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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시모음 1

마을에 관한 시모음 8)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20|조회수49 목록 댓글 0

마을에 관한 시모음 8)   

 

과꽃마을         /김금용

 

조선족 명성마을에 과꽃이 피었습니다.

어머니 나라 사람들 온다고 신작로 만듭니다

과꽃을 심어놓고 손 흔듭니다

백 년간 지켜낸 조선말,

마침내 한국 동포 온다고

조선족 할머니 할아버지 과꽃이 되었습니다.

색색의 한복을 차려입고 과꽃이 되었습니다


가마솥에 찐 옥수수와 고구마를 바구니 채 건네며

주름 그늘 깊게 눈웃음 터뜨립니다

고추며 가지 상추를 심어 놓은 울안 텃밭에도

두만강 건너온 고향 햇살이 넘칩니다.

시선만 마주쳐도 눈시울 젖는 두만강 유역에

서툰 한글로 명성촌이라고 써 놓은

이정표 앞에 과꽃이 사무치게 붉고 밝습니다


고구려 때부터 지켜 낸

조선족 집성촌이

초가을 햇살을 등에 업고

함께 과꽃인 양

제 색에 겨워 저들끼리 출렁입니다

 

 

강마을          /靑山 손병흥

 

봉화와 안동 접경을 거쳐

청량산 줄기타고서 흘러가던

낙동강 부딪쳐버린 벼랑 절벽

공민왕 왕비 노국공주 모신 ‘부인당’

퇴계 제자들이 손수 지었다던 ‘고산정’

그 발자취 알알이 깃든 둘러친 ‘내 외병대’

 

낙동강 옛 배나들이 나루터인 '백룡담'

임경업장군 빨치산 전설 아스라이 흐르는

산비탈 깎아 개간한 밭들 즐비하게 펼쳐진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소재한 비나리 마을

 

유구한 세월 역사 담고 흔적 간직한 강변

경북 칠곡군 약목면에 있는 구 왜관 마을

물길 따라 세곡 옮기고 소금 날랐다던

영욕의 역사를 품어왔던 고령 오사마을

강 물길 변모만큼 숱한 변화 골절 겪어온

영남대로 주요교통 물류 중심지 역마을인

낙동강 동쪽은 낙정 서쪽은 상주 낙동 마을

수운 이용한 교역의 주요 고리 왜관 있던 칠곡

달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인 구미 월곡 마을

오리섬이 물길의 갈래 갈라놓은 상주 도남 마을

소금배 정착지 나루터 상주 예천 잇는 물미 마을

동제 지내기 위한 ‘삼청당’이 있는 예천 새멸 마을

산과 강나루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 문경 금포 마을

 

 

시인의 마을        /권예자

 

서점에서 시집을 고른다

 

황지우 시인은

흐린 날의 주점에 앉아 있고

이가림 시인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부르고 있다

 

서정주 시인은

저승에 가서도 국화 옆에 서 있고

김영석 시인의 썩지 않는 슬픔은

고향 살구나무 아래 조용히 묻혀있다

오라, 거짓 사랑아 하며 나를 반기는

문정희 시인

 

물이 좋아

박명용 시인의 강물에 손을 담그다가

저물 녘 아쉽게 시인의 마을을 나서니

김완하 시인의 길은

모든 마을에 닿아있다

 

언제쯤 나도 한 번

내 문패 버젓이 달고

이 마을에 들어서게 될까

슬그머니 마음이 발 돋음 하는

겨울 어느 날 오후

 

* 2,3,4연의 문장은 시집 제목과 시구에서 인용.

