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관한 시모음 56)
유월의 연가 /초록 이을숙
사랑을 꿈꾸는 그대
마음을 열고 따뜻한 향기 되어 주세요
사랑이 먼저
별빛 되어 다가갈 때
위험에 떨지 마시고
밝고 고운 희망 보태주고
사랑의 묘약으로
풋풋한 사과꽃 터지는 소리로
사랑한다 해주세요
유월의 태양이 행복의 꽃으로
영화속의 착한 공룡처럼
삶과 가슴 속 가득
그대 곁으로
가 리 요.
유월의 들녘 /나영민
구불구불
실개천 흐르는
냇가에 펼쳐내는 꽃 지천
노란 꽃 흰 꽃
노랑나비 흰나비
나풀나풀 춤추는 유월의 들녘
뭉게구름
더없는 파란 하늘
푸르디푸른 강산은 아름답다
눈에 담고
마음에 가득 넣어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는 시향
사람 세상
자연 세상 더불어
공유하는 지상낙원을 꿈꾼다
향기로 오는 유월 /서숙지
세상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던 날
그냥 꽃이라 부르기 미안해서
너는 희망이라 하자
너는 나를 위한 위로였다 하고
또 너는 소중한 추억이었고
거기 너는 아침마다 웃어주었으니
아주 예쁜 절친이라 할게
스칼렛장미, 나리백합, 제라늄, 싸리꽃
우리들의 유월 뜨락이
짙은 향기로 풍성함을 더할 때
시나브로
익어간다는 노년의 정담도
도란도란 소박한 향기였음 좋겠어
유월의 소풍 길 /나영민
잿빛 가득
운무는 깔리고
오랜만에 들린 연꽃 수련지
우윳빛
곱디고운 티 한 점 없이
하늘을 우러러 고운 꽃 펼쳤다
황톳빛
물속에 노니는 우렁이
짝 찾아 길 따라 더듬더듬 더듬고
분홍색
조롱조롱 줄기마다
알을 낳아 띠를 이뤄 경사로다
청개구리
연잎에 사뿐히 앉아
꾸벅꾸벅 졸음에 눈꺼풀 무거워라
유월의 품 /나영민
일주일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고 또 돌렸으니
온몸이 뻐근해져 든다
며칠간의
무더위가 잠입한
후덥지근한 공기를 내보낼 참
창 너머 언저리 까치발 기웃기웃
위대한 봄의
향연은 마음 넓은
누이같이 잘 보듬었는지
푸름을 가득 채워 놓은 유월의 품
영롱한
푸름의 초원이여
나 너를 경애하거늘 감사하고
나 너를 사랑하거늘 고맙습니다
고향의 유월 /이원문
다시 찾는 고향의 유월
어느 곳을 찾아 갈까
그 시절 이맘때면
늘 찾아 다녔던 곳
산으로 들로 냇가로
안 찾은 곳이 어디에 있고
입에 넣었던 벚 오디
그 맛을 어찌 잊을까
산에 올라 벚 따고
뽕밭에 숨어 오디 얻고
고기잡이의 그 냇가
뻐꾹새 울음도 한 몫 했다
유월의 열기 속으로 /박동환
이른 여름이 다가왔다고
티브이에 냉방기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보는 사람의 눈과 귀보다 빨리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간다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
거의 드러난 의상을 입고
털로 가릴 수 없는 동물이
제 모습을 보이며 활보한다
사거리마다 설치된 그늘막은
높으신 분들이 여름철
시원하게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를 의식하듯
태양을 가리는 손을 편다
실내에서 잡담을 나누는
어둡게 드리운 창문 내부로
더위를 피해 음료를 즐기고
뜨거운 밖이야 어찌 되었든
팬을 통해 열기를 뿜어댄다
아스팔트도 상기된 얼굴로
타이어를 껴안고 헉헉거리고
비싼 외제 차는 귀찮다는 듯
연통으로 침을 퉤퉤 뱉으며
연신 기침하며 자리를 떠난다
아직 꼬리가 붉게 타는
잠자리가 날지 않는 이른 유월은
누구에게 화가 나서 열을 내는지
이유를 물을 수도, 들을 수도 없지만
밤이면 잠시 화를 풀어주니
그래서 유월은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유월로 가는 길 /나영민
새벽이슬에
촉촉이 뿜어내는
꽃향기의 사계절 이야기
호미질의
굳은살은 옛일
돌담 구석을 더듬는
눈썰미가 반짝거린다
아기 팔뚝만 한
호박의 길이를 재고
성급하게 짐작해 보는
수확에 기분 좋아지는 날
땀구멍
열릴만하면 쉬는
게으른 아낙네는 한 낮의
더운 열기에 여유로워지고
막걸리
한 사발 받아놓고
부침개 접시에 연신 젓가락질
주고받는 담화에 발목 잡힌 시간
뻐꾹새 노니는
앞산 언저리 밤꽃 향기는
주저리주저리 흐드러지게 날리고
삼거리 공판장
삼삼오오 마주하는
남정네의 이유 있는 농담이
먹을 만큼 먹은 나이 탓에 웃음꽃 핀다
유월의 표정 /송미옥
눈부신 하늘아래
초록향기 나풀나풀
출렁이네
짙은 초록 능선은
잎새들로 무성하니 풋풋한 내음
싱그럽다
여름은 날로
몽글몽글 깊어가니
출렁이는 녹음 사이로 햇살과
바람이 일렁인
새파란 젊음으로
온 누리에 퍼진다.
유월의 노래 /나영민
들녘은
푸름 속에 짙어가고
하나둘 채우는 바구니
줄기를
타고 오르는 오이는
노란 꽃 피워 벌을 초대하고
상추 잎새에
조랑조랑 달린 달팽이
아삭아삭 잎사귀 오물오물
배부른 호사
사람 세상과 더불어
살을 찌우는 풍요로운 계절
더불어 더한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싱그러움이 물씬 묻어난다
유월에 부는 바람 /서숙지
유월 바람은
상냥한 아가씨 미소 같다
바다를 건널 때도
들꽃을 보듬을 때도
잔잔한 미소에 환한 낯빛이다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꽃대궁 밀어올리며
유월 바람 앞에 나붓이 얼굴 내미는
수많은 여름꽃들의
허리를 간지럽힌다
유월 바람은
우리 엄마의 정갈한 무명 앞치마 같다
잘난 자식, 뒤처진 자식
차별 없이 골고루 껴안아 다독이고
살갑게 챙겨 나누어 먹이시던
유월
바람이 분다
열매 맺을 시간을 향해
푸른 입김으로 다가서며
힘껏 찰랑댄다, 유월 바람이다.
6월의 꿈 /박옥화
초록초록
녹음에 쌓여
꿈을 향해
파닥이는 날갯짓
여리고 여려
손을 댈 수도 없고
바라만 보면서
응원 한 마디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예쁜 하루하루 보내거라
6월도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유월의 탄성 /無有 유동한
뒷동산 참나무 뻗어 내린 가지에
동아줄 동여 메고 선
하늘그네를 탔던
꿈만 갔던 어린 시절
아, 그 언제였던가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시골풍경
으레 유월이면
뻐꾸기도 구슬피 울지만
산책길에서 본 누런 보리밭
변함 없는 흙 내음
구수한 향기에
향수의 노래 불러본다
이름 모를 들꽃의 웃음소리도
아직 내 안에 그대로 남아
반짝반짝 빛나는
풋풋한 끌림 어쩌면 좋아