선 너머로 던져보는 일
날아가는 돌의 발소리에 물새들이 날개를 파닥입니다
부메랑처럼
머지않아 추락할 날개를 달고
돌은 힘껏 날아갑니다
지금은 돌팔매를 견뎌야 하는 시간
짐승의 부리를 꺼내
바람보다 앞서 날아야 할 시간
- 류인채,『소리의 거처』(황금알, 2014)
날개 가시 /유봉희
연못에 잉어 한 마리 물을 가른다
번쩍이는 저 비늘 밑,
큰 가시로 척추를 세우고
잔 가시로 갈비뼈를 만들어
무수한 바늘 가시
속속들이 꽂혀 있는 몸,
부드럽게 물을 가른다
물결도 따라오며 날개 비늘이 된다
유유히 물의 하늘을 날아다닌다
나 이제 알겠다
손끝에 작은 가시 하나
틈 없이 쏘아대며
온몸을 묶어 놓는 이유를
가시도 온몸으로 품으면 한 몸이 되는 것을
가시도 온마음으로 품으면 날개가 되는 것을
날개 달린 꽃 /김윤자
뜨락에 피어난 꽃
심겨진 그 곳 한자리 지키며
꽃빛을 드리워 발하라고
향기를 피워 품어내라고
꿀을 모아 퍼주라고
그렇게 배웠기에 꽃술이 닳도록 다 주고
빈 씨방 하나 키우며 갇혀 살았다.
어느 날 時流의 거센 바람
빗장을 풀어주고 무등 태워
독수리가 새끼의 飛上 길들이듯
꽃을 밀어 날아보라고 했다.
새끼 독수리는 날개가 있음을 알면서도
용기없는 작은 가슴으로 떨겠지만
꽃은 날개 조차 없음을 알기에
바람 앞에 파르르 떨며
피가 마르도록 파드닥거릴 때
구름 사이로 쏟아 내린 섬광 깃털 심어주니
양어깨에 점점 돋아 커진 날개.
用不用說을 아는가.
나비도, 벌도, 새도 아닌 꽃아
심장에서 뛰는 고동소리는 꽃인 것을.
날개 접히면 다시 앉은뱅이 꽃이 되는 것을.
신호등도 건널목도 없는 창천이어라.
날개짓 멈춤없이 사부작 사부작 날아
책갈피마다 香煙 오르듯
솔솔 피어나게 품어 두고 싶은
하얀 영혼 찾아 은구슬 環으로 꿰어 오려므나.
날개의 무게 /조용미
모든 순간에는 끝이 있다
저 나비도 그걸 알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늘 나비들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복사꽃 옆을 지나다 다시 돌아왔다
날개를 접고 꽃잎 아래 매달려 있다
더듬이와 암술이 구분 되지 않는다
큰줄흰나비 날개가 다 젖어 있다
무거워진 날개가 나비의 영혼을 붙잡고 있다
몸이 곧 영혼인 걸 너도 이제 알게 되었을 테지
무거워진 날개도 날개일 수 있는지 생각에 잠겨 있다
날개 때문에 날 수 없게 되었다
접은 날개로 깊은 사유에 들었다
나비와 나는 서로를 느끼고 있다
젖어가는 옷을 입고 나도 조금씩 무거워졌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빗속에 함께 있다
날개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보고
떨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 인두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 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아야 하는데
이 선물이 그의 가슴에
돌이 되어 박히면 난 어쩌죠?
날개, 무겁다 /이규리
어젯밤, 창에 날개를 부딪고 죽은 나비
휴지로 곱게 싸놓았는데
아침에 보니 없어졌다
어떤 힘이 다시 날개를 달아주었는지
나비 날개에 묻은 은가루 금가루 털며
막장 같은 세상 어디에
자신을 운구했을까
날으는 거리가 곧 떨어질 자리라고,
가볍다 믿었던 날개가
추락한 뒤에 보면 가장 무거운데
믿었던 것이 눈부신 허방이었는지
나비 날개에 눈멀어 내일을 잊은 건
바로 나의 이야기
유리창 너머 나비가 나를 보아왔다면
풀썩이는 내 모습이 주검 같지 않았을까
가묘가 된 거푸집 하나 들쳐 메고
흰 나비 한 마리 어디론가 갔다
창 너머 한 사람도 따라 나갔다
꽃잎에도 날개가 있다 /김우진
봄을 붙잡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 철쭉꽃 화분, 바람에 떨어져 나간 꽃잎 한 장이 바람을
밟고 박차고 오른다 허공보다 가벼운 저 꽃잎, 봄을 들어올린다 추락은 잠시 보류되었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운명과 하강하는 생을 한 몸에 지닌 꽃잎, 바람을 잡고 아파트를 넘어
간다 차마고도를 넘어가는 마방* 같은 한 마리 새, 나선의 지문을 타고 솟구치는 저 힘, 죽
은 새의 영혼을 따라가는 꽃잎의 유서, 꽃잎은 천 개의 날개를 달았다 한 생이 다른 한 생을
물고 아득한 공중에 점점이 발자국을 찍으며 경계선을 넘는다 하늘을 날아가는 붉은 꽃잎
날개가 바람보다 가볍게 날아간다
나는 저 꽃잎을 타고 우주의 중심, 초록별로 향한다