 

 

모운동* 동화 마을          /潤疇 목필균

 

와석재 터널 지나 구불구불 산길 오르면

구름이 모여든다는 모운동 마을이

1만 명 가까웠던 주민이 57명으로 줄어든 채

폐광촌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떠나버린 사람들의 정을 잊으려

동화 속 사람들을 초대한 마을이 되어

 

신도가 한 명도 없다는 교회에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보내어

목사님 설교를 듣게 하고,

벌거벗은 임금님은

문 닫은 학교와 우체국 담에 기대어

​개미와 베짱이,미운 오리 새끼로

산골 이야기를 엮어 가지만

 

떠나지 못해 머문 구순 할머니가 전해주는

번화했던 마을 이야기는

되돌릴 수 없어 흥건하게 젖어든다

 

* 모운동 : 영월 옥동광업소가 있던 해발 700미터 고지에 있는 산마을

 

 

샛강 마을          /황학주

 

길게 찢어지는 샛강 한 가지를 잡고

가족들은 집에 모였다

 

경위야 어떻든

달빛이 모지랑붓처럼 사르륵사르륵 길을 쓰는데

 

식모살이 간 생이 제일 늦었다

아버지까지 모이자

하류를 향해 쉼 없이 희끗희끗한 소리를 띄워 보낸 어머니는 분을 풀었다

 

한밤중에 온다는 귀신을 위해 젯상 위에 향불 붙이는 홑겹 마음들

둘러앉았고

키가 수국만 해도 어미 흉내 다 내는

누이 앞으로

오차가 좀 난 그릇들이 쓴 듯 신 듯 놓여 있었다

 

이제 제사를 돌아가면서 지내자고

처음에 내가 말을 꺼냈고

나중에 배꽃 같은 눈이 그럴 듯하게 떨어지다가

잘 때가 되자 모두 그만두자며

말을 딴 데로 돌렸다

 

바람이 문득 잠을 깨울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뒤꼍 대숲에 할아버지는 항상 와 있었다

구름, 구름으로라도 참새, 참새로라도 자손에게 바라는 바 없으니 와 있었고

대숲 바람소리 내는 것도 별 뜻 있지 않았다

어쩌지, 어쩌지, 하는 마음들 급히 모여 국물 떠먹은 뒤

두 손을 비비며 상경을 서두를 때에도 애써 보고 있지 않았다

눈발 이어질 듯 이어질 듯 샛강 쪽이 희부옇다고 생각할 뿐

 

 

빵집이 있는 마을         /최영희

 

빵집이 있는 마을은 행복한 마을

진열장에 정돈된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들

분명 오늘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내가 빵집에 들어섰을 때

내 생각대로 빵집 아가씨 미소가

잘 구워진 소보로빵처럼 부드럽다

빵 5개를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나보다 먼저 들어온 작업복의 청년

내가 나가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배가 고픈데 가진 돈이 없는 모양이다

빵을 얻으려는 눈치다

종업원인 듯한 미소 아가씨 곤란한 눈빛이다

청년의 표정은 애틋하고 배가 고프다

난 내가 산 빵 중에 2개를 건네주었다

영하 12도 12월이었다

빵 2개 정도면 고픈 배는 달랠 수 있겠다

빵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베푸신 생명의 양식

빵집이 있는 마을은 행복한 마을.

 

 

잔열의 마을         /허만하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소리도 없었다.

색채도 없었다.

개도 없었고 바람도 없었다.

오직 눈부신 빛의 흡수와 짙은 그 음영만이 흩어져 있는 빈 마을을,

이따금 출토하는 목간(木簡)의 잔열처럼 건조한 마을을 나는 황폐한 게릴라처럼 들어서고 있었다.

누가 없소! 누가 없소!

절망과 같은 고요를 향하여 거의 갈증처럼 고함을 질렀으나......

나의 인후는 토담처럼 부스러질 따름이었다.

그때 내가 잡고 있었던 것은 분명히 한 자루 총의 싸늘한 무게였지만 나의 탄환은 피로하였다.

나의 질문은 납의 침묵처럼 피로하였다.

누가 없소! 누가 없소!

아, 누란, 스스로를 모래에 묻은 실크 로드의 누란과 같은.

 

 

환영(幻影)의 마을       /김관용

 

한 달에 한 번,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염전이라는 안개를 찾아 나설 때 거기까지가 여름이었다.

백 년쯤 전에 깨뜨린 술잔에 손을 다친다.

자신의 피 맛을 아는 사람의 결구는 만년설 아래 묻혀 있을 작은 절간 같은 것이다.

