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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시모음 1

마을에 관한 시모음 7)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20|조회수58 목록 댓글 0

마을에 관한 시모음 7)   

 

달 뜨는 마을        /정세훈

 

어둔 밤,

달 하나로

모든 걸 말해 버리는 마을마을이

아직도 내 맘에 솔찬히 남아 있다

 

"여보! 오늘밤 저 담이 참으로 밝지요?"

"그러게 말이야. 참으로 밝구먼".

 

 

땅끝 마을(해남)         /박태강

 

백두에서 뻗어나온 산맥

반도의 등줄기 이루고

갈비뼈 같은 정맥들이

동에서 서쪽으로 비켜선 반도

 

수많은 역사가 움터지고

지금도 계속

삶의 역사가 숨쉬는 땅

호랑이 처럼 누워선 조국

 

흐르는 토혈 따라

북에서 남으로 흘러

국토의 최남단 땅끝마을

이곳에서 땅 바다 하나되어

 

백두에서 한라까지

삼천리 금수강산

갈 봄 여름 사계 분명한

아름답고 인정많은 백의의 터전

 

오천년 역사 꽃 피우고

화려했든 조상 얼 담긴

아름답기 한량없는

자랑스런 우리 대한민국

 

바다 넓어 좋고

땅 아름다운 곳

이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땅

성장의 시발점되어 영원 영원 나아 가리라,

 

 

산너머 안개마을에        /정세일

 

비가 오는 날

산너머에 나무들의 눈물이

앞을 가려도 나는 산너머에

안개들이 살고 있는

그곳으로 나는 갑니다.

 

산언덕을 넘고 산등성이를 따라

걸어가면 오늘은 산너머 안개가 있는

마을에 도착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안개가 살고있는 마을은

내가 찻고싶었던 이름들이

안개 속에 뿌옇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멀리 초등학교 시절

아무 소식 없이 이사가버린

코흘리개 친구 의 이름도 있고

까까머리 시절 동산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하모니카를 불렀던

친구의 이름도 그곳에는 보입니다

아! 이것은 정말로 내가 잃어버린

이름이며 그리움입니다.

 

내가 그토록 꿈속에서도 찾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그곳에선 안개 속에 온통 그림처럼

그려지고 있습니다

나는 안개마을에서 이제는 그리움의 집에

대문에 나의 이름을 걸어둡니다

나의 잃어버린 추억 속에 친구들이 오늘

나의 집으로 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실레마을         /이애리

-김유정 문학촌-

 

꾸물꾸물했던 날씨는 금새, 청람한 풀빛,

환한 햇살이 닿는 곳마다 물안개가 걷힌다.

바쁜 일상을 야무지게 동여매

부풀어 오르지 못하게 담금질 해놓고

오늘 만큼은 문학과 내외하자고 최면을 건다

 

고것 참, 맛있기도 하거니 춘천닭갈비 한점에

한약제와 꿀 섞어 채로 걸쭉하게 거른

맛과 빛깔이 좋아 맛깔리로 호명되는 막걸리 세 사발 마시니

세상은 온통 변강쇠가 되고, 옹녀가 된다 하며

육담적인 불알같은, 씨방이면 어떠랴

이런 농을 점순이인 양 봄봄에 쟁여본다

 

연못가에 맨 얼굴로 선 산다화山茶花나무, 네가 봄이로다

지칭개꽃도 줄거미집에 와 연애중인데

닙히푸르러 가시든님이, 명창 박록주와 이루지 못한

광적인 사랑이, 생의 반려같은 소설 속에서 만큼은

육화된 동백꽃으로 피고 있다

 

 

백사마을*         /이영혜

 

늙은 오동나무 꽃그늘 아래서

낮술 불콰한 두 노인이

장기를 두고 있다

무르지 마라

무르지 마라

한평생 물러버린 날들

한 수도 되돌릴 수 없다

더 이상 불끈 세울 일도 없는

꽃잎들이 똑, 똑

훈수를 둔다

 

* 백사마을 : 중계동 104번지에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이예진

 

금값이 올랐다

언니는 손금을 팔러갔다

 

엄마랑 아빠는 이제부터 따로 살 거란다

 

내가 어릴 때,동화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언니의 숙제를 찢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니도 화가 나서 엄마의 가계부를 찢었고 엄마는 아빠의 신문을 찢고 아빠는 달력을 찢다가,온 세상에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끝난다

 

손금이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집에 남고 싶은 것은 정말로 나 하나뿐일까? 언니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더는 찢을 것이 없었다 눈이 쌓이고 금값이 오르고 검은 외투를 꽁꽁 여민 사람들이 거리를 쏘아 다녔다

 

엄마는 결국 한 돈짜리 목걸이를 한 애인을 따라갔지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따로 따로 떨어지는 눈과

따로 노는 낡고 지친 눈빛을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겼다

 

 

밤꽃 피는 마을        /백승훈

 

하얀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만나면
외딴 집 문간방이라도 빌려
하룻밤 묵어 가고 싶어진다