* 마방(馬幇): 사람을 돕는 말의 무리란 뜻이다. 차마고도를 넘어 짐을 옮기는 운송수단으로
주로 야크를 이용한다
날개가 색을 묻히다 /손현숙
날갯짓이 정지했다 사진사 K는 카메라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흰색과 청색과 녹색과 붉은 천까
지 배경도 색색으로 갈아치웠지만 청자호리병의 학은 도무지 날지 않는다
천장과 바닥으로 가책 없이 튀는 빛, 짙고 엷은 그늘이 화석처럼 배경으로 쌓인다 보색의 천으
로 색을 먹였지만 새는 박제가 된 정물
먹인다는 말은 무친다는 말, 날개에 색을 무치면 정지했던 날개는 하늘에 다시 숨을 풀어놓을
까 그것은 밖을 부려 안을 깨우는 일 날개에 색을 먹이기 위해 빛을 올려붙이는 거다
작업대 앞에서 등을 궁굴리던 사진사 K, 종말을 선언하듯 지포 라이터를 바닥으로 힘껏 던진다
영혼이 대답하는 것처럼 배경으로 사라지는 불, 빛으로 날개에 활활 色을 묻힌 새가 수직 상승한다
먼지 날개 /금시아
한 줄기 빛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나를 사선으로 자른다
빛의 기둥 하나 깊숙이 박힌다
눈꺼풀 속의 잠결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숨고 빛의 원통 속으로 수많은 별빛들이 먼지처럼 날개
를 달고 날아오른다
빛의 기둥은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먼지는 닻을 내린 듯 웅크리고 있는 사선으로 툭 잘린 내 몸
을 타고 애벌레처럼 올라온다
내 온몸에 솜털 같은 먼지 날개 돋는다
살아 있다면, 날갯짓이다
꿈틀거리는 날개는 꿈을 꿀 수 있지
눈은 더욱 초롱초롱하겠지
사냥꾼의 총신 끝에서 파르르 떠는 속눈썹 같은 날갯짓.
보이는 곳만 살아있다면 보이지 않는 날개는 죽은 것일까
벌떡 일어나 커튼을 젖힌다
온 방 구석구석에 햇빛을 투사한다
내 몸이 재빨리 봉합된다
눈부신 정적, 그 많던 날개는 어디로 갔을까
사물의 뿌리들은 어둠 속으로만 파고들고 구석을 들춰보면 은밀한 곳에서
보일 듯 말 듯 먼지들 어느새 날개 접은 하루살이처럼 나뒹군다
먼지는 죽고 나서야
장렬하게 뭉치는 습성이 있다
사람의 죽음은 스미거나 날아가고
먼지의 날갯짓은
'난파, 혹은 최고의 상실'*에 이르는 입적이다
* '말라르메'의 『시집』「짓누르는 구름에 대해 침묵하다」에서.
날개 없는 울음들 /이재무
둠벙이 얼어붙고 나서 날마다 사고가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둠벙 옆 미루나무 가지에 와서 직박구리가 울면 동그란 울음소리가 바닥에 떨어져서는 자꾸만 미끄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울음 방울들은 일어서다가 미끄러지고 또 일어서다가 미끄러지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렇게 얼음 바닥을 굴러다니는 새 울음들이 한 소쿠리는 될 듯합니다.
퍼렇게 멍이 든 울음들, 빨간 피를 흘리는 울음들, 날개 없는 울음들이 봄이 오자 파랗게 움으로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 이재무,『슬픔은 어깨로 운다』(천년의 시작, 2017)
그리움의 날개를 달고 /우심 안국훈
고유한 색깔과 향기가 있어
저마다 꽃이 아름답듯
타고난 개성과 그리움 있어
그대는 꽃보다 아름답지 않더냐
행복은 경쟁이 아닌 공존에서 오듯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불행의 그림자 드리운다
내일 아침 무엇을 먹을까 보다
내일 누구를 만날까가 더 기대되고
지금 살아있어 주변 사람이 행복하다면
세상 한 모퉁이 밝히는 별처럼
그 삶의 가치는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소유 자체만으로는 향기가 없나니
비바람 맞으며 온몸으로 꽃피우는 순간
가슴 깊은 곳부터 번지는 미소는
추억의 날개 달고 보고 싶은 그 사람 찾아간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임영준
세상에 뿌려진 수많은 밀알 중에
충만한 생명은 얼마나 될까
본능과 유혹을 억누르지 못하는
어수룩한 깃발들이 한때
마음 놓고 넋 빼고 펄럭거리다가
엄정한 삭풍이 몰아칠 때마다
분분히 찢어발겨 지고 있다
각고의 노력을 다해 천상을 날다가
난잡한 추행으로 제동 없는 도박으로
일순간에 추락해버리고 마감하니
혹 누군가 또 가볍게나마
발끝이라도 담그고 있다면
사력을 다해 뛰쳐나오기만 바랄 뿐
