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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시모음 1

달력에 관한 시모음 6)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18|조회수41 목록 댓글 0

달력에 관한 시모음 6)

 

달력         /鞍山백원기

 

오늘은 내가 받은 선물인데

세월이 야금야금 뺏어간다

아침인가 하면 낮이고 밤이다

 

한 걸음씩 천천히 걷고 싶은데

급행열차를 타고 빨리 간다

손잡고 정답게 가면 좋으련만

무엇이 바빠 뿌리치고 가나

 

세월아 어둠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지 말고

헌 달력 떼어낸 자리 새 달력 달면

못 이기는 척 오래 매달려다오

 

 

달력 이야기      /이원문

 

촌뜨기의 그 시절 그랬었는데

종이가 귀했던 시절

문에 바르는 창호지는 안 그랬었나

벽에 바르는 도배지는 어떻고

벽에서 흙이 떨어질 때면

비료포대 종이로 겨우 땜방질

공책 찢어 발랐고

찢어진 문의 창호지도 겨우 공책장으로

 

우글쭈글한 천정에 쥐 놀이에 시끄러웠던 날

두들겨 쫓아내면 또 와서 우당탕탕

조금씩 얼룩진 것 그것이 무엇이었나

몇 년에 한 번 바르는 도배지

시커멓게 끄을르고 누렇게 바래고

동생들의 크레용 낙서는 어때었지

그래도 한글 깨우치는 것이 기뜩해 그냥 두었지

 

단 하나 새로운 것

집집이 돌린 국회의원 달력 하나

그것도 없으면 읍내 면사무소에서 얻어

방 문 앞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붙였었지

열두 달 일 년 날짜 한눈에 보는 달력

조그마한 글씨에 부담 되는 달이 그리 많은지

그 달력 그 곳에는 누구도 낙서를 못했다

 

 

달력을 바꿔 거는 동안       /유계자

 

벚나무는 자꾸 꽃잎을 흘리는데
빈 그네에 노을이 앉아요
나를 안고 그네를 타던 엄마의 붉은 구두는
놀이터를 벗어나 어디를 걷고 있을까요
주방에서 쌀국수 삶는 냄새가 나지 않고
날마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밥상 위에 쏟아져요
TV에서 탁란하는 뻐꾸기를 보고
저런 저런 못된 것 같으니라고
못된 짐승이 또 있네
어쩔 수 없이 나는 짐승의 아이
할머니는 짐승의 아이마저 사라질까 봐
나보다 먼저 울어요
동전처럼 머리털이 빠져나가고
날짜의 각질들만 말라가는데
붉은 모랫바닥에 타갈로그어로 쓴 내 생일
초대할 친구 없어 고양이만 그려요
놀이터에 자주 오는 줄무늬 어린 고양이
내 울음에 끼어드는
나비야 나비야
풀린 꽃잎처럼 오래도록 어깨를 들썩이죠
폰 속에서 이모티콘 생일축하 촛불은 타고 있는데
엄마는 줄이 없는 꽃잎, 어디까지 날아갔을까요

 

 

달력        /김 철

 

달력은

늦가을에 낙엽 지는

나무 같아

 

날마다

날짜가 하나씩

떨어져 내리니까

 

(월간 문학도시 2024년 5월호)

 

 

달력을 넘기며       /권태봉

 

가라. 떠나거라.
너의 어둔 등허리.
커튼을 드리운다.

가라. 잦은 걸음으로.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11월의 달력을 넘기면
스산해 보이는
달력나무의 마지막 잎새.

나는 홀로 뜰에 나가
쌓인 낙엽 헤치고 구근을 묻는다.
튜울립.

그렇게 떠나라.
낙엽 대신 서리가 쌓이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려도
나는 홀홀이
땅 속의 구근이 되어
네가 없는 1월과 2월의 달력을
견디리라.

 

 

12월의 달력이 떠나려 한다      /美風 김영국

 

비닐 안에 돌돌 말려 있는

새 달력을 풀어

벽에 건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의 중순을 넘어섰다

 

그동안 달이 갈 때마다

찢기고,

뒤로 넘겨지고,

애경사(哀慶事) 메모판이었다

 

이젠,

며칠 안 남은 12월 한 장만이

외로이 제 몸을 떤다.

 

 

마지막 달력      /전세창

 

일년 중 마지막 달

12월이 되면

항상 착잡한 기분이 든다

 

1월엔 올 한해 멋지게

보람되게 살자고 다짐해놓고

연말에서 보면 한게 없는거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올해도 별탈없이 살았구나

안도하며 신께 감사한다

 

이 달이 지나면

새로운 해 새로운 달이

희망으로 찾아 올거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한다

 

내가 정말 아파서 이 달을

못 넘긴다면 그땐 정말

마지막 달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이면서도

마지막이 아닌 12월의 달력

많은 걸 느끼게 하는

고맙고 소중한 달력이다

 

 

달력을 지우며       /김경림


수고했던 달력을 지우며

1월부터 12월까지
빠짐없이 할일을 적어 놓고
하나씩 지워간다

설날도 지우고 결혼식 날
생일과 병원가는 날도 지워가면서
하루에 삶이 보람됐다 지우고
대출 연장 날짜 보며
마음 졸였던 은행 시간표도 지운다

하나씩 지우다 보면
열아홉의 나도 서른 아홉의 기쁨과 마흔아홉의 생사고비를 넘긴시간이 저절로 지워진다

지우고 싶지 않은 날도 함께 지워지고 나면
텅빈 대합실에 앉아 있는것 같다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에
새로운 달력을 반기듯
새 삶을 위해 노트 한 권을 준비한다

 

 

달력        /황윤택

 