오래 걸어온 나그네의 발냄새처럼
징하게 풀어놓는 밤꽃향기에
밤새도록 실컷 취하고 싶다


보잘 것 없는 무지렁이 삶이라 해서
한 번 쯤은 밤꽃처럼
독한 향기 징하게 내지른 적
왜 아니 없었겠는가


흰 밤꽃이 달빛 받아
더욱 희어지는 밤이면
화려한 꽃만 찾아 헤매던 나를
잠시 내려놓고
밤꽃 향기보다 독한 삶의 냄새에
흥건히 취하고

 

 

깡깡이마을의 초상        /임동윤​

녹슨 배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름 소나기로 후려치던 망치 소리도

이 마을에선 꿈결처럼 가라앉아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깡깡 두드리던 그 날의 망치 소리를

소리와 소리가 만나 서로 화답하듯이

자기의 영역을 벗어나 파문 지듯이

종일 뱃전과 수면으로 메아리치던 것을,

그리고, 나는 엿본다

해 뜰 무렵부터 제 영역을 눈부시게

골목 사이에 바닷물처럼 펼쳐놓듯이

그리하여 바다와 하늘이 붉어질 때까지

누군가의 가슴을 깡깡깡 흔들어놓던 것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을수록

당신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까 싶어

다투어 깡깡깡 후려쳤던 것일까?

그러나 지금, 비리고 짭짤한 바람뿐

추억의 깡깡이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거친 파도 돌로 지그시 눌러 놓고

사방으로 나발통 같은 귀를 열어놓지만

 

 

불 꺼진 마을         /김백겸

 

소비사회가 격양가를 부르던 시절은 지나갔구나

낮에는 땀 흘려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 고기안주와 막걸리로 하루 피로를 푸는 대장부의 시대는 지나갔구나

공장은 멈추고 실업자들이 시리아 난민처럼 국경을 넘어 가겠구나

존 스타인벡「분노의 포도」가 그린 대공황시절 일꾼들처럼, 가뭄과 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디플레이션이라는 흑사병이 도는 시대가 되었네

지식과 자본의 물이 호수처럼 풍부해서 수도꼭지를 틀면 상수도처럼 콸콸 흘러드는 21세기의 문명사회가 바로 코앞이었는데

고지가 바로 저기였는데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탐욕이 세상의 부를 빨아들여 인류는 가난해 지고 수입이 없으니 경제의 겨울이 도래했구나

자본주의가 인플레이션이라는 영양수액대신 디플레이션이라는 독액을 수혈을 받아야하니

시스템의 모든 경제주체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게 되겠네

1프로 부자들만 빼고

 

비가 내리네

디플레이션 장맛비가

이십년 주야동안 내려 세상의 모든 경제도시를 수장시킬 불황의 비가

영국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선진국은 보호무역 장벽을 도미노처럼 올리겠구나

시장을 잃고 한계수익 절벽에 이른 다국적기업의 자본들은 국제전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하겠구나

1, 2차 세계대전이 제국주의 산업공급과잉을 해결했듯이

8천만 명 사상자와 산업시설이 폐허가 되고서야 끝장이 났듯이

 

미국과 러시아와 일본과 중국 고래들의 틈바귀에서 새우등만 한 땅덩이에 사는 코리아여

북쪽 새우와 남쪽 새우가 씨름 놀이를 하고 있는 동방의 등불 코리아여

고래가 몸 뒤집은 쓰나미가 오면 등이 터져나가겠구나

불 꺼진 마을이 되겠구나

 

 

흰뺨검둥오리네 마을       /황규관

 

그들이 왔다

쇠오리도 섞여 왔다

물살이 처연해질 때

왜가리가 흰 구름 아래서

슬퍼지려 할 때 왔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왔다

바위의 고독이

단단해지기 전에

도시의 소음이

 

더 번성하기 전에 왔다

사람은 그만 떠나달라고 왔다

눈보라가 모든 걸 지우기 위한

시간이 왔다

 

이제 그들의 세상이 왔다

 

 

소문 혹은 풍문이 살던 마을      /이건청

 

복동이가 임준더미에 빠져 죽었다. 마을마다 인분을 모아 두는 웅덩이가 있었다. 모아 둔 인분이 깊이 썩으면 사람들이 논밭에 뿌렸다. 나 살던 그 마을 복동이 아버지는 백정이었다. 백정인 복동읻이네와 마을 사람들이 오순도순 살았다. 복동이네 집 살구꽃이 피었다 지고 큼직한 살구가 주렁주렁 열릴 때면 복동이네 살구는 마을 아이들 모두의 것이었다. 살구나무 가지

에 매달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백정인 복동이 아버지도 복동이 엄마도 환하게 웃었다

 

복동이는 간질을 앓았다. 이따금 쓰러졌다. 쓰러져 한동안 버둥거린 후 한숨을 길게 내쉬며 깨어나곤 했다. 복동이가 쓰러지면 같이 놀던 애들이 복동이 엄마에게 알렸다. 복동이 엄마가 달려와 입에 작은 나무막대를 물리고 반듯이 눕혔다

 

복동이가 인분더미에 쓰러졌을 때, 그 애를 건져줄 사람이 없었나 보다. 복동이는 혼자서 인분더미에 쓰러졌고 거기서 죽었다.