사슴의 상상력으로 너를 초원이라 부르겠다.

우선은 그런 너를 위해 겨울로 드는 것이고 한 번씩 잠에서 깨듯 낮에도 잠에 빠져드는 걸 봄의 맥박이라 이해한다.

언제나 모든 너는 너의 부력으로 모든 나의 결락을 채워준다.

글썽일 때마다 사구(沙丘)는 자주 시력을 잃었고, 모래의 중음(中陰)을 물으며 원심력의 한계까지 간 우리는 한데 모여 웅덩이를 만들곤 했다.

곡두의 무늬가 차게 흔들렸다.

밤이면 숲을 연주하다 나온 아이의 발에 묻은 흙과 한순간 도취된 밤이 갈라놓은 세상의 이쪽저쪽을 사물의 목적이라 옮긴다.

낡은 질문의 문짝은 위태로웠지만 현자다웠다.

메모를 보니 글쎄, 여기까지가 미술관이었던 것.

나에 관해 폭로하자면 영원이란 문자에 긴장하고 아무런 느낌이 없을 때 가장 두렵다.

얼지 않고도 추운 지방 이곳은 물질계에는 없는 행성이란다.

여기서도 더 멀어져야 내가 있을 테지만, 물론 그 사이 너를 발견하더라도 알은체는 힘들 것이다.

등에 달라붙어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 할아버지들.그건 영원한 것도 사라진 것도 아닐 테니까.

극장에서는 늦은 밤의 외투와 난청으로 죽을 수 있는 음악을 다짐한다.

이렇게 웃는 것이 나에겐 유서다.

 

 

나의 고향마을        /박인걸

 

나는 객지살이에 고달파도

마음은 항상 태어난 곳에 가 있다오.

낙타 등을 닮은 앞산과

말 등허리 닮아 늘씬한 뒷산에

철따라 지천으로 꽃 피는 山川에

내 마음은 가 있다오.

 

범람하는 여름홍수에

지느러미 힘차게 흔들며 오르던 고기떼와

물오리 떼 헤엄치던 냇물에서

어린 동무들과 물장구질하던

가을 하늘보다 더 고요한 沼를

내 어찌 잊을 소냐.

 

굽이굽이 몇 몇 굽이

늘어놓은 비단보다 더 고운

밤낮 없이 지줄 거리며 흐르는 앞강과

아직도 가슴 속에서 향을 풍기는

늦은 봄바람에 실려 오던 송홧가루를

내 어찌 잊어버리랴

 

그립고 그리워라.

그 질긴 탯줄이 묻힌 땅이여

부대길 것도 없고 거칠 것도 없는

드넓은 벌판을 휘젓고 달리며

밤하늘의 별을 따 가슴에 간직하던

그 푸른 고을이 영혼 속에 담겨 있다오

 

슬플 때면 노래 부르던 앞산 바위와

답답할 때 오르던 뒷산 언덕아

쓸개까지 노랗게 염색한

수선화보다 더 고운 달맞이 꽂이여

내 언젠가 달려가

그날에 너희들을 만나보고 말거다.

 

 

마을         /김시종

 

자연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라는 당신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정적에 묻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무거운 게 자연인지 안다.

나일강 반사된 햇빛에 마르면서도

여전히 침묵에 잠겨 있는 스핑크스처럼

누구도 밀쳐낼 수 없는

깊은 우수로 덮쳐온다.

들러붙은 정적에는 자연 또한 포로이다.

자연은 아름답다,라는

지나가는 여행자 감상은 젖혀두어야 한다.

거기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던 사람과

거기 아니면 이어갈 수 없는 목숨 사이에서

자연은 항상 다채롭고 말이 없다.

떠들썩한 날들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안다 정적의 끝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왜 도마뱀은 일직선으로 벽을 오르고

왜 매미는 천년의 이명(耳鳴)을 울리는지도.

모두들 떠난 마을

이제 정적이 어둠보다 깊다.