달력 안에 글씨를

한 자만 지울 수 있다면

하루를 건너뛸 수 있을까

 

내일은

너를 만나러 가는 날

하루 길이가 이렇게도 길 줄이야

 

달력 위에 글씨를

길게 늘여 놓으면

이틀 같은 하루가 될 수 있을까

 

오늘은

너를 만나러 가는날

이틀이 하루로 길어져도 좋겠다

 

 

달랑 한 장       /하영순

 

야속한 세월이

달력을 다 뜯어내고

달랑 한 장 남겨 놓았다

한 장 남은 널 보니

정신이 든다

남은 한 달 갈무리 잘 자고

날 찾아오는 다음 해를 위해

준비해야지

한 해를 멋지게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달랑 하나 남은 달력 아

널 한 장 한 장

뜯어 낼 때마다

아픈 내 마음 너는 아느냐

 

 

멈춰 선 달력 한 장       /박종영

 

새해 첫날 달력을 벽에 걸면서도

낯선 숫자가 빤히 쳐다보는 기세에 눌려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어도 넘기지 아니하자

바스락대는 종이 소리가 위협적이다.

 

날짜를 채워야 의무가 완성되는

달력의 능력으로 흐르는 시간이 불안할 때,

멈춰 선 날짜를 보면서 미안감도 들고

넘기지 않아도 차곡차곡 쌓이는

삶의 층계를 헐어 낼 재간도 없다.

 

흔히 기억할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고

지난 시간을 되돌려 기억하려는 것은

또 다른 달력을 마음 안에 걸어놓는 일.

 

부박한 종이에 박힌 셈본 같은 숫자 앞에서
가난하게 돌아오는 날이 부끄러워

망설임 하다가 작정하고 멈춰 선

한 장 12월의 달력을 넘기는 이별의 시간,
세월의 술래로 춤추는 광대는 과연 누구인가?

 

세상의 모든 설렘을 모아 젊음을 노래하던

호기 찬 지난날의 오늘에 서서,

달력 속의 아담한 초가집 한 채가 눈물이다.

 

 

낙서의 달력      /이원문

 

보름 전에 구입한 달력

첫해 첫 달 첫 장을 바라보니

긴 날짜의 첫 달에 붉은 글씨가 많다

쉼이 많아 좋기는 좋은데

수입만큼 지출이 많은 달

지출 보다 시간도 그렇고

이 새해의 첫 달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다음 한 장씩 넘겨가며

짚어 보는 계획 된 달과 날들

이 날짜에 맞춰 다 이행 할 수 있을까

집안 행사에 사회의 행사

내야 할 돈은 얼마나 될까

동그라미로 짚는 그 며칠

계획에 지출 될 금액이 수입과 다르다

 

 

달력          /鞍山백원기

 

묵은 달력이 인사를 한다

한 해 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

아주 고마웠다고

 

하루하루 날짜를 짚어가며

해야 할 일을 생각했으니

늘 함께했던 한 해가 고맙다고

 

새 달력이 옆에서 웃고 있다

묵은 달력아,수고했다 잘 가라

이제부터 내 차례니,걱정 마라

 

네가 했던 한 해처럼

나도 열심히 성실하게

한 장 한 장 넘겨볼게

 

 

달력        /김영길

 

새해를 맞이하여 12형제가 모였다.

새 희망 새 소망을 새 기쁨을 품고

떡국을 먹으며 새로운 계획과 실천을

서로 약속하는 단결의 모습이었다.

 

한 달이 되니 맏형은 봄을 준비한다.

사라지고, 찾아다니다가 한 달이 되니

설날이 오고 남은 가족이 모여 부모님과

명절을 보내고 나니 둘째형이 집을 나갔다.

 

남은 열 형제가 봄에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려 불어오는 봄바람의 침(針)을

맞고 눈을 뜨니 노란 새싹이 돋아나고

봄 향기 꽃향기 그윽한 봄날이 찾아왔다.

 

긴 여름 견디며 무성히 자란 작목들이

영양을 흡수하며 땅의 영양과 지기(地氣)를

아이가 젖을 빨듯 당기어 먹고 자라

여름이 지날 무렵 형제는 반만 살아남았다.

 

절반을 잃은 형제들 가을 단풍놀이에

산으로 떠나고 새 가정을 이루어 떠나고

외국 여행을 떠나니 겨울 준비는 이제

셋 형제의 몫이 되어 쓸쓸한 마음이로다.

 

겨울이 돌아오니 찬 서릿바람에 세상을

떠나고 두 형제만 남아 말벗을 하고

지내는데 강추위에 하나 또 세상 떠나니

벽에 걸린 달력의 막내는 혼자 떨고만 있다.

 

 

6월의 달력     /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포개진 달력      /나영민

 

구월이

왔다 했는데

슬그머니 시월에

자리를 내어주나 봅니다

 

푸르름은

아직도 여름 끝자락

아쉬움이 자랐는지 귓전

풀벌레 소리로 가득합니다

 

한 장씩

넘겨진 벽걸이 달력

뒤로 두텁게 포개지고

밀려 나온 석 장이 한 해 아쉬움

 

시월에

당부하는 소원은

내심 두둑한 호주머니지만

추락한 경제에는 예외는 없으니

 

그저 그만한

서민의 소박한 삶

건강이 최고 화목이 최고

두루두루 살펴 덕으로 살고지고

 

 

열두 친구     /다경 이경희

 

혼자 남아 애잔한 미련이 밀려온다

 

멋진 친구 하나둘씩 사라지고

외로움에 시린 가슴 부여안는다

 

모아 놓은 열한 개의 희로애락이

뒤뚱거리며 찾아온다

 

일 년의 시절 인연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으로 새 희망 심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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