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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시모음 1

마을에 관한 시모음 6)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20|조회수37 목록 댓글 0

마을에 관한 시모음 6)

 

옹기마을 풍경       /우공 이문조

 

찰싹찰싹 찰싹찰싹

사랑의 매 두드리면

더욱 단단해 지고

 

토닥토닥 토닥토닥

어린 손녀 볼기짝 두드리듯

부드럽게 두드리면

더욱 매끈해지네

 

찰싹찰싹 찰싹찰싹

토닥토닥 토닥토닥

장단 맞춰 두드리면

 

배 부른 옹기 하나 뚝딱

날씬한 장독 하나 뚝딱.

 

 

감이 익는 마을        /권달웅

 

잎 진 감나무 가지에

감이 흐드러지게 열렸다.

초파일 간절히 기원하는

빨간 연등 같다.

 

모두 일하러 나가고

아무도 없는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널리고

바지랑대 빨랫줄에는

마르는 애호박고지가

옷고름처럼 하얗게 걸렸다.

 

따뜻한 햇볕이 보글거리는

산골 양지 마을

빨갛게 익은 감을 싣고

기차가 지나갔다.

 

 

바닷가 그 마을        /유소례

 

마을 골목마다

갯비린내 모락모락, 스레이트 지붕이

낡은 페인트를 쓰고

비에 주눅들어 엎드려 있다

 

해풍이 지나가면 마을은 바다에 뜬 배,

기우뚱거리며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그리움 얽어져 귀기울고 있다

 

골목 끝에 박힌 오막집 창안

졸고 있는 전구 아래

해초 차 메뉴판의 서투른 글 솜씨가

연민으로 날 낚시질한다

 

봉당 목판 앞에 앉아

다시마 차라도 한 잔 차려놓고

주인 아씨 목 빠지는 기다림을

위안해 주고나 갈까.

 

 

겨울 후천마을*에서       /이복규

 

강을 건너 당신의 마음을 오가던

빈 배 사라지고

물결들 흘러가버렸다

겨울, 겨우 버티고 있는 이 겨울

늙어가는 시간들

얼려두고 누워있는 강

당신과 걸었던 소란스러운 귀먹었던 눈빛

언 강 아래 재잘거린다

물들이 받쳐주는 두꺼운 물의 살들

그 살들을 디디고 나는 강을 건너간다

당신에게로 간다

물들도 물들에게 기대어

따뜻하게 얼어있는 겨울 강가에서

시간의 접시를 깨듯

언 강을 걷는다

 

*후천마을: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안리에 있는 마을.

 

 

풍선이 있는 마을    /김명서

 

첫눈이 내리면

떠나갈 사람

돌아올 사람

기차가 돌아오는 따뜻한 꿈을 꾼다네

첫눈은 언제나 신성이 깃든 먼 곳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라네

막차는 생목을 올리며 깔딱 고개를 넘어가고

골목엔 장꾼들이 흘리고 간 냄새와 소란이 들썩이네

모퉁이엔 구두 한 짝 떨어져 있고

말굽보다 무겁게 잠든 남자

덫에 걸린 눈 먼 짐승처럼 허우적거리네

좀체 오지 않을 것을 부르는 것 같네

그러나 지금은 결코 미래만큼 춥지 않을 것이네*

밤은 저녁 종소리처럼 아늑하고 고요한데

새 발자국소리들이 일어나고
구구구구 흰 비둘기

곤한 잠의 밑동을 흔들었을까

밖에서 안으로 잠긴 문을 연

힘찬 기압소리 “이 야 야 압∼ 이 야 야 압∼!”