 

 

감꽃 지는 마을       /김용화

 

감꽃 피는 내 고향 가고 싶다

논두렁에 콩 심고

비 맞으며 깨 모종하고

 

장날이면 엄마랑 단둘이

등불 밝혀 들고

한내 장길 아버지 마중을 나가고 싶다

개구리 울음소리

가만가만 밟아가며

 

오늘같이 비 오다가 갠 날엔

앞산 뒷산

나란히 잠든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깨워 일으키고 싶다

 

 

두꺼비집-모래마을 2       /박미산

 

이 마을의 내력은 짧다

떠돌다 온 어른들이 마을에 들어온 순간 삽시간에 늙어 버렸다
어른들을 바라보던 아이들도 겉늙어버렸다

조로증을 앓는 아이들이 죽어나갔다
대가 끊긴 집에선 토막 울음소리가 들렸다

공수 내린 무당이 방울을 흔든다
방울에 매달려 있던 말이 우수수 쏟아진다

눈을 흡뜬 무당의 입에서
잎 누런 아이의 말이 투욱 툭 떨어진다

정수리에 퍼붓는 말의 씨앗들
머리를 쥐어뜯는 나에게 무당이 춤을 추며 다가온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애써 쌓은 두꺼비집을 밟아버린 그 아이
허연 버짐이 더께 더께 낀 아이가 나를 보고 웃는다

죽어버려! 죽어버려!

비척거리며 뒤돌아서던 아이의 등에
쉴 새 없이 내리 꽂혔던 나의 말

무르고 싶은,
이제 무를 수 없는 씨앗

 

 

한겨울 나무마을에 간다       /최금녀

 

나무마을로 간다
키가 큰 잣, 리키다, 상수리, 느릅
그 아래 작은 집 한 채씩 짓고 사는

산뽕, 갈메, 산죽, 다릅
이 겨울 나무마을은
하나같이 독한 마음으로
머리털 깎고 선방禪房에 들어갔다

눈도 그 동네 눈은 참선을 한다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슬그머니
땅으로 내려와 가부좌를 튼다

깎지 못하는 머리털을 이고
나는 나무마을로 간다

비탈진 쪽으로 뿌리 버팅겨 섰던
뿌리의 등허리, 흙 밖으로 불거졌던
등 시린 나무
이 추위 어떻게 지내는지,
중심은 아직도 탄탄한지

작년 봄, 옆구리 여기저기에
링거 줄 매달고 중환자였던 고로쇠나무,
입춘은 가까워오는데 또 어쩐다?

오늘 눈이나 마음 푸근하게 쏟아져
여린 싹들도 눈이불 다 덮어주고
관자놀이에 심줄 돋은 뿌리와
못자국이 험한 고로쇠도
푹 덮어주었으면 좋겠다

선방 나무들도 동안거 해제解制하고
숲으로 뛰어나와 두 팔 벌리고
하늘이 내려주신 복을 받으며 기뻐하리라.

 

 

고생대 마을-사북         /안현미

 

해발 855m 푯말 꽂힌 추전역에 내려 나의 '폭풍의 언덕'을 찾아갈 때,
그때 그 고갯마루에서는 바람을 불러 어떤 힘을 주물럭주물럭 만들고 있는 풍차 같은 사내도 있었을 테지만
내가 사로잡힌 건 풍차도 바람도 아니고 그걸 품고 기른 5억 8,000만 년 된 막장의 어둠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찾아간 건 '폭풍의 언덕'이 아니라 '폭풍의 무덤'이었던 거지 컹컹 사납게 울부짖는 어둠 속에서
남인수를 좋아하던 아버지 검은 얼굴로 돌아와 유독 가스 탐지를 위해 탄광 속에 둔 카나리아처럼 노래 부를 때
나는 아버지의 희망의 카나리아였는지도 몰라 5억 8,000만 년 된 어둠의 고생대 검은 석탄을 캐낼 때
나 아버지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어두웠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카나리아였지
나 이제 아버지 무덤 앞에서 중얼거리지 아버지 그 두려움을, 불꽃 같은 어둠을 아버지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두려움도, 어둠도 피붙이 같겠지요

'한때는 산업전사라 불렸고 또 한때는 폭도라 불렸던' 우리들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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