그리 찬찬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달린 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추락하는 날개 /강지산
-철거민 생존권 투쟁 철거현장에서
유토피아는 아물지 않은
상처들의 비 존재성의 값
내 입에 문 담배 한가치 보다 싼 연기
싹틔울 바램은 목젓을 적시는 빈잔
사흘을 헛 품팔고
광인처럼 일어서는 배고픔
묵시적 동조로 말라버린 인동초 처럼
하늘만 바라보다,하늘만 바라보다
둥지의 빗장은 굳게닫혀
차가운 아궁이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 땅에서 죽어간 우리의 유토피아여
네가 태어나고 자라나던 고향의 숲
초롬 초롬 피어나는 잎새를 잊지 마라
빼앗긴 깃털,눈에서 멀어진다 해도
힘찬 바람 되돌아올 날 잊지 마라
하늘높이 되날아오를 기억을 잊지 마라
살 타는 냄새는 오늘도
아버지의 아버지의 굵은 손
마디마디 에서 웃고있다
어디선가 날개 꺾여
근본없는 새 한마리
눈부신 빌딩 숲에 날아들었다
퍼 드득 거릴 때마다
깃털을 하나씩 빼앗기며
목관악의 울림보다 더
깊은 소리를 속으로 삭힌다
대지 위를 떠도는 미완성의 포효들은
만물 위에 천둥과 번개로 치장하고
절망의 날개를 지닌 철새를
망나니로 몰아 세웠고
생채기로 만든 루삥의 둥지는 철거 되었다
검은 날개 /민경대
하늘을 오르는 날개는 빛을 가득싣고 어둠을 뚫고 하늘을 오르는데 검은 날개로 오르는 것은 누구나 낮은 골짜기에서도 바라볼수 있다 그렇게 하늘을 오르는 날개는 누구나 낮은 포복자세로 총을 겨누는 자에게는 사격이나 저격의 대상이 되며 가슴 한 복판에 못을 박고 하강의 기류를 타고 만다
흰 날갤로 하늘을 나르는 양상은 우리는 눈에 볼수 없는 경계를 지나 눈에 띄지 않는 선회를 하며 하늘로 상승하는 기류를 타기에 양력으로 하늘을 나르는 것이다 누구의 힘이나 부력도 없이 나르는 선회의 자새로 삶을 불결 흐르는 낮은 곳에서 뫂은 곳으로 향하는 기단에서 발을 구르며 먼 산을 바라본다
스승의 날에 반문해 보며 누가 누구의 스승이 존재하는 21세기의 문법에 손질을 하며 금요일에 교정에 군데군데 널려 있는 축제의 마당에서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날개쭉지를 꺽어 들고 도서관 빈구석에 없어진 아버지 스승의 날개를 만저본다
당신의 날개는 천사의 날개인가요 /정세일
행복의 수레바퀴는 많은 것이 실린것보다
어떤 날개가 실려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네요
당신의 날개는 천사의 날개인가요
아님 나비처럼 가벼운 그래서 하늘을 마음껏 날아
해의 곁으로 당신의 미소를 보내줄수 있는 날개인가요
어제 저녁에 산너머 외로움 들이 보내온
물방울 하나에 들어있는 아침 햇살들이
어린시절 가지고 놀았던
유리 구슬처럼
빛나고 또 빛납니다
어머니 치마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몰래 보물처럼 숨겨놓아
열어볼 때 마다 그 뜻모를 기쁨을 느끼던 것처럼
그속에 들어있는
파랗고 노랗고 빨간 색색들의
들여다 보이는 우주의 소리는
당신의 마음에 거울에 비추어 볼때마다
나의 마음은 그 환함으로 밝아집니다
마치 수백년 당신의 마음을 기다린것처럼 말에요
그렇게 마음에 가마터에서
흙으로 구슬을 만들어
투박하고 볼품없는 모습이라도
그속에 우주의 소리를 담고자
소리나지 않는 고무망치로 나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세월의 소리가 들어있도록
아버지의 소리와
어머니의 소리와
누나의 부르는 소리가 들어있는
마음으로 반죽하고 애태움으로 잘 섞여서
어린시절에 어머님이 주시던 그 유리구슬같은
소리를 담고자 나는 가마터에서 진흙을 동그랗게 반죽합니다
사랑한다는 생각하나로
나는 또 하나의 가마터를 발견합니다
우리 누이 동생의 봄을 닮은 모습과
그의 아름다움 으로
이 마음 따듯한
햇살에 색동옷을 입히고 싶어서입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색의 반죽으로
잊어버림
그리고 기억되지 않는 누이동생의
그 예전 모습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마음에 애태움이 있는날에
또 하나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에요
기쁨의 날개깃 힘껏 펼쳐요 /구경숙
기쁨의 날개깃 힘껏 펼쳐요.
소망 물든 머리에 수놓고
하늘 향해 힘차게 전진할
가득한 부푼 꿈 한껏 안고
빛나는 가사로 찬송 부르며
가슴에 흰 깃털 장식하여
행복의 겨운 천국의 삶을
펼쳐 꿈을 날개 짓 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