구두 한 짝에 싣고

설원을 건너가네


*영화 프루프에서 가져다 씀

 

 

수탉이 있는 마을         /남길순

 

오늘은 빨강의 목소리로 그가 웁니다

백일홍이 연못 가득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담장 위에 서서 깃을 단장합니다

낭창한 관이 연륜을 말해주지만

너무 오래 날지 않아

날개는 죽은피처럼 몸속으로 사라졌군요

그는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울지만

자기 목소리를 모릅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걸까요

저녁엔 홰를 치며 그가 파랗게 웁니다

나도 모르게 그 울음이 번져

오늘은 내가 슬픕니다

그가 암탉들을 쫓습니다

그녀들에게 수없이 아름다운 길이 있기 때문이지요

말과 표정이 어긋난

고유의 버릇으로

마당을 살피고 있는 수탉

나는 수탉을 보고 수탉은 나를 봅니다

그와 나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우린 수컷입니다

암탉들이 이방의 목소리로 까르르 웃고 있는 저녁

강렬한 태양이 그의 꼬리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횃대에 앉아

나를 태우고 있는

날카로운 피를 엿보고 있습니다

 

 

섬마을         /이원문

 

여기 이 갯벌은

굴바구니의 하루였고

저기 저 먼 바다는

나의 그 세월이었다

 

밀물에 썰물

오고간 그 세월

갯벌에 발 담그며

주워 모은 시간인가

 

껍데기로 남아

돌담 밖에 쌓여 있고

속절없는 파도만이

밀려와 부서진다

 

 

봄을 맞는 산마을     /세영 박광호

 

메마른 대지에

쌓인 눈 녹아들고

안개 자욱한 산마을엔

봄볕이 든다

 

희망의 봄맞이가 자연만은 아니어서

사과나무 전지하는

사람의 손끝에도 삶의 꽃은 피어나고

머잖아

감자심고 모판 짜고

밭갈이 논갈이 농기계장단에

땅속 아지랑이도 잠깨어나겠지

 

겨울이 있어 봄이 오듯

우리네 삶도

늘 겨울만은 아닐것이네

산마을에 깃든 봄볕이

진정 은혜롭구나

 

 

산간(山間)마을에서      /박인걸

 

산간(山間)의 하루해는

산과 산을 건너뛴다.

중천에 걸렸다 싶었는데

어느덧 붉은 빛을 토한다.

이리 불다 저리 돌이키는 바람은

나뭇가지 사이를 샅샅이 살피고

한 잎 남은 잎 새까지

말끔히 쓰레질해간다.

적요(寂寥)는 나의 마음을 붙잡고

뒤섞인 성냥개비 같던 정신을

가지런히 정돈(整頓)하여

안정된 위치(位置)에 놓는다.

저녁녘 산비둘기 울음은

애수(哀愁)의 소야곡 같아

조용히 찾아 온 길손의 가슴을

만감(萬感)으로 가득 채운다.

무념한 심혼(心魂)에 고독을 채워

환골탈태를 꾀하였더니

산간도 역시 초매(草昧)하지만

그래도 영혼(靈魂)이 충만해진다.

 

 

화사(花蛇)한 마을        /안희선

 

옛날에, 아주 옛날에

따사로운 감정과 애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사계절을 통하여

한 나무가 될 줄도 알았고

퍽이나 예의 있는

언어도 공용어로 쓰이곤 했다

그러나 배암이 꽃처럼 나무에

똬릴 틀고난 후

날름거리는 그 혓바닥 위에서

나무는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제일 후에 알아야 할, 눈치로운

침묵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일밖엔

할 것이 없어

온몸엔 가느다란 나무가지만

별다른 뉘앙스 없이

솟았다

한때는 나무다웠던 사람들도

그렇게 냉혹의 제물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나무가지를 잘라서,

속안의 힘줄을 쳐다보면

더욱 잘 견디기 위해

말을 하고 싶어도

그저 제 가슴의 비굴한 발자국 소리만

듣는 망연한 경련이 보인다

더욱 잘 묵묵히 있기 위하여,

그냥 바라보며

칭칭 감겨오는 꽃배암의 포박 안에서

그 어떤 말을 듣더라도

절대로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하는데

아담과 헤와 이들 이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동동거리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시 마을 2         /노정혜

 

행복을 만들고 싶다

찾았다 시 마을

 