 

나 살던 그 마을에 막둥이도 살았다 막둥이는 머리가 아주 큰 어른이었다. 머리가 무거워 겨우 겨우 걸었다. 머리가 너무 커서 뒤뚱거리며 걷는 그를 아이들이 '막둥아. 막둥아, ; 놀려대곤 했는데 막둥이는 '예끼 이놈들' 손을 내젓곤 했었다.

 

인분더미에 빠져 죽은 복동이의 머리가 없어졌다. 누군가 죽은 복동이의 머리를 잘라 갔다는 것이었다 복동이는 지개에 얹혔고 마을 뒤 산벼랑에 묻었다.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양지바른 곳이었다

 

마을에 눈짓 소문이 펴졌다.복동이의 머리를 잘러간 게 막둥이의 늙은 아버지라고 복동이의 머리룰 가마솥에 고아 막둥이에게 먹였다고 그럴 것이라고 수군 거렸다. 마을 사람 누구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그랬을 것이라고 눈짓으로만 속내를 건넸다. 막둥이 아버지 망극한 마음을 마을 사람들이 헤아려 소문을 잠재웠고 소문은 잦아 들었다

 

복동이 없는 세상. 복동이이네 집, 봄이면 살구꽃이 억수로 피더났고 머리없는 복동이가 묻힌 산비탈 더 붉어진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었다가 지곤 하였다. 사람 세상에, 지을 것은 지을 줄 아는 사람들이 아슴아슴 모여 살던 때가 있었다.

 

 

강물이 깊은 곳에 조개마을에선     /정세일

 

강물이 깊은 곳에서

수초들이 강속 숲속을 만들고

은모래와 금모래를 물려오고

햇빛이 비치는 날

조개들이 찻아와서 어-영차

강속에 모래로 언덕도 만들고

운동장도 만들고 길도내고

집도 만들어서

조개 마을을 만듭니다

 

물 속 수초가 숲을 만들어 논

그곳에는

조개들의 천국입니다

계절마다 음악회도 열리고

쌀 바위가 있는 곳에선

해마다 연극제도 열립니다

 

올해 음악회는 조개들의

합창이 온 강물을 감동시키는

화음이 있는 아름다운 소리였다고

물결들은 흘러가면서도

칭찬이 자자합니다

올해 연극제에선 주연인

장군 역을 맡은 칼조개가

파란 칼같은 자신의 조개로

피라미의 등에 타고 수초 위를 달리면서

호령하는 모습은 정말 멋이 있었다고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수초마을 노래자랑에는

쌀 바위 밑 조개마을에

조개들이 딱딱거리는 조약돌소리에

맞추어 연습한 합창으로 참가를 합니다

은모래와 금모래가 바이얼린을 켜고

작은 조약돌들이 기타를 치는

올 음악회에서는 조개들이 입상을

할 것만 같습니다

조개들이 음악회에서 입상한다면

조개마을은 한동안 떠들 석 할것같습니다

 

 

마을      /황금찬

그 마을엔
봄보다 꽃이 먼저 핀다
산수유가 필 때면
시인은
편지를 쓴다.

꽃을 혼자 보기에는
임이 그립더니
이제 임이 오신다니
그 마음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봄은,
꽃을 데리고, 그 향기는
임을 부름니다.
시인이 떠난 자리에도
꽃은 피는가

이제 무슨 꽃을
기다릴까
하늘의 매화가 아니면
인정의 꽃
평화에 실려오는
사랑, 행복의 꽃
마을은 꽃을 기다리고
꽃은 마을을 기다리고ㅡ

 

 

오팔지 바다 바깥 마을들       /조 율

 

이런 뢴트겐 사진은 어때요?

 

자꾸 까먹지 말고 기억하는 것은. 깜박이는 속눈썹, 그게 빗물이 다 새는 제각각의 슬레이트를 얹

고 사는 것이라고. 그 안으로 고였던 새파랗게 질린 수평선을 잠시 잊는 것은.

 

*어쩌지, 밑창이 접지력을 아는 듯 영영 이어지고 이어질 때. 잔물결 물빛이 물무늬를 덮어 펼쳐

진 *오팔지. 전조등과 순간 반짝 눈을 맞추고 사라지는 바리케이드 여럿과는 또 다른. 아주 살살

일렁이는 구김 없는 물살. 멀찌감치 뒷걸음질 치다 걷어 구겨서 바스락, 소리도 한번 내보고 싶은

바다 어때요? 오래전, 단내를 닮은 그 풍경.

 

확 뒤집어엎고 싶을 때 그런데도 전이 잘 부쳐질 때, 빨갛지도 않으면서 달궈진 프라이팬이 종일

따귀 맞은 우체통이라고 생각할 때. 흘러가 괜찮던 가요를 틀어막아 집어치우고, 가끔 남몰래 태업

중인 의자 굴리는 소리와 태엽소리가 들리는 때요.

 

그 물길, 나 없는 기억력이 돌아온대도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이 거리를 걸어요.

 

*1978년에 발매된 윤수일 3집 수록곡

*오팔이나, 빛의 간섭현상을 연상시키는 사탕 포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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