향기로운 집을 짓고 싶다

소재를 쌓아 놓은 것이 가난하니

이 노릇 어쩌려

 

소재를 찾아 길을 떠난다

눈이 앞을 못 보니

이 노릇 어쩌랴

 

시를 담을 가슴이 없으니

이 노릇 어쩌려

 

나르는 새들도 집을 짓는다

 

주둥이로 물고 발에 달고

나르고 날라

사랑 담을 보금자리를 만든다

 

겨울 들녘에 갈대라도 꺾어

시의 집을 지어 볼까

 

갈대의 주인에게

빌어 볼까

줄려나

 

예쁜 소재로 새집을 짓고 싶다

예쁜 시의 집에 행복을 심고 싶다

 

 

효우 마을회관        /박태강

 

아래 윗 동네

중앙에 우뚝솟은 마을회관

마을 사람 희망터전

푸른 삶의 요람되어 크게 빛나리

 

영농 신기술의 아름터로

새로운 소득 발원지로

흐트젖던 젊은 인력 모여오는 냇물되어

희망꽃 피어 만대에 영광되고

 

수십년 해묵은 밭에

회망꽃이 가득하여

내일의 밝은 농촌

젊은이의 보람으로 크게크게 이룩되리 !

 

이랑마다 생기솟고

거리마다 아이소리

얼굴에는 파안대소

집집마다 희망가득 꽃피소서 !

 

 

오지마을       /靑山 손병흥

 

강원도 정선 땅 아주 깊숙이 숨어 있는

벼랑 뒤편 골지천이 굽이쳐서 흘러가듯

물길 바짝 붙어 이어지는 풍광 좋은 길

 

간간이 너른 천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

곰바리 노일 두메아리 새치마을들이 있어서

정겨운 산동네 모습도 느릿느릿 길 따라 이어져

낭떠러지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오지

 

그동안 잘 알려진 명승지 또 다른 명소들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지고 길마저 험하고 멀어 한적한데다

눈앞에 펼쳐진 경치 병풍처럼 펼쳐진 적벽 바위틈

산수화 닮은 아름다운 비경 빼어난 풍경 천하절경

 

 

정자(분당) 마을       /유소례

 

오늘 아침 일기예보

 

아침 7시 현재 발표

 

'긴급하다

황사안개 위험 수위 100%

정자마을, 그 수렁에 빠지다

나, 허공에 매달리다'

 

부호 SOS를 때리다

119태양호가 달려온다

 

은빛 사다리가 공중에 매달리고

서서히 건져 올리는 정자마을

내 문표가 붙은 창문에

나도 밀어넣고

컬컬한 안개를 태워버린다

 

또 태양호 이어폰에 들어온 메시지소리

바쁘다 119태양호

지구촌 구석구석 달려간다

 

'이상 여기는 정자마을이었습니다'.

 

 

샤갈마을 사람들      /김낙필

 

시를 구워 먹는지 삶아 먹는지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슬프다
웃는 모양도 슬프고 걷는 모습도 슬프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슬픈사람들 인 모양이다
지구를 여행하는 선영이가 그렇고
그림을 그리는 오복이도 그렇다
시를 쓰는 달수는 웃지만 웃는게 아니다
시라는 옷을 덮고 사는 이들의 계절은 항상 늦 가을이다
곡식을 거둔 서리내린 들판이다
떨어진 낱알갱이를 찾아 날아든 겨울새 같다
모습만 봐도 그들을 금방 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고독과 회한과 우울과
연애하고 있는지를
음악을 사랑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시를 마시고 사는
샤갈마을 사람들...
그 사람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기랴
어제는 마량에서 그제는 청도에서
오늘은 봉화에서 떠돌다 만난 것처럼
선암사 해우소의 안부를 묻는다
어느 별을 헤메고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가 만나는 자리는 은하수 저편 굴곡없는 땅
선운사 상사화 필때 꼭 우리 거기서 만나리라

겉은 멀쩡해 보여도
시를 읊는 사람들의 안()  늘 허수아비같아
측은하